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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Apr 15. 2017

동서남북, 제주 한바퀴-북편

제주도, 4박 5일로 둘러보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제주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최고 인기 여행지 중 하나이다. 길거리에 낙엽이 바삭하게 밟히는 가을. 나는 4박 5일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어릴 적 가족끼리, 대학시절 친구들끼리 제주여행을 온 적이 있다. 가족여행은 너무 어렸을 적이라 내가 뛰놀던 해수욕장이 중문과 함덕해수욕장이라는 것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고, 친구들끼리 왔을 때는 한라산 등반을 목적으로 캠핑을 했던지라 다른 곳은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하는 이번 3번째 여행에서는 제주 전체를 한번 훑고 싶었다. 몇 번을 와도 부족할 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있다던데 그 소문의 진실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그렇게 야심찬 마음으로 지도를 펼쳐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4박 5일로 내 욕심을 다 채우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아쉽지만 이번에는 제주 외곽에 집중하기로 했다.


서, 남, 동, 북

해안도로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이렇게 완성된 4박 5일 제주 한 바퀴!

지금부터 시~작!


5일간 나의 길이 되어준 지도




< 북쪽 제주 >
월정리 해변 ▶ 남바마 버거집 ▶ 김녕성세기해변 ▶ 제주공항


# 더 늦기 전에 월정리

월정리에서 묶는 3일 동안 하루도 월정리에서 논 날이 없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니느라 결국 마지막 날이 돼서야 찾게 되었다.


“오늘은 월정리 뽀개기다!”


월정리 해변에는 월정리 바다를 품은 트렌디한 브런치 카페들이 즐비해있다. 그렇다 보니 고작 1km도 채 안 되는 짧은 거리에 렌터카와 사람들로 빼곡하다. 좁은 골목도 아닌데 차들은 마치 홍대 거리를 뚫고 가듯이 사람 조심해서 지나가야만 한다.


“와~ 뭐가 많이 생기네~”

“그러니까, 이제 그만 생겨도 될 것 같은데…”


여행자의 입장에서 즐길 거리가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특히나 이렇게 아름다운 월정리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야 카페든 음식점이든 두 손들고 환영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생기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월정리가 훼손되는 것 같아 괜히 우려스러웠다. 약간은 시골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우리 젊은 청춘들의 감성에 맞는 카페도 있는 것이 월정리에 매력인데, 너무 트렌디한 감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시골스러운 풍경과 아름다운 해변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았다. 아마 몇 년, 아니 이 속도라면 어쩌면 몇 달 후면 육지의 흔한 카페거리와 같은 풍경을 월정리에서 보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지금의 이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와서 참 다행이다.


# 남쪽에서 바람 부는 마을

제주하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는 해변을 많이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동네 마을 풍경이 진짜 제주의 모습이 아니까 한다. 낮은 돌담으로 둘러 싸인 가정집들. 네모반듯 깍두기처럼 삭막하게 썰어놓은 육지의 아파트와는 반대로 따듯함이 있다. 


트렌디해서 좋았지만 트렌디해서 금방 질려버린 우린 월정리 해변을 등지고 마을이 있는 안쪽으로 들어왔다.


"해변도 이쁘긴한데, 난 이런 마을이 더 좋아. 돌담!"

"그지? 나도 그래. 우리... 늙었나보다 이제.ㅠㅠ"

"난 아직 아니거든!!!"


돌담을 따라 티격태격 걷고 있는데 한창 제주스러운 마을 한가운데 톡톡 튀는 트렌디한 집 한채가 보인다. 이 안쪽까지 카페가 들어선 건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남쪽에서 바람 부는 마을...? 마을 안에 있는 또 다른 작은 마을? 은 아니고 수제 햄버거 집이다. 줄여서 남마바(쪽에서 람 부는 을). 남바마 버거집이다. 마침 출출했던 우리는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이곳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기에 가장 일반적인 메뉴 하나, 가장 잘나가는 메뉴 하나를 추천받아 주문했다. 먼저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이 주문한 버거가 차례로 나온다.


"오~~~ 비주얼갑!"


접시를 꽉 채운 먹음직스러운 버거가 나왔다. 너무 먹음직해도 먹기가 아깝게 느껴진다는 걸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 음식을 앞에 두고 보고만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닌 법! 자고로 맛있는 음식은 맛있게 먹어줘야 한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한입 입에 넣는다. 그 맛은...? 지금까지 먹어봤던 버거들 중 단연 최고다! 자질구레하게 이 표현 저 표현 붙이기 보다 그냥 '맛있다!' 한마디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다. 실제로 먹으면서 했던 유일한 말이기도 하다. 너무 맛있게 먹느라 대화 한 줄 없었던 우리는 다 먹은 후 드디어 첫 대화를 했다.


"앞으로 제주도 오게 되면 남바마는 꼭 한 번 들르자."

"그지?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너무 잘 먹었다."


※ 현재 남바마 버거는 없어지고 그 자리 그 건물은 다른 음식점으로 재탄생했다. 나만 아는 맛집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울 따름...ㅠㅜ

영원히 추억이 되어버린 남바마 버거


# 해안도로 로맨스

“창을 열어~♬”

“Yeah!”

“소리쳐봐~♪”

“Yeah!”

(윤종신의 고속도로 로맨스를 들으며…)


제주 공항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내비게이션의 최적길보다는 우리의 최적길을 선택했다. 곧게 뻗은 일반 도로보다는 제주 해안을 품은 구불구불 해안도로가 우리의 최적길. 느린 속도로 카메라에 제주를 담으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우와~ 진짜 예쁘다.”


5일 내내 보고 다닌 풍경인데도 제주 바다는 여전히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운전 중이던 나도 힐끔 바다를 훔쳐본다.


“잠깐 발이라도 담그고 가자.”

“ㅋㅋㅋ 콜!”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든 해변은 김녕성세기해변. 돌아가는 마당이라 그런지 유난히도 맑은 에메랄드빛 물에 이끌렸다. 설사 공항에서 여유가 없어질지언정 들렀다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맨발로 고운 모래를 밟으며 바다로 다가간다. 막상 앞에 서니 멈칫멈칫.


“왜 안 들어가?”

“뭔가 너무 맑으니까 못 들어가겠어;;;”


눈 내린 겨울, 길가에 소복이 쌓인 눈에 발자국을 남겨 지저분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처럼 마치 유리가 녹아 액체가 된 듯한 티 하나 없이 청정한 물을 행여나 내가 망칠까 싶어 발 담그기가 조심스럽다. 비록 내발 하나 담근다고 이 넓은 바다에 티끌만큼도 영향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망설이는 나를 대신해 여자친구가 과감히 바다로 들어간다. 언제나 그랫듯 난 자동적으로 찍사 모드. 똥손과 똥눈을 가진 나인데도 제법 인생사진 비슷하게 나온다. 물론 나말고 김념 바다가 다했다.


인생사진 몇 장을 건진 우린 다시 공항으로 출발했다. 예상시간보다 많이 지체됐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도 시간 여유가 있어 서두르지 않았다. 혹시 가는 중에 또 멈추게 될지도 모르니까. 멈추고 싶을 때는 멈추기. 우리는 그렇게 제주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유리처럼 투명한 김녕 바다




< TRAVEL NOTE >


월정리 해변

제주 동쪽에 위치한 마을인 '월정리'는 '달이 머문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서정적인 풍경의 마을이다. 맑은 날 밤이면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밝은 달이 비친다. 수심이 얕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물놀이를 즐기기 좋고, 풍경이 아름다운 셀프웨딩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는다. 삼각대를 든 웨딩 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커플들을 심심치 않게 구경할 수 있다. 트렌디한 카페거리가 조성되어 있으니 월정리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자.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33-3


김녕성세기해변

제주 안에서도 손꼽히는 고운 모래와 에메랄드빛의 투명한 바닷물을 자랑한다. 월정리와 마찬가지로 아이와 함께인 가족들이 물놀이하기에 좋고, 셀프웨딩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7-6

[영업시간] 매일 10AM - 19PM

[전화] 064-728-3988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플레이스/블로그, VISIT JEJU,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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