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종말에 대한 의미
프롤로그...
영화는 한 고등학생 소녀가 도망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무언가에 쫓기듯 다급하게, 소녀는 산은 내려가고 이윽고 보이는 폐허가 된 주유소 옆 식료품점에 들어가 먹을 것들을 챙긴다. 그때, 한 남자의 애절한 소리가 들린다. 소녀는 흠짓 놀라 총을 겨누어 경계를 유지한 채 방문을 연다. 그리고 고통을 호소하며 벽에 기대있는 한 남자와 마주치게 된다. 동시에 남자와 소녀는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눈다. 두 마리의 맹수처럼 기싸움을 벌인다. 도움이 필요했던 남자는 기싸움에 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총을 버린다. 소녀는 가슴 안쪽에 넣고 있는 다른 쪽 손 역시 뺄 것을 요구하지만 남자는 손으로 출혈을 막고 있다며 이를 거부한다. 하지만 소녀는 남자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이 상황에서 약자는 남자. 어쩔 수 없이 남자가 손을 빼는 순간 소녀의 눈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고 놀란 소녀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긴다. 소녀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이미 일은 벌어져버렸다. 그리고 소녀는 평범한 10대였던 예전의 자신을 그리워하며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세계는 무언가에 의해 폐허가 되었다. 그 무언가는 우주에서 온 정체불명의 거대한 UFO 같은 비행 물체다. 그리고 남자와 소녀 사이의 긴장감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 사이에 믿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제 5 침공(The 5th Wave)' 은 우주의 외계 생명체 혹은 어떤 집단이 우리가 실제 살고 있는 세계인 지구에 나타나 총 5번의 '보이지 않는 침략' 으로 세상을 종말 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의 이야기들을 통해 현 세계의 인간들이 간과하고 있는 진정한 인간다움이 뭔지를 말하고, 결국엔 세상의 종말은 외계의 침략이 아닌 인간다움이 사라짐으로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침공의 시작 : 디 아더스(The Others)
거대한 외계의 비행물체가 지구 상공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침공은 시작된다. 한동안은 아무런 미동도 위협도 없이 그저 하늘에 떠있기만 한다. 사람들은 이 정체불명의 우주선에 '디 아더스' 라는 이름을 붙인다.
The Others
사람들은 디 아더스의 존재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면서도 불확실함이 주는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버리고 하나 둘 떠나게 된다. 이는 인간이 불확실함이라는 것에 얼마나 나약하고 두려워하는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제 1 침공 - 어둠 : 전기, 전자, 통신이 없는 세상
잠잠하던 디 아더스는 가장 먼저 전자기파로 세상의 모든 전기, 전자, 통신 시스템을 마비시킨다. 전기가 필요하고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모든 기계들은 일제히 멈추게 된다.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이런 것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세상은 순식간에 큰 혼란에 빠져버린다. 우리의 삶 속에 기계들이 얼마나 가까이 들어와 있는지, 또 이런 기술의 혜택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고 소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제 2 침공 - 파괴 : 천재지변
전자기파의 차단으로 여전히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은 호수에서 물을 떠다 마시고 그 물을 운반하기 위해 수레를 이용한다. 이렇게 클래식한 라이프 스타일로 지내고 있는 와중에 디 아더스는 다시 침공을 개시한다. 두 번째 방법은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이다. 지진과 해일을 일으켜 한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삼켜 버린다.
천재지변은 인간의 최대 난제라 할 수 있겠다. 미리 알고 대비하면 예방은 가능하지만 어쨌든 일이 벌어지면 직접적으로 인간이 멈추게 하거나 막을 수는 없고 당할 수밖에 없다. 많은 다른 재난 영화에서처럼 자연에 대한 무서움, 그리고 자연과 비교했을 때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끼게 한다.
제 3 침공 - 전염병
지진과 해일의 피해를 수습하기도 전에 디 아더스에 의한 또 다른 시련이 세상을 덮친다. 인류 최악의 전염병인 '조류 인플루엔자'. 새들을 타고 세상에 내려온 조류 인플루엔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세상에는 보균자가 있거나 자연적으로 치유가 된 사람만이 남게 된다.
과거에 비하면 의료 기술은 많은 발전을 이루지만 여전히 원인 불명의 불치병들은 존재한다. 또한 흔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도 변종되면서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를 소재로 삼았지만 어쩌면 언젠가는 환절기나 겨울이면 흔히 앓는 감기도 더 이상 쉽게 치료할 수 없는 전염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의료 기술의 발전에 매진하고 개개인의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과 인간의 파트너로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에게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일이다. 자연은 인간으로부터 받은 그대로 인간에게 되돌려 주기 때문에...
제 4 침공 - 침투 : 기생, 그리고 불신
기생 : 서로 다른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며,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이 해를 입고 있는 일
마침내 실체가 드러난 디 아더스는 인간의 몸에 기생하여 인간을 조종한다. 총 3번의 침공으로도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을 찾아 없애기 위해 그들을 찾아 공격한다.
4번째 침공인 침투는 단순히 기생을 통해 인간을 조종한다는 의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디 아더스는 겉으로는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인간인지 디 아더스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 사이의 불신은 싹트게 되고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불신이 인간들 스스로를 자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로서 인간에게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제 5 침공 - 최후의 공격
디 아더스의 제 5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투입된 군인들. 하지만 자신들이 디 아더스라고 믿었던 실체가 사실은 자신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결국 우리 인간을 해하는 존재는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넌지시,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종말
영화에서 디 아더스는 끝내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폐허에서 복구된 아름다운 세상도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여전히 지구 상공에 떠있고 5번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세상 속에서 살아남은 1%의 사람들만이 계속해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는 것만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디 아더스는 세상의 종말을 위해 모든 문명의 혜택을 절단했고, 자연을 파괴했으며, 인간 조종하여 서로를 죽이게 만들고 서로 간의 불신을 키웠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단계적으로 인간성을 잃어가도록 만들었다. 인간성이 결여된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더 이상 살아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인간성이 결여된 희망도 믿음도 없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 이것은 죽은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세상의 종말이었다.
제 5 침공은 인간성이 점점 없어져가는 우리의 현실 세계를 대변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점점 각박해져 가면서 사람들이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우리의 세상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디 아더스가 존재하고, 세상의 종말을 위한 침공이 현재 진행형이니 우리의 인간성을 잘 지키면서 희망을 잃지 말고 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