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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Jan 05. 2023

지극히 주관적인 해운대블루라인파크 여행기

두 효놈의 부산 효도여행 - Episode Ⅳ

어느덧 두 효놈의 부산 효도여행 막바지. 엄마에게 바다를 보여준 것 말고는 특별한 여행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여행 내내 내심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만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회심의 마지막 여행지가 바로 요즘 부산에서 가장 핫하다는 해운대블루라인파크였기 때문.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을 태워줄 생각에(아니 그보단 내가 탈 생각에^^;) 한 껏 들떠 있었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지만 우린 해운대가 아닌 송정으로 향했다. 해운대정거장인 미포정거장에서 출발하는 티켓이 없어 종점인 송정정거장에서 출발하는 티켓을 예매한 것. 일단 송정에 도착해 송정에 올 때마다 늘 먹고 가는 물회 한 사바리 들이키고, 바다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송정정거장으로 가는 길에 서핑의 성지 송정해수욕장을 들렀다.


"아이고, 춥지도 않나들 비 오는데. 뭐 그리 좋다고들 바다에 들어가 있어."


비가 오락가락하고 우산이 뒤집힐 만큼 바람이 심하게 부는 와중에도 서퍼들로 물 반 사람 반인 모습에 엄마와 동생은 살짝 문화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서핑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네."


서핑을 처음 목격한 사람이 내뱉는 단골멘트. 딱 이곳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핑에 입문할 당시 나 역시도 같은 말을 중얼거렸더랬다. 송정해수욕장에 온 김에 해수욕장 끝에 있는 죽도산 송일정까지 가보려 했으나 가만히 서있어도 휘청거릴 만큼 점점 강해지는 비바람 때문에 기차 시간보다 조금 일찍 송정정거장 대합실로 피신했다.

송정정거장은 송정역, 부산 지하철 동해선 송정역 말고 폐역 송정역을 리뉴얼해 만든 해운대블루라인파크의 종점정거장이다. 역사 안 대합실은 티켓 매표소로 운영되고 있었고 뒤편으로는 옛 철길과 승강장이 있는 철길테마공원이었다. 공원은 해운대에서부터 타고 온 사람들, 송정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승강장 양옆에 정차인지 전시인지 모를, 무튼 멈춰서 있는 해변열차 옆에서 인증숏을 찍는 사람들과 탑승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이 엉켜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엄마는 복잡한 곳을 피해 철길 위에 서더니 자연스레 포즈를 취했다. 사진 찍으라는 무언의 제스처에 난 순순히 응했고 이왕 자리 잡은 거 동생도 불러 세우려는 찰나, 본격적인 줄 서기 쟁탈전이 시작되어 열일 제쳐두고 후다닥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줄 서기 쟁탈전이 필요한 이유는 해변열차의 한정된 자리 때문. 앉지 못하면 서서 가야 한다. 복불복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건 다음 열차를 타는 한이 있더라도 바로 앞에서 줄이 끈기는 게 베스트. 그런데 한 차가 실어가고 난 후 우리 앞에 3줄이 있었다. 약간 애매했다. 앞서 탄 사람들을 보니 둘째 줄은 되어야 안전빵이던데. 나와 동생은 몰라도 엄마만큼은 자리에 꼭 앉히리라 다짐하며 눈치를 켜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들어온 열차. 하차 완료 후 탑승 개시! 사람들은 안전요원들의 통제하에 질서정연하면서도 신속하게, 마치 블랙프라이데이에 백화점 오픈런 하듯 탑승을 시작했다. 뒷줄, 가운데, 앞줄. 왼쪽, 오른쪽. 어디로 가는 게 확률이 높을지 수학적 계산보다는 육감적 직관과 순발력이 필요한 상황.


"오! 저기로 가자. 저기!"


열차에 올라서면서 순간적으로 비어있는 자리를 발견하고는 일단 덩치 큰 동생을 등 떠밀었다. 면적이 큰 놈이 먼저 가야 넓게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테니. 세이프! 착석 성공. 그제야 눈치도 신경도 끄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릴레~~~엑스.


평화로운 우리와 달리 입석이 한창인 열차 안은 한동안 어수선했다. 출퇴근길 지옥철처럼 입석까지 꽉꽉 채우고서야 드디어 출발! 근데 어라!? 이거 어디선가 한 번 봤던 것 같은 장면인데. 꿈에서 봤나? 때아닌 데자뷔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동해바다열차가 떠올랐다. 동해바다열차의 모노레일 버전이랄까? 크기도, 길이도 작고, 속도도 느렸다. 통유리창을 바라보며 옆으로 게걸음치듯 움직이는 건 똑같지만 보이는 풍경도 달랐다. 동해바다열차는 정말 한도 끝도 없이 동해바다만 보였던 걸로 기억나는데, 해변열차는 부산바다뿐만 아니라 해변과 그 주변 풍경까지 눈에 담겼다.(때로는 건물들에 가려져 바다가 안 보였다.) 그래서 이름도 동해'바다'열차고, '해변'열차인 건가 싶다.

송정정거장에서 출발해 구덕포, 다릿돌전망대를 지나 청사포정거장에 가까워지자 창문으로 바깥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게 되는 민망한 상황이 자주 일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청사포정거장 주변은 지나가는 해변열차를 찍을 수 있는 핫스폿이었다. 사람들은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다가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을 담았다. 그러면서 열차 안에 있는 우리들을 보며 손을 흔들어댔다. 괜히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응해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니 고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내 팔은 어느새 허공을 향해 흔들고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_^ 내 의지로 들어 올린 팔이 아니다 보니 왠지 굴욕적. 그럼에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송정역(폐역), 지금은 해운대블루라인파크 송정정거장
멈춰있는 해변열차 | 철길에서... | 착석 기념 셀카^^ V
해변열차 출발!
부산 바다가 가장 잘 보였던 다릿돌전망대-청사포 구간
청사포정가장 도착


사람들의 환호(?) 속에 청사포정거장에서 하차했다. 스카이캡슐로 환승하기 위해. 만약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 사이 환승할인이 있다면 아마 절대! 환승할인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 4인승이지만 대부분이 2인승으로 이용하는 캡슐을 타려면 세월아 네월아 기다려야 하니까. 청사포에서 미포(해운대)까지 편도기준 약 30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기다리는데만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처음에는 로봇청소기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알록달록 네모난 귀요미들을 보는 맛에 기다리는 재미라도 있었지, 계속 보다 보면 색깔만 다르지 다 거기서 거기고 그저 내 차례는 언제 오나, 저 앞사람들은 커플인가 가족인가, 제발 대가족이길 바라며 혹은 커플여행 중인 4인이길 바라며 1분 1초마다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야 했다.

알록달록 귀요미들
로봇청소기처럼 프로그래밍되어 움직이는 녀석들
이제 볼만큼 봤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쫌!


마침내 인내심의 한계를 갱신하고 탑승했다. 스카이캡슐을 탄 느낌, 캡슐 안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해안 절경 따위의 느낌은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다 떠나서 앉을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잠시 행복에 취해있는 동안 어느 정도 에너지가 충전이 됐고 그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창문이 있어 앞뒤, 좌우 풍경을 바라보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마주 보고 있는 서로를 찍어주었다. 그게 다다. 스카이캡슐에서 할 수 있는 건. 스카이캡슐 내에서는 지정된 먹을거리 한에서 취식이 가능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먹지 않으면 계속 찍고 봐야 하는데 천천히 움직이다 보니 감흥이 떨어질 때까지 보고 또 볼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별 새롭거나 놀라울 게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심해졌다. 그러자 기다림의 여파가 다시 올라와 피곤함에 대화마저 끈기니 캡슐 안은 엔진소리와 창문사이로 부는 바닷바람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피곤에 지쳐 탑승했다가, 잠시 발랄했다가, 다시 지친 채로 미포정거장에 도착했다.


청사포에서 출발!
출발하면서 소울리스로 찍은 영상
숲속을 지나 해운대로
숲속을 지나며... 바람소리 주의
바다가 가장 잘 보였던 구간
궂은 날씨의 부산 바다
줄줄이 소시지처럼 지나가는 청사포행 스카이캡슐들
미포정거장 도착!


미포정거장 푸드트럭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다시 해변열차 탑승 줄에 섰다. 다시 돌아가야 했다. 송정정거장으로. 애초에 왕복티켓이었고 차가 송정에 있었다. 돌아갈 땐 다행히도 스카이캡슐 환승 없이 해변열차로만 가야 했다. 스카이캡슐은 편도만 끈은 게 신의 한 수였다. 이번에는 자리 복불복 실패ㅠㅜ 기다렸다가 다음 열차를 탈까도 싶었지만 그러기엔 스카이캡슐 웨이팅으로 기다리는 데는 질린 나머지 그냥 입석을 선택했다. 25분만 버티면 된다. 제일 뒷줄에 입석을 하게 되었는데 뒤에서 서서 보니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풍경보다 사람들 뒤통수가 압권이었다. 다들 저 투명한 네모를 통해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고 싶어 이걸 탔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현타가 왔다. 문득 엄마의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에 대한 총평이 귀에 아른거렸다.


"에이~ 이거 타는 거보다 산책길로 걷는 게 훨 낫겠다. 밖에서 이거 보는 게 더 이쁘지, 이거 타면 이거 못 보잖아."


전적으로 핵공감! 그래, 한 번 타봤으니 됐다. 다음에는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 그린레일웨이*를 걸으며 유리창을 거치지 않은 두 눈으로 부산의 해안 절경을 담아보련다. 짠내 나는 바닷바람도 맞아가면서. 물론 청사포에서 복수도 빼놓지 않을 거고.


*그린레일웨이 : 동해남부선 고가 선하부지 유휴공간에 조성된 산책로. 산책로 뿐만 아나리 녹지와 시민편의시설 등 다양한 테마 휴게 쉼터가 있어 시민들에게 걷는 즐거움과 지역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참조 : 다음/위키백과, 카카오맵,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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