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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May 03. 2022

서울살이 28년 만에 처음 가본 봉은사

내가 가본 가장 바쁜 절

태어나길 경기도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쭉 서울에 살아왔기에 명실상부 난 (따듯한^^;;) 서울 도시남자다. 어언 28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 서울의 굵직한 명소들은 '거의' 다 가봤다고 자부하지만서도 요즘 워낙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모두' 다 가봤다고 장담은 못하겠다. 새로 생긴 핫플, 몰랐던 골목이나 거리, 동네를 발견할 때면 서울구경 온 관광객처럼 감탄하며 사진을 찍곤 한다. 꼭 새로운 스폿뿐만 아니라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늘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가보지 못한 곳도 있다. 고층빌딩으로 삐까번쩍한 서울 한복판에서 강려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도심 속 사찰, 봉은사도 그중 하나다.

도심 속 사찰 봉은사

종교는 없지만 성당, 교회, 절 중 굳이 한 곳을 꼽으라면 절을 꼽는다. 이유는 마음이 편안해져서. 물론 모든 종교가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지만 절이 주는 편안함에는 자연이 주는 편안함도 섞여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남양주 묘적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한 적이 있는데 밤이 되니 들리는 소리라고는 살랑바람에 흔들거리는 나뭇가지 소리와 가끔씩 들리는 스님들 발자국 소리가 전부였다. 마당(?)에 나와 유난히도 잘 보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런 잡생각이 들지 않고 편안했다. 이때는 몰랐지만 생각이 정리되는 과정이었다.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던 중요한 시기였는데 이 시간이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마지막 글씨  '판전(板殿)'

절에서 좋은 추억이자 경험이 있기에 절에 가면 늘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걸 기대한다. 실제로 절에 가면 그렇기도 하고. 하지만! 봉은사는 달랐다. 내가 가본 절 중 가장 바쁜 절이랄까? 내가 느끼는 봉은사는 그랬다. 복잡하고 바쁜 도심 속에 있더라도 봉은사만큼은 도시와 격리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워낙 도심 한복판이라 그런지 도시의 부산스러운 분위기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자동차 경적소리가 기본 베이스로 깔려 있으니 영 절에 온 기분이 들지 않았다. 사찰 안은 기도를 드리러 온 신도들과 구경온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고, 산책 겸 운동삼아 바쁘게 걷는 사람들이나 기필코 인생숏을 건지겠다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에 차분함보다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열정 넘치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여기에 풍경도 빠질 수 없다. 산속 사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뷰다. 고층빌딩과 전통한옥의 기와지붕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풍경은 아마 봉은사 한정판일지도. 동서양의 조화,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다. 이렇듯 서울 산지 25년 만에 와본 봉은사는 기대와는 달랐지만 기대해도 좋을 만큼 가볼 만한 서울의 핫플인 것만은 분명하다. 조만간 오실 부처님을 기다리며, 봉은사로 마중 나가야겠다.

따뜻한 봄날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
봄꽃과 연등
봉은사 입구부터 시작되는 알록달록 연등
전통과 현대의 조화, 이런 절뷰 서울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직 봉은사에서만

<WALK NOTE>


봉은사 (奉恩寺)

봉은사는 서울의 중심지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 잡은 1,200여 년 역사의 천 년 고찰이다. 신라 원성왕 10년(794년) 연회국사가 창건한 봉은사는 숭유억불로 불교를 탄압하던 조선시대에서 불교의 명맥을 잇기 위해 애쓰신 보우스님의 원력으로 불교 중흥의 주춧돌이 되었다. 현재 코엑스 자리인 승과평에서 스님을 선발하는 승과고시를 실시해 한국불교의 선맥을 이은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의 걸출한 스승들을 배출하였으며 조선 후기에는 영기스님께서 판전을 세우고 화엄경 81권을 판각해 판전에 봉안하였다. 현재 판전의 현판 글씨는, 말년에 봉은사에 머물며 추사체를 완성시킨 김정희의 절필(絶筆)이다. 템플스테이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적으로 양질의 한국불교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도심 대찰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삼성동 73번지)
※주차가능

[입장료] 무료

[문의] 02 3218 4800 / http://www.bongeunsa.org:90/


참조 : 다음/위키백과, 카카오맵, 봉은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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