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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Nov 11. 2022

서울 단풍 구경

서울 단풍 놀이 가볼 만한 곳

1. 덕수궁 돌담길

덕수궁 돌담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연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괴담(?)이다. 괴담이 생긴 이유로 말할 것 같으면 현 서울시립미술관이 과거에는 서울가정법원이었기에 이혼하러 가는 부부들이 많이 다녀서 그랬다니 나름 일리가 있는 괴담이나, 그러거나 말거나 주말 오후의 덕수궁 돌담길은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로 가득했다.(혹시, 헤어지려고 온건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서는 돌담을 무대 배경 삼아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앞에서는 친숙한 대중가요가, 뒤에서는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가, 중간에서는 마치 작당모의하는 것 같은 정체모를 공연이 펼쳐졌다. 대중가요는 내 취향의 곡이 아니라 패스, 정체모를 공연의 정체는 눈알이 휙휙 돌아가다가 결국에는 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매직쇼였다. 딱히 마술에도 흥미가 없어 패스, 결국 제일 뒤쪽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퍼지는 공연에서 멈춰 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하지만 바이올린의 선율과 덕수궁 돌담길 분위기의 케미가 찰떡이었다. 따사로운 햇살에 노랑게 물든 은행나무와 거리에 적당히 떨어진 노란 잎, 한가롭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같이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좋은데 누가 여기 오면 헤어진대?! 이제는 그만 괴담이 미담으로 바뀌어야지 않을까 싶다. 함께 걸으면 사랑과 행복이 싹트는 걸로.

덕수궁 돌담길 버스킹 공연
가을가을한 덕수궁 돌담길 | 그래비티 니팅 전시회의 일환으로 나무들이 알록달록 니트옷을 입었다
돌담위로 보이는 덕수궁 단풍 | 돌담길에 왔으면 벽에서 사진 한장은 남기는 게 국룰


2. 정동길

차 없는 거리가 아닌데도, 도시 한복판에 있는데도 도시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여유와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지는 길. 그래서 나도 모르게 도로 중앙선까지 나가 사진을 찍다가 마주오는 운전자의 레이저를 맞았다. 얄짤 없군...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말은 취소. 그래도 도시는 도시였다. 인정머리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물론 내가 잘못했지만^^;;) 그럼에도 계속 오가는 차들 눈치를 보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도로 한복판에 서서 바라보는 가을의 정동길은 은행나무 터널 같았다. 한쪽 길에서 맞은편 길을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트렌디한 가게들이 운치를 더했다. 근데 다음에는 평일에 와야겠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디 하나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 이렇게 운치 있는 곳에서 커피 한잔을 못하고 가다니?! 아쉬우면서도 기다리는 건 또 싫은 이 간사한 나란 놈을 대체 어찌해야 할고. 어쩔 수 없으니 미련을 버리고 이만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 없는 거리 아님 주의
은행나무 터널


3. 덕수궁

색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얼핏 주워들은 얕은 지식으로 자연에 가까운 색이 보기에도 편하고 안정감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옷 코디와도 관련된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면에서 단풍과 덕수궁은 찰떡궁합이었다. 궁궐 안에 자연의 색, 특히 단풍의 색이 모두 다 들어있었다. 외벽 기둥은 붉은색, 문틀은 노란색, 기와지붕 아래에는 청록색. 어쩐지 단풍과 잘 어울리더라니. 사계절 아름답지만 유독 가을이 예쁜 이유가 다 있었다. 덕분에 밋밋했던 내 핸드폰 앨범이 알록달록 해졌다.

단풍의 색을 모두 가진 덕수궁 중화전
단풍의 따듯함과 도시의 차가움, 대비되는 두 색의 조화
덕수궁의 숨겨진 사진 스폿 (어딘지는 안알랴줌~)
석조전에서 바라본 덕수궁의 가을(같은 곳 다른 풍경)
덕수궁 연못


경복궁으로 가는 길...

동유럽 갬성의 대한성공회(사진은 서울마루 옥상에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옥상에서 담은 경복궁(무료 개방이라는 사실!)
옥상뷰 영상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옥상에서 바라본 광화문 광장 일대


4. 경복궁(feat. 국립고궁박물관)

말해 뭐해? 경복궁인데.  꼭 단풍이 아니어도 무엇을 구경하든 기대 이상의 풍경을 보여줄 서울의 랜드마크. 역시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은 경회루, 가 아닐까 했는데 가을의 경복궁은 경회루보다 향원정이었다. 한마디로 향원정이 다했다. 연못에 비친 향원정과 파란 하늘, 여기에 울긋불긋 단풍과 마침 서서히 저물어 가는 햇빛이 요리의 킥(셰프의 결정적인 한수)처럼 거들어주니 이번만큼은 감히 말하건대 경회루를 이겼다.

올가을 경복궁은 향원정이 접수했다
날씨도 열일했다
좌 국립민속박물관 우 남산타워
해가 질 시간이 다가오면서 비스듬히 비추는 햇살에 한층 더 가을 분위기가 났다

경복궁 마감 안내 방송과 동시에 경복궁을 나왔다. 그리고 향한 곳은 경복궁 옆 국립고궁박물관 옆 은행나무. 경복궁 안에도 은행나무 스폿이 있는데 평년보다 잎이 빨리 떨어진 바람에 바닥만 샛노랗고 나무는 살짝 앙상했다. 그래서 머리숱 많은 은행나무 어디 없나 찾던 중 경복궁 담벼락 너머로 무성한 머리숱을 자랑하는 은행나무 한그루가 보였다. 고궁박물관 옆에 있다는 걸 알고서는 경복궁을 나오자마자 그곳으로 향하게 된 것. 사실 이곳 역시도 예전부터 경복궁의 대표적인 은행나무 스폿으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은행나뭇잎 반 사람 반이었다. 나무 아래 벤치는 앉을자리가 없었고, 나무를 빙 둘러 대략 반경 50m 정도는 사진을 찍느라 은행나무를 등지고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느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나 한 바퀴 빙 둘러보며 간을 보다가 마침 빈틈이 생겨 날름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커다란 은행나무와 은행나뭇잎으로 샛노래진 잔디밭도 담아야겠고, 나도 담아야겠고, 사람들은 담기 싫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이건 불가능하다는 걸 직시하고는 욕심을 버렸다. 사람들과 다 같이 함께 찍는 걸로. 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는 하나라며 정신승리했다. 프라이빗하게 즐기고 싶다면 평일에 오시길.

올가을 경복궁 최대 은행나무 스폿, 하늘 빼고 다 노랗다
벤치에 앉아서, 주변을 맴돌며 은행나무를 만끽하는 사람들
(그나마) 이게 최선이었다
멀리서 보아야 다 담긴다


단풍 없이도 예뻤던 경복궁...

한복 입은 소녀들
아무리 그래도 경회루가 빠지면 섭하다
처마 아래에서 가을하늘 담기
지나가다 문득 포착한 정형적인 프레임
근정전과 근정문


5. 효자로

효자로 일대는 본래도 항상 통행량이 많은 길이지만 요즘은 청와대 가는 사람들로 한층 더 북적거린다. '효자'라는 길 이름은 인근 효자동에서 유래되었다. 그렇다면 효자동은? 조선 중기 때 효자로 소문난 두 형제 살았던데서 유래되었단다. 설마 효자동의 효자와 효자로의 효자가 진짜 그 효자(孝子)를 의미하는 건가 싶었는데 사실이었다니, 효자로를 걷고 있는 불효놈은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 와중에 효자로는 왜 이리 예쁜 건지. 예쁜 거 나만 보지 말고 엄마에게도 보여줘야겠다 싶어 카메라에 담았다.(이 무슨 억지스러운 효자 코스프레인가?! 역시 난 불효놈)

횡단보도가 파란불로 바뀌었을 때 가운데로 달려가 후다닥 찍은 효자로의 가을
일행이 찍어준 파파라치 컷


6. 삼청동(feat. 북촌)

효자로를 따라 청와대 방면으로 쭉 가면 청와대 앞 효자동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우측으로 청와대로를 따라 걸으면 삼청동으로 이어진다. 삼청동 거리에 도착했을 때는 본격적으로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카페와 옷가게들이 하나둘씩 조명을 밝혔고, 유명 맛집 앞에는 이미 웨이팅이 한창이었다.(특히 삼청동수제비는 도저히 못 먹겠더라) 서울 단풍 구경의 대미를 장식할 겸 저녁도 먹을 겸 왔건만 여기서는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저녁 대신 노을 잡으러 북촌으로 향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북촌에 도착하니 어느새 붉그스름했던 하늘이 보랏빛으로 변해있었다. 조명이 켜진 도시와 낮동안 숨어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미완의 달을 바라보며 알찬 서울 단풍 구경을 마무리했다. 올가을, 단풍 사냥 대성공!

청와대 앞 청와대로도 단풍 맛길
노을지는 삼청동 거리
어느덧 보랏빛으로 변한 하늘, 마무리는 달사냥
[서울 단풍 구경 코스]
덕수궁 돌담길-정동길-(다시 회귀해서)-덕수궁-경복궁-국립고궁박물관 옆 은행나무-효자로-청와대로-삼청동-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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