환갑 엄마와 다 큰 두 아들의 추석 특선 가족여행 - Episode Ⅴ
매끌렁 철길 시장을 다 둘러보고도 시장을 떠나지 못했다. 망고 한 봉지 득템에 성공하면서 엄마의 쇼핑욕이 올라온 것 아니냐고?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우린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며 ‘그것’이 오기를 기다렸다. 흠... 이제 곧 올 때가 됐는데...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걸었다. 갑자기 시장 분위기가 요란해졌다. 시장 상인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가게를 접기 시작했다.
“오~ 이제 오나 보다!!!”
우리 포함 아마 이곳의 모든 관광객이 기다렸을 ‘그것‘. 그것은 바로 기차였다! 이래 봬도 매끌렁 철길 시장 아닌가! 기찻길에는 당연히 기차가 지나가야 할 터. 매일 8번 정해진 시간에 기차가 다니는 이벤트가 있었다. 운 좋게도 시간을 잘 맞춰 갔기에 조금만 기다리면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리는 셈 치며 되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좁은 틈으로 기차가 지나간다고?! 그래서 상인들이 가게를 접고 벽으로 밀착했구나 이제야 이해가 됐다. 멀리서 노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네모난 물체가 다가온다. 정말 기차였다. 색이 화려해서 그렇지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슷한 생김새였다. 시장 폭이 기차의 폭과 거의 딱 일치했다. 기차는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그래서 철길 앞에 '위험한' 이란 수식어를 붙여 ’매끌렁 위험한 철길 시장‘이라 불렸다.
기차가 빠져나가는 즉시 상인들은 다시 접었던 가게를 펼쳤다. 하나씩 착착 펼쳐지고 바로 장사를 시작하는 모습이 마치 기계 같았다. 하루 8번, 일주일이면 56번, 일 년이면 2920번.(연중무휴라고 했을 때) 그들에게는 당연히 익숙할 수밖에 없는 일상이었다. 우리에게는 재미있는 볼거리가 저들에게는 치열한 일상이라 생각하니 시장을 구경하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사진을 찍어댔던 내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여행을 왔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자에게도 품격이 있고 현지인들을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여행자에게나 현지인에게나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잠깐 스쳐가는 인연일지라도 말이다. 남은 여행 여행에서는 여행자로서의 품격을 갖추고, 현지인들을 배려하는 선에서 즐겨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하게 될 다른 모든 여행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