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Intro)
어쩌다 보니 도시 여행자가 되었다. 자연을 싫어 하는 건 아니고 직장인이다 보니 장기보다는 단기 여행이 대부분인지라 짧은 기간에 최대한 많은 곳을 가고, 경험하기 위해서는 휴양보다는 관광이 더 맞았다. 그렇다고 휴양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달빛과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야외 수영장에서 팔과 다리는 물에 뜰 만큼만 최소한으로 파닥파닥, 배영으로 물 위를 둥둥 떠다는 내 모습을 자주 상상하곤 했다. 아...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편안할까? 바다가 당기는 여름과 따듯한 곳이 그리워지는 겨울이면 유독 더 생각이 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상상으로 만든 나만의 파라다이스에서 휴양을 즐겼다.
매년 꾸준히 상상 휴양을 즐겨왔더니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년)‘는 영화 제목처럼 내게도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안녕하세요~ (중략) 필리핀(Philippines) 원정대에 선발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정말요?! 저 갈 수 있습니다! 연차 쓰면 돼요! 무조건 참여할게요!!!”
한 여행 매거진의 원정대 이벤트 당첨된 것. 총 8명의 원정대원 중 한 명으로 발탁됐다. 여행 매거진 소속 여행기자님 두 분과 함께 나를 포함한 8명의 필리핀 원정대는 한파가 한창인 1월, 필리핀 마닐라(Manila)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