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볼러 Apr 11. 2018

엄마를 위한 내 맘대로 제주 패키지 - 1일차

3박 4일 제주도 가족여행

# 몸국을 아시나요?

블로그로 찾아봤을 땐 미역국처럼 맑은 국물인 줄 알았다. 실제로 먹어본 몸국은 맑다기보다는 얼큰했다.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아침이기도 하고 맑은 국물로 부드럽게 먹방의 시작을 알리려 했건만 본의 아니게 위에 부담을 주게 됐다. 그래도 다행히 엄마는 매우 만족해하셨다. 토속음식, 그중 국물 음식을 좋아하는 엄마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무더운 한여름에도 뜨거운 국물요리를 즐기는 이열치열 족이라면 사시사철 언제든 제주에서의 아침을 몸국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몸국 한상
몸국인란?


# 세월이 지나고 강산이 변해도

엄마는 20년 만에 세 번째, 동생은 8년 만에 두 번째, 난 9개월 만에 다섯 번째 제주 방문.

엄마는 제주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너무 많이 변했다며 마치 해외여행을 처음 온 사람처럼 제주를 바라봤다.

예전에는 렌터카도 없었다던데... 제주 여행을 준비할 때 비행기, 숙소 다음으로 준비하는 게 렌터카인 나에게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이토록 많이 변한 제주지만 그 가운데 변하지 않은 것들도 분명 있다. 용두암도 그중 하나였다. 세월이 지나고 강산이 변해도 용두암은 예전 그대로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신혼여행으로 처음 왔었다는 엄마가 이 사실의 산증인이다. 용두암 주변 주택가들의 모습은 변했지만 용두암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용을 형상을 띈 돌의 모습이며 용두암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은 30년 전 그대로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엄마는 용두암 앞에 서자 포토존까지 정확하게 기억을 해냈다. 변하지 않은 용두암처럼 엄마의 추억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 함께 걷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어색함도 사라졌다

가족끼리 어색함이 웬 말이냐 하겠지만 무뚝뚝한 두 아들과 억척 대장 엄마로 구성된 우리 가족은 평소 대화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잠깐 동네 앞을 함께 나가더라도 함께 다니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여행을 다니며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그 벽이 허물어졌다.

매년 최소 한 번은 가족여행을 가자고 선포한 지 올해로 2년째! 이제는 2년 차 프로 패밀리 트래블러인 우리에게서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함께 걷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앞으로도 더 가까워질 거라 믿는다. 매년, 여행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여전히 카메라는 어색한 엄마와 동생


# 사려니, 사려니 왔다

자연을 좋아하는 엄마가 꼽은 이번 제주여행에서의 투톱 중 한 곳, 사려니숲에 왔다. 오는 길에 비를 만나 내일 올까 했지만 비가 그쳐주는 덕분에 다시 올 수 있었다.

숲길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엄마의 혼잣말이 끊이질 않는다.


"와~ 여기는 풀냄새가 특이하다."

"역시, 이런 데를 와야 돼~"


기분이 좋다는 명백한 증거! 엄마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것 같아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곧 날씨가 우리의 뒤통수를 저격했다.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억수같이...

혹시나 해서 우산을 가져오긴 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그냥 긴 막대기 모양의 짐일 뿐. 결국 우산을 접고 그냥 비를 맞으며 걸었다.


주차장으로 질러가기 위해 숲길에서 나와 도로가 옆으로 걸었다. 오르락내리락 고저 차이가 큰 사려니숲의 주변 도로는 거의 계곡 수준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도 물이지만 바로 옆으로 쌩쌩 달리는 차들이 더 신경 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차 한 대가 물벼락을 선물해주고는 유유히 지나갔다. 비벼락에 물벼락까지 맞은 내 모습을 보곤 엄마는 깔깔 웃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비를 맞으며 걸어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잠시 옛 추억을 되새기는 것 같았다.


제대로 숲을 즐기지도 못하고 꽃길이 아닌 빗길을 걸었던 사려니였지만 그만큼 잊을 수 없는 우리 가족만의 웃픈 이야기를 남긴 것 같아 좋았다. 특히나 엄마에게는 새로운 추억을 만든 동시에 옛 추억까지 떠올리게 만들었으니, 이 정도면 꽤 추억할만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좋은 건 아직 우리에게 사려니숲은 가봤던 곳이 아닌 가봐야 할 곳으로 남아있다는 사실.

숲의 상쾌함을 머금은 엄마의 미소
몇 걸음 뒤, 저 앞에서 다가오는 차에 나는 물벼락을 맞는다;;;


# 생전 처음 맛보는 맛, 고등어회

우리 집은 생선을 자주 먹는다. 특히 등 푸른 생선을 예찬하는 엄마의 영양 철학 덕분에 고등어는 밥상의 단골손님이다. 때로는 감칠맛 나게 조려서, 때로는 바삭하게 구워서 식당에 올린다. 솔직하게 가끔은 질릴 때도 있다. 한번 하면 며칠 먹을 양을 하기에 며칠 동안은 입에서 비린내 나도록 고등어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고등어는 밖에서 잘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녁 메뉴를 고등어회로 정한 건 수많은 블로거들의 입김과 혹시나 하는 호기심 때문. 제주에서는 단연 통갈치를 먹어야 한다는 나만의 공식도 타파해볼 겸 이번만큼은 다른 생선에 과감히 도전했다. 그 결과는...?

대만족이다. 고등어를 회로 먹으면 비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비린 맛은 없고 고소했다. 씹으면 씹을수록. 심지어 뒤끝도 없었다. 조림이나 구이로 먹은 후에는 입에서 생선 냄새가 남아 항상 후식으로 커피를 찾곤 했는데 회로 먹으니 깔끔했다. 이제 한동안 내 머릿속에 제주에서 먹어야 할 생선요리 공식은 통갈치가 아닌 고등어회다.




[ 엄마를 위한 제주 패키지 1일 차 ]
김희선 제주 몸국 -> 용두암 -> 한담 해안산책로 -> 사려니숲 -> 고등어회


김희선 제주몸국

제주 향토 음식인 몸국 전문 한식당입니다. 돼지 사골을 넣고 20시간 이상 푹 고아 낸 육수에 '몸'이라는 해초류를 일컫는 제주 사투리인 모자반과 수제비를 뚝배기에 넣고 끓인다. 제주에서의 아침식사, 특히 전날 음주를 했다면 해장으로 딱!!!

[주소] 제주 제주시 어영길 19

[영업시간]
  - 평일 7AM - 16PM
  - 토요일 7AM - 15PM
  - 일요일 휴무

[메뉴 및 가격]
  - 몸국 6,000원
  - 고사리육개장 6,000원
  - 성게미역국 10,000원
  - 고등어 반찬 10,000원 (밥,국 추가주문 필요)

[전화] 064-745-0047


용두암

용담 2동, 공항 북동쪽 해안에 있는 용두암은 제주관광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용이 포요하며 바다에서 솟구쳐 오르는 형상을 따 용두암이라 이름 지어졌다. 전설에 의하면 인근 계곡 용연에서 살던 용이 승천하려다가 돌로 굳어졌다고 한다. 공항과 가장 가까운 관광지이니 제주에 도착했다면 일단 용두암부터 한번 들러보자.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두암길 15

[입장료] 무료

[전화] 064-711-1022


한담해안산책로

'곽금올레길'이라고도 부르는 한담해안산책로는 애월항에서 곽지과물해변까지 해안을 따라서 조성된 산책로이다. 파도가 첨벙거리는 해안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2009년 제주시가 선정한 '제주시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용암이 굳어지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신기한 형태의 바위들이 시선을 끌고, 검은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길은 산책길에 재미를 더해준다. 제주 서쪽에 있어 산책을 하며 일몰을 감상하기에 좋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 1359


사려니숲

제주시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로,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 오름을 거쳐가는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숲길이기 때문에 사려니숲길이라고 불린다. 숲길인 만큼 트래킹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137-1

[영업시간] 매일 9AM - 17PM

[입장료] 무료

[전화] 064-900-8800


나원회포차

가격 대비 신선하고 양 많은 회를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이곳의 장점은 제주에서는 보기 드물게 새벽까지 연장 영업을 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 회와 소주가 있는데 새벽까지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나?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동문동로 2

[영업시간] 매일 17PM - 2AM

[메뉴 및 가격]
  - 활어회모듬(소/중/대) 40,000원/60,000원/80,000원
  - 활고등어회(소/중/대) 40,000원/60,000원/80,000원
  - 활어회+해물모듬(소/중/대) 70,000원/90,000원/110,000원

[전화] 064-762-7878

[SNS] https://www.instagram.com/naweonhoepoca/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플레이스/블로그, VISIT JEJU

매거진의 이전글 동서남북, 제주 한바퀴-북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