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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Dec 21. 2021

나 홀로 크리스마스이브

스웨덴에서 혼자 크리스마스이브 즐기기

크리스마스 하면 연인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스웨덴은 크리스마스가 우리나라 설날과 같은 대명절이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거리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북적이는 인파로 시끌시끌하지 않고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을 만큼 고요하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우리나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는 참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스웨덴에서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반대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Sing by 머라이어 캐리)나  Santa Tell Me(Sing by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밝은 캐럴은 안 어울렸다.(저스트 내 피셜)

명색이 크리스마스이브인데 호텔방에만 갇혀 있을 수 없어 커플지옥을 감수하고, 큰맘 먹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너무나 조용한 거리가 쓸쓸하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했다. 뭐 스웨덴의 크리스마스가 원래 이렇다 하니 이곳 문화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조용한 거리를 걸으며 혼자 밤 산책을 했다. 그냥 걸으면 심심하니까 근본 없는 셀카를 마구마구 찍어대면서. 보는 사람 하나 없으니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찍었다. 이런저런 포즈도 취해보고 나름 연출? 비슷한 것도 해보고. A컷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셀카였지만 어차피 나만 볼 건데 뭔 상관인가.(그랬는데 이제 공개하려고 한다...^^;; 촌스러움 주의!!!)

예테보리 중앙역 앞 클라리온 호텔 포스트
쿵스포텐 광장(Kungsportsplatsen)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딱 어울렸던 거리
이 시잔을 보신 분은 꼭 안본 눈 사다 끼우세요!

그렇게 한탕 셀카 파티를 벌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다시 헛헛함이 밀려왔다.

'에잇! 얼른 가서 눈 딱 감고 잠을 자버려야지 안 되겠다!'

가는 길 유일하게 아직 불이 켜진 펍이 보였다.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나 같은 외로운 여행객이려나 싶어 문 앞까지 가보니 내가 바랐던 그 크리스마스이브의 분위기였다.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은 시각이기도 본래 해가 빨리 지는 겨울이면(4시면 어두워진다;;;) 문을 일찍 닫는 스웨덴 특성상 영업시간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사람들 분위기로 봐선 금방 끝날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저흰 오늘 새벽까지 영업할 거예요.^^"


앗싸! 그렇다면!!! 바로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곤 칼스버그 한잔을 주문했다. 안주는 딱히 필요 없었다. 그저 흥에 겨운 사람들만 봐도 그게 안주였으니까. 당구 치며 소리 지르는 사람, 병나발 불며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방황하는 사람, 지인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 나처럼 혼자 맥주 한잔 즐기는 사람. 다양한 안주 덕에 맥주 1잔 더! 그렇게 혼맥 2잔을 하고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자칫 쓸쓸한 크리스마스이브로 끝나버릴 뻔했는데 다행히 펍에서의 혼맥 타임 덕분에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어느덧 12시가 넘어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닌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내일, 아니 오늘도 거리가 한산하겠구나, 오늘은 뭘 할까? 생각하는 사이 스르륵 잠이 들며 스웨덴에서의 크리스마스이브가 마무리됐다.

크리스마스이브 나의 유일한 낙, 펍에서의 혼맥 타임!


더 많은 스웨덴 여행 풀스토리는 < 여행하려고 출근합니다 >에서 만나 보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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