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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Nov 07. 2022

한국의 아이슬란드가 될 수 있을까?

꽤나 욕심이지만 마냥 불가능할 것만 같지는 않다

북유럽 오브 북유럽 아이슬란드는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자연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대자연 여행지다.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것 같고, 새삼 자연 앞에 인간은 먼지임을 깨닫게 되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보고 있으면 그냥 눈물이 난다. 라고 다녀온 사람들이 그러더라.

아이슬란드도 안 가본 사람이 감히 이런 말 하기는 뭐 하지만 간만에 애국심 좀 발휘해보면, 우리나라에도 아이슬란드와 닮은 대자연 여행지가 있다. 행정구역상 경기도지만 서울보다 북한이 더 가까울 것만 같은, 경기북부 포천시 영북면이다.

개인적으로 대학생활을 포천에서 했기에 친숙하지만 정말 학교만 왔다 갔다 하다 보니(모범생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포천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학교 뒷산인 왕방산(교가에도 나온다), 서울 한복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무봉리 순댓국의 본점, 이동갈비, 학교 축제 때마다 마셨던 이동막걸리, 그리고 당시 으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했던 산정호수가 전부였다. 아! 하나가 더 있다. 꼬꼬마 시절 가족끼리 한탄강으로 메기매운탕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내가 아는 포천 중 산정호수와 한탄강이 바로 영북면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포천시 영북면을 여행했다.




비둘기낭폭포에는 대박의 기운이 흐른다?

어라? 여기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아마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K-드라마 애청자라면 더더욱. 2009년 선덕여왕부터 추노(2010년 作), 괜찮아 사랑이야(2014년 作), 대호(2015년 作), 그리고 가장 최근으로는 2019년 킹덤까지. 비둘기낭폭포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 명소다. 비둘기낭폭포에 뭔가 특별한 기운이 있는 건지 하나같이 다 대박 난 대작들이다. 오호라~ 그럼 나도 여기서 촬영하면 대박 나는 건가?(평소 미신 같은 건 믿지도 않으면서 이런 건 또 잘 믿는다) 한껏 기대를 품고 비둘기낭폭포를 카메라에 담았다. 쏴아아아~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를 배경으로 인증숏도 찍고 폭포 주변으로 형성된 오랜 세월 현무암 침식의 흔적인 주상절리도 찍었다. 사실 현무암과 주상절리 하면 단연 제주도인데, 정갈하게 침식되어 규칙이 있어 보이는 제주 천제연폭포의 주상절리와 비교하면 비둘기낭폭포의 주상절리는 다소 불규칙했다. 제주 천제연폭포와 같은 주상절리에만 길들여져 있어 그런지 비둘기낭폭포의 주상절리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촬영한 사진들을 하나하나 다시 확인하면서 뭔가 대박 조짐이 왔다. 사진을 너무 잘 찍어서? 가 아니고 만수의 비둘기낭폭포를 보는 게 누구에게나 허락된 건 아니기 때문. 마치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만수의 한라산 백록담처럼 말이다. 블로그나 SNS를 찾아보니 폭포 없는 비둘기낭폭포를 보고 온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나는 운이 좋았다.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 그리고 며칠 뒤, 소소하지만 실제로 좋은 소식이 하나 들어왔다. 비둘기낭폭포에는 정말 대박의 기운이 흐르나 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비둘기낭폭포가 있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입구
야외에 전시된 종류별 암석들, 공원 곳곳에 있는 비둘기를 찾는 재미가 있다
공원에서 보이는 한탄강 하늘다리
비둘기낭폭포 필모그래피
비둘기낭폭포로 내려가는 길 (또 비둘기 발견!)
비둘기낭폭포의 대박 기운을 받아 포천시 공식 관광홍보 계정인 막 끌리는 포천(@pcstour__)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었다 (소소한 좋은 소식의 진실)
비둘기낭폭포 전경
비둘기낭폭포 직관 중
비둘기낭폭포 감상하시죠
삐뚤빼뚤 불규칙적인 주상절리와 폭포수가 흘러내려가는 협곡

[이용시간] 매일 9AM-18PM

[문의] 031 5385 2106


국내 유일의 뷰를 가진 다리

언젠가부터 다리가 국내여행의 트렌드 중 하나가 되면서 곳곳에 출렁다리들이 생겨났다. 저마다 국내 최장이라 우기며(누가 진짜 최장인지 다 모여서 키재기 한번 해보고 싶다)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포천에도 출렁다리가 있다.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한탄강 하늘다리. 여타 다리와는 다르게 국내 최장이라 우기지는 않지만 국내 유일이라 내세우는 게 하나 있다. 바로 현무암 침식 하천이라는 것. 한탄강 하늘다리에서 바라보는 협곡 뷰는 단연 국내 유일의 현무암 침식 협곡 뷰인 셈이다. 오직 포천 한탄강 하늘다리에서만 볼 수 있다. 국내 유일의 협곡을 만나기 위해 바람에 출렁거리는 다리에 발을 디뎠다. 다리 중간지점에 도착하니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뷰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라고 하면 솔직히 뻥이고, 그래도 육지와 육지 사이를 빵칼로 케이크 자르듯 홈을 내서 물길을 만든 것 같은 게 자연의 신비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조금만 벗어나도 여느 평범한 땅과 다를 것 없는 곳인데, 경기도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꼭 숨겨진 비밀의 스폿을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리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게 스카이워크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굳이 왜 이런 걸... 하겠지만 나처럼 공포와 스릴을 즐기는(변태는 아닙니다만) 소위 스릴러들에게는 소소한 즐길거리다. 말 그대로 진짜 소소한 스릴이다. 암~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아마도 나와 같은 스릴러들이 조금 더 즐거우려면 스카이워크라는 단어 그대로 유리마저도 없애고 진짜로 뻥 뚫려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국내 유일을 넘어 내친김에 세계 유일까지 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 유일 바닥이 아예  뻥 뚫린 출렁다리.(ㅎㄷㄷ;) 어차피 안전상의 이유로 절대 불가할 테니 그냥 혼자만의 상상이자 아무 말 대잔치 한 번 해봤다. 상상은 자유니까.

한탄강지질공원에서 바라본 한탄강 하늘다리와 협곡
한탄강 하늘다리 주차장 입구에서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걷는 트레킹족을 종종 볼 수 있다
멍우리 협곡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탄강 하늘다리, 협곡 위 50m 높이를 걷는 모습이 아찔하다
멍우리 협곡 전망대에서
한탄강 하늘다리 스카이워크, 미안하지만 저는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다리 중간지점에서 바라본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

[이용시간] 9AM-18PM

[문의] 031 538 2114


예습이던 복습이던, 선택은 자유 방문은 필수

한탄강 주상절리는 인증숏 배경으로 아주아주 훌륭하지만 단순히 인증숏만 찍고 가기에는 너무너무 아까운 여행지다. 이래 봬도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지질공원인데 말이다. 그래서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 지질공원을 테마로 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센터. 이곳에서 한탄강 주상절리의 탄생부터 형성 과정까지, 한탄강 일대 지질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우선 외관부터가 대놓고 '지질공원센터'다. 네모 반듯 길쭉한 막대기들을 테트리스 하듯 쌓아 올린 것 같은 게 누가 봐도 주상절리다. 'ㄷ'자 형태의 건물에 움푹 들어간 부분에 입구가 있는데 입구로 걸어 들어가는 길 사방으로 주상절리에 둘러싸여 있으니 마치 주상절리 속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 같았다. 비밀의 문을 통과하니 한탄강 주상절리의 비밀이 낱낱이 드러났다. 약 50만 년 전 용암 분출부터 용암이 굳어져 현무암 지대가 형성되고 이후 상류의 강물에 의해 깎이고 깎여 현재의 협곡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그 주변으로 시작된 구석기시대 인류의 역사부터 현재까지.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센터는 그야말로 한탄강 자서전이었다. 성은 ’한 ‘이요, 이름은 ’ 탄강‘인 위인의 일대기를 읽는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약 5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위인치고 무진장 오래도 살았다. 하물며 현재도 살아있으니.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센터는 어쩌면 대부분에게 다소 매력적이지 않은 여행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 멋지고 신비로운 자연을 카메라에 담아 SNS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여행이 되겠지만 알고 보면 더 많이 보이고, 이로서 남들은 보지 못하는 나만의 시선을 갖게 된다면 여행은 한층 더 풍성해질 것이다. 또한 여행기록 측면에서도 카메라로 포착한 순간의 프레임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머리와 가슴에 깊이 남아 굳이 SNS에 올리지 않아도 또렷하고 짙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예습으로 먼저 봐도 좋고 나중에라도 복습으로 봐도 좋으니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센터만큼은 꼭 한 번 들러보시길.


한탄강세계지질공원센터
주상절리 콘셉트의 외관 디자인
한탄강세계지질공원센터 로비
지질관 | 용암이 만든 강
지질문화관 | 삶이 흐르는 강
지질공원관 | 다시 태어난 강

[관람시간] 평일/주말/공휴일 9AM-18PM(입장마감 17:30PM) | 매주 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문의] 031 538 2312/3129 (체험 프로그램 및 대관 )


명불허전 포천의 랜드마크

포천이라는 지명은 몰라도 산정호수는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예부터, 그러니까 내가 꼬꼬마였을 시절에도 이미 산정호수는 핫한 국내여행지였다.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게 1977년이고 그 이전에 포천 영북면 지역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되었다고 하니(무려 1925년 일제강점기 때의 일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산정호수가 곧 포천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산정호수가 포천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대학생이 되고 나서다. 학교가 포천에 있다 보니 스쿨버스 안에서 산정호수 이정표를 보게 된 것. 4년을 왔다 갔다 할 학교이기에 언젠가 산정호수 한 번쯤은 가보겠구나 했는데 졸업할 때까지 끝내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뚜벅이라서? 같은 포천이라 가까울 줄 알았는데 차로도 1시간이나 걸리고 대중교통으로는 차편도 자주 없거니와 2시간 남짓 걸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니 같은 포천 맞나? 무슨 절도 아니고 이렇게 세상 깊숙한 곳에 호수를 만들어놨는지. 경기도가, 포천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나의 첫 산정호수는 차가 있는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나서다. 사실 '산정호수'하면 중년들의 놀이터라는 오해와 좋지 않은 뜬소문들이 있어 분위기가 어떤지 상당히 궁금해했었는데 산정호수에 대한 내 첫 이미지는 그냥 '와~ 넓다'였다. 호수라 하면 한눈에 다 담기는 동그란 물웅덩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나였기에 180도로 빙~ 둘러봐도 눈에 다 담을 수 없는 산정호수를 보고는 꽤나 놀랬더랬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어언 2년 만에 다시 찾은 산정호수는 명불허전, 여전히 '포천'하면 산정호수라 할만했다. 호숫가는 조각상들이 설치되어 있어 야외 미술관이나 다름없었고 호수에서는 오리배, 자동차 모양의 배(붕붕), 동그란 바구니 같은 배(도넛 보트)들이 유유자적 떠다니고 있었다. 산속의 놀이공원인 산정랜드는 아쉽게도 비 때문에 파리 날리는 중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바이킹은 홀로 열심히 진자운동을 했고 다른 놀이기구들도 이에 질세라 요란하게 빈 수레를 굴리며 '우리 영업합니다~'라고 사방팔방 떠들어댔다. 갸륵하게도 그 정성이 통했는지 이따금씩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아악~~~ 분명 바이킹을 탔으리라. 자칭 스릴러로서 바이킹을 그냥 지나치는 게 섭섭하긴 했으나 놀이공원이 아닌 유원지에서의 바이킹은 역시나 선뜻 내키지 않았다.(과거 월미도, 임진각평화누리공원, 산정랜드 등의 유원지 놀이기구들은 허술한 안전장치로 악명이 높았다)

산정호수
호숫가는 야외 조각 공원
산속의 놀이공원, 산정랜드

아쉬운 마음 고이 접어 두고 산정호수 데크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바이킹 타는 소리에 잠시 흥분했던 마음이 산정호수의 풍경 아래 이내 잠잠해졌다. 가 잠시 후 다시 아아아아악~~~ 누군가 또 바이킹을 탔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심장이 다시 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산정호수는 이런 곳이다. 자연 앞에 힐링하다가도 자연 속에서 신나게 놀 수도 있는 곳. 오랜 시간 포천의 랜드마크 담당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입장시간] 24시간 개방 (365일 연중무휴)

[이용요금] 경차 1,000원 | 소형차 2,000원 | 중형차 5,000원

[문의] 031 532 6135



흔히들 서울 혹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논할 때 한강의 기적이라 이야기하곤 한다. 이렇듯 나라나 도시, 지역의 발전은 강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포천 영북면에는 한탄강이 있다. 한탄강을 중심으로 역사, 문화, 관광자원들이 발굴되고 개발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물론 여전히 더 갈고닦아야 할 부분은 있겠지만 먼 옛날 용암지대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한탄강의 기적이라 불릴만하지 않을까? 한탄강의 기적을 앞세워 언젠가 한국의 아이슬란드로 불릴 날을 기대해본다. 그날까지 난 여행자로서 포천 영북면을 더 자주, 더 깊이 여행해보련다. 나의 여행이 곧 또 다른 누군가의 여행을 부를 테니까.




+들러가기 좋은 곳


PLACE 돌담병원

세트장인 줄로만 알았던 그 병원이 실제로 존재한다. 돌담병원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메인 배경이 되는 촬영지다. 사실 딱히 뭐 없고 딸랑 병원 건물 하나 있지만 드라마 애청자라면 인증숏은 필수.

돌담병원

입장료 무료 (주차가능)


CAFE 가비가베(GABIGABAE)*

전통한옥 외관의 갤러리&카페. 한옥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커피뿐만 아니라 전통차 종류도 있어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시그니처는 하루를 기다려 만든 베이글.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여 3번의 발효과정과 하루 숙성을 거쳐 만든 건강한 빵이다. 매장 수제크림치즈와 함께 곁들이면 입 안이 즐거워진다.

내외부는 한옥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고 갤러리이기도 한만큼 곳곳에 앤티크 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어디서 찍어도 예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한옥을 배경으로 정원에서 찍는 인증숏이 이곳의 시그니처 포토존.

*가비가배 : 개화기 당시 국내에 들어온 커피를 음차(音借)해 가비(假備) 또는 가배(珈琲)라고 불렀다고 한다.
갤러리&카페 가비가베
앤티크 한 내부

[영업시간] 월-금 10AM-17:30PM | 토,일(공휴일) 9:30AM-18PM

[메뉴 및 가격] 아메리카노 5,000원 | 베이글(플레인) 3,500원

[문의] 031 535 3460 | https://www.instagram.com/gabiga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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