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새댁 투어 - Episode Ⅲ
쇼핑으로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하노이의 힙지로, 따히엔(Tạ Hiện) 맥주거리에 왔다.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들려왔다. 호객꾼들이 벌떼처럼 들러붙기 시작했다.
"형! 여기 맛있어!"
"누나! 여기야! 들어와!"
"일루 와! 싸게 해 줄게!"
우리는 호갱이가 되지 않기 위해 아무런 대꾸 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지나갔다. 로컬이나 다름없는 하노이 새댁 부부가 앞장서서 길을 뚫어 놓으면 짝꿍과 내가 그 뒤를 잽싸게 따라붙었다. 그들 부부와 우리 사이의 거리는 고작 한 발자국. 그 틈을 노리고 한 호객꾼이 다가왔다. 나를 형이라 부르며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절대 넘어갈 리 없었다. 형이라니! 오빠라고 해도 넘어갈까 말까 할 판인데. ‘님’ 자를 붙이면 존댓말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형으로는 안 되니까 이제는 형님이란다. 그게 더 싫었다. (외모로 판단하는 건 좀 그렇지만) 어딜 봐서 내가 니 형님이냐!ㅡㅡ^ 이번엔 아예 못 들은 척을 해버렸다. 그러자 갑자기 이두박근 없는 가느다란 내 팔을 한 손으로 콱! 움켜잡았다.
“싸요, 많이 줄게요!”
“(불쾌함에 순간 빡이 돌아.)아C, 됐다고!”
한국말을 알아듣든 못 알아듣는 아마 내 표정에서 모든 걸 읽었으리라. 그제야 휙 돌아서더니 시크하게 돌아갔다. 마치 언제 내게 질척거린 적이 있었냐는 듯.(이게 더 열 받는다.ㅂㄷㅂㄷ)
호객행위에 대한 내 생각은 소위 장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생계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도가 지나칠 때는 내가 느낀 불쾌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곤 한다. 두 번 세 번 물었는데, 두 번 세 번 거절했다면 확실하게 의사 표현을 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계속 들이대면 내 의사가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뭐 좋다! 여기까지도 참을 인(忍) 자 세 번 정도는 충분히 새길 수 있다. 하지만 몸에 손을 대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참을 인자 한 획 그을 새도 없이 입에서 거친 인사가 먼저 마중을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내가 양반이라 말이 먼저 나왔기 망정이지 성격 화끈하신 분에게 걸렸다면 아마... (뒤는 상상에 맡긴다.)
"후... 여기야! 여기 앉자!"
그래도 하노이 새댁 부부가 있었기에 이 정도 수준에서 그친 것 아닐까 싶었다. 만약 짝꿍과 단둘이었다면 오는 동안 여기저기 휘둘려 만신창이가 되어 있거나 아니면 분노를 참지 못해 씩씩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나오면서 느낀 따히엔 맥주거리의 호객행위는 거칠고, 저돌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그들에게는 그만큼 치열한 삶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다시 그들 편에서 생각하고 있는 걸 보니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마음이 금세 누그러졌나 보다. 역시 기분 안 좋을 땐 맥주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