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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Mar 07. 2017

동서남북, 제주 한바퀴-남편

제주도, 4박 5일로 둘러보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제주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최고 인기 여행지 중 하나이다. 길거리에 낙엽이 바삭하게 밟히는 가을. 나는 4박 5일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어릴 적 가족끼리, 대학시절 친구들끼리 제주여행을 온 적이 있다. 가족여행은 너무 어렸을 적이라 내가 뛰놀던 해수욕장이 중문과 함덕해수욕장이라는 것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고, 친구들끼리 왔을 때는 한라산 등반을 목적으로 캠핑을 했던지라 다른 곳은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하는 이번 3번째 여행에서는 제주 전체를 한번 훑고 싶었다. 몇 번을 와도 부족할 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있다던데 그 소문의 진실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그렇게 야심찬 마음으로 지도를 펼쳐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4박 5일로 내 욕심을 다 채우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아쉽지만 이번에는 제주 외곽에 집중하기로 했다.


서, 남, 동, 북

해안도로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이렇게 완성된 4박 5일 제주 한 바퀴!

지금부터 시~작!


5일간 나의 길이 되어준 지도




< 남쪽 제주 >
용머리해안 ▶ 춘심이네 ▶ 중문 관광단지(1박) ▶ 쇠소깍 ▶ 정방폭포 ▶ 표선해안도로


# 용머리해안에 열린 작은 수산시장

한라산 백록담만큼은 아니더라도 용머리해안 역시 하늘이 허락해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만조나 기상에 따라 입장이 제한되기도 하기 때문. 다행히도 하늘은 오늘 우리를 허락해주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로 절경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주상절리 천국! 이국적이면서도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마치 SF 영화의 배경 한 장면 같다. 그 중심에 서서 아무 생각 없이 바다만 바라봤다. 강한 바람에 찰싹찰싹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눈앞에 펼쳐진 넓은 제주바다와 날 감싸듯 병풍처럼 둘러진 주상절리들이 나를 지켜주는 듯하다. 오랜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컬래버레이션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만약 누군가 제주 남쪽으로 오게 된다면 용머리 해안만큼은 꼭 한 번 들러 이 감동을 느껴보라.

 

마치 SF 영화의 배경 같은 주상절리의 모습에 카메라가 쉴 틈이 없다. 그러던 중 포착된 정겨운 모습. 해산물을 팔고 계시는 할머님들이다. 용머리 해안에 작은 수산시장이 열렸다. 시장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할머님께서 정겹게 말을 걸어오신다.

 

"아유~ 한 접시 하구가~"

 

싱싱한 해산물에 소주 한 잔. 그것도 용머리 해안에서.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지만 운전을 해야 했기에 정말 눈물을 머금고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나중에 꼭 다시 와서 한잔할게요~"

 

이렇게 기약할 수 없는 약속만을 드리고 작별 인사를 했다. 할머님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한 아저씨께서 말하길,

 

"저거 여기서 직접 잡은 것이 아니라 밖에서 사 와서 파는 걸지도 몰라."

 

솔직히 나도 잠깐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 싱싱했지만 깔끔하게 잘 포장이 되어 있는 해산물도 있는 걸로 봐선 갓 잡아 올린 것 같지는 않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출처가 어디든 그게 중요하겠는가? 할머님들이 그곳에서 팔고 있는 건 단순히 해산물과 소주 한 병이 아니라, 용머리해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아니겠는가? 여기에 할머님들의 푸근한 정은 덤! 이번 여행에서 그 따듯한 정을 느끼지 못하고 떠났지만 앞으로 몇 번이라도 다시 올 제주이기에 다음에는 꼭 할머님들의 정이 담긴 해산물과 함께 소주 한잔해야겠다.

용머리해안


# 춘심아~

4인용 테이블의 3분의 2 정도 되는 압도적인 길이. 그렇다고 삐쩍 마르지도 않았다. 남자로 치면 키 183cm에 몸무게는 75kg 정도 될 것 같은 이상적인 밸런스. 탄탄한 근육질. 접시에서 삐져나온 매혹적인 꼬리가 내 젓가락질을 유혹한다. 그 유혹에 넘어가려던 순간, 종업원이 내 젓가락질을 저지한다.


"잠시만요, 저희가 발라드릴게요."


그러더니 숟가락을 칼처럼 사용해 단칼에 가시를 발라낸다. 순식간에 몸통이 반으로 갈렸다. 갈라진 몸통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갈치의 오동통한 속살이 드러났다.


"나머지 잔가시들만 조심해서 드세요~"


먹을 때도 애초에 젓가락은 필요가 없었다. 숟가락 하나면 오케이! 흰쌀밥과 두툼한 갈치의 속살이 숟가락 위에서 혼연일체가 되어 입안으로 들어온다.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먹어본 갈치구이 중 최고!

춘심이네 통갈치 구이


# 제주 버킷리스트

4박 5일 제주여행을 통틀어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제주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당당히 1위를 차지했을 그것은 바로 쇠소깍에서 즐기는 투명 카약이다.

자자한 입소문에 따르면 가능한 일찍 가야 한단다. 늦게 가면 갈수록 대기시간은 길어지고, 자칫 기다리다가 영업시간이 끝날 수도 있다고… 우린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애초에 만들지 않기 위해, 비록 우리의 리듬과는 맞지 않지만 아침 일찍 서둘러 나서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서두른다고 서두른 게 고작 오전 10시다^^;; 역시 우린 어쩔 수 없는 올빼미형 인간들이다. 한발 늦었을 거라는 생각에 대기 시간을 피할 수 없겠구나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한산하다. 블로거들이 설레발을 친 건지 아니면 우리가 운이 좋은 건지, 아무튼 덕분에 대기 없이 바로 투명 카약에 올랐다.


“나는 노를 저을 테니, 낭자는 사진을 찍으시지요~”


보이지 않는 투명 카약의 규칙이다. 쇠소깍에서 투명 카약을 즐기고 있는 모든 커플들이 이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 남자는 노, 여자는 사진.


“스윽~”


천천히 노를 저으며 유유히 떠다니고 있는 우리 옆으로 거대한 물체가 다가온다. 넓은 나무 판때기 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다. 쇠소깍에서 탈 수 있는 가장 큰 배인 테우다. 투명 카약이 일반 보트라면, 테우는 유람선 격이다. 웃고 떠들며 우리를 쳐다보는 모습이 괜히 우리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괜한 오기가 발동한 나는 있는 힘껏 노를 저었다.


“끙,,, 끙,,,”

“ㅋㅋㅋ 됐어. 이제 그만해. 못 이겨~ 이겨서 뭐해. 천천히 가자.”


맞다. 이겨서 뭐 하겠는가. 괜한 자존심에 순간 삐뚤어져 괜히 힘만 뺐다. 팔이 퉁퉁 벌크업 됐다. 이 순간 가장 부러운 건 수상 자전거. 테우는 아직 괜한 미움이 남아있기도 하고, 선상 위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어 재미도 없을 것 같고, 대신 수상자전거는 다리를 쓰니 팔에 힘이 빠진 나로서는 재미도 있고 편안해 보였다. 다음에는 수상자전거를 타봐야겠다. 그때는 테우 네놈! 반드시 이기리라! 발은 손보다 빠르니까.

이제는 과거의 추억이 된 풍경, 현재 쇠소깍은 투명 카약 대신 나룻배 체험으로 바뀌어 새 단장을 했다.


# 동양 유일의 해안 폭포

남쪽 제주에는 가볼 만한 폭포가 6군데 정도 있다. 제주에 왔으니 폭포도 한 군데 정도는 들러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우리의 이동 경로와 가까운 폭포 한곳에 가보기로 했다.

 

“쏴아아아~~~"

 

아파트 10층 높이 정도 되는 절벽에서 굵은 물줄기가 떨어진다. 어디서부터 흘러온 물일까? 시작은 알 수 없지만 끝은 안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요란하게 떨어진 물은 제주 서귀포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동양의 어느 폭포도 바다로 흘러가는 폭포는 없다는데 제주 정방폭포가 바로 동양의 유일무이한 바다로 가는 폭포란다. 사실 익사이팅하고 재미가 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우리에게는 다소 지루한 코스였지만 긴장을 풀고 잠시 쉬어가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시원한 폭포 소리와 바다와 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을 보며 앞으로의 여행에 대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바다와 맞닿은 정방폭포


< TRAVEL INFO >


용머리해안

산방산 자락 아래 위치한 용머리 해안은 마치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용머리해안이라 불린다. 수천만 년 동안 층층이 쌓인 사암층 암벽이 파도에 깎여 기묘한 절벽을 이룬다. 마치 다른 행성계에 있는 듯한 SF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입장시간] 매일 9AM - 17PM (만조 및 기상악화시 통제)
*정확한 관람시간은 매일매일 다르다. 용머리 해안에 들어가는 길에 그날의 관람 시간이 안내되어 있는 표지판이 있으니 관람전 확인하거나, 사전에 산방산관리사무소로 문의할 수 있다.

[입장료]
  - 성인 2,000원
  - 청소년(13~24세/하사 이하 군인) 1,000원
  - 어린이,아동(7~12세) 1,000원

[전화] 064-760-6321 (산방산관리사무소)


춘심이네

화려한 방송 출연 경력을 자랑하는 제주의 대표적인 통갈치구이 맛집. 가격이 다소 비싼 감이 없지 않지만 깔끔하고 좋은 서비스 덕에 제주 통갈치구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본점에서 시작해 현재는 3호점까지 있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중앙로24번길 16

[영업시간]
  - 하절기(6월~9월) 매일 10AM - 20:30PM (Break Time 15:30PM - 17:30PM)
  - 동절기(10월~5월) 매일 10AM - 20PM (Break Time 15:30PM - 17PM)
   *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메뉴 및 가격]
  - 통갈치구이 2인/3인/4인 78,000원/108,000원/138,000원
  - 왕 갈치구이 160,000원

[전화] 064-794-4010


쇠소깍

효돈천 하구에서 솟아나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깊은 물웅덩이를 이룬 곳. 효돈의 옛 지명인 쇠둔우둔에서 '쇠'와 '우(소)'를 따고, 하구를 뜻하는 '깍'이 만나 쇠소깍이라 불려지게 되었다.
과거 투명 카약, 수상 자전거, 테우 체험이 있었지만 2016년 태풍 피해를 입고서 지역주민과 운영자 간의 갈등으로 2년간 운영이 중단되었다. 이후 2018년부터 문화재위원회에 조건부 승인을 받고 영업이 재개되었다. 이때 투명 카약은 전통 조각배로 변경되었다. 현재는 전통 조각배와 테우 체험을 할 수 있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쇠소깍로 128

[영업시간]
  - 하절기 매일 9AM - 18PM
  - 동절기 매일 9AM - 17PM
   *기상 악화시(비,바람,파도) 운항 중단

[승선료]
  - 전통조각배
    성인 2인 이하 / 1척 20,000원
    성인 2인 + 소인 1인 추가 / 1척 25,000원
  - 테우
    성인(1인) 8,000원
    소인(1인) 5,000원
    *24개월 미만 승선금지

[전화] 064-732-1562


정방폭포

한라산 남쪽 기슭에 발달한 폭포로,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폭포이다. 천지연폭포·천제연폭포와 더불어 제주도 3대 폭포로 불리며 멀리서도 시원한 폭포 소리가 들리고, 폭포 양쪽으로 주상절리가 잘 발달한 수직 암벽도 볼 수 있다. 1995년 제주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국가 명승 제43호로 승격되었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칠십리로214번길 37 정방폭포매표소

[영업시간] 매일 9AM - 18PM (일몰시간에 따라 변경 가능)

[입장료]
  - 일반 2,000원
  - 청소년, 군인, 어린이 1,000원

[전화] 064-733-1530


참조 : 네이버 플레이스/지식백과/블로그, 위키백과, VISIT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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