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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Nov 07. 2024

이게 라오스지~

안녕 방비엥

흔들리는 미니밴 속에서~♬

니 샴푸향이 느껴진거라 잠에서 깬 건 아니고, 지하철에서 아무리 곯아떨어져 있더라도 신기하리만큼 내릴 역에서 눈이 떠지는 기적처럼 방비엥으로 입성하는 관문인 방비엥 톨게이트를 지날 때 마침 눈이 떠졌다. 드디어 그토록 꿈에 그리던, 어쩌면 라오스에 오고 싶었던 이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방비엥에 도착했다.

방비엥 메인스트리트

4차원 미니밴은 방비엥 메인스트리트에서 우리를 떨궈주었다. 한낯의 방비엥 거리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로 활기찼다. 특히 비엔티안에 비해 서양 사람들이 확연히 눈에 띄었는데 대부분이 단출한 옷차림에 슬리퍼나 샌들, 거기에 배낭을 메고 있었다. 역시 듣던 대로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자 배낭여행의 성지였다.

방비엥은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 소도시의 시내격인데 주변으로 기이하게 솟은 산봉우리들이 보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고산지대 깊은 산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의 마을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은둔형 외톨이의 고립된 마을은 아니고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환대하며 그들의 문물이나 문화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그래서 트렌디한 카페, 펍, 음식점들이 즐비한 바깥세상물 흠뻑 젖은 비밀의 도시. 이런 게 배낭여행자들로 하여금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방비엥을 쉬이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닐까?

배낭여행지에 왔으니 비록 배낭여행자는 아니고 배낭(멘)여행자지만 배낭여행자 콘셉트로 인증숏을 남겼다. 방비엥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삼거리 한복판에서 지나가는 오토바이, 자동차, 동네 개들과 눈치싸움을 벌이며 방비엥 입성을 기념했다.

외쿡갬성
오토바이와 눈치게임 실패 후 길멍이 다가와 또 실패, 세 번만에 인증숏 성공한 아내

방비엥과의 인사를 마치고 숙소로 가기 위해 툭툭이를 잡았다. 거리에 워낙 툭툭이가 많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 견적을 비교하기보다는 인상 좋아 보이는 기사님에게 다가가 적당한 가격에 흥정을 했다. 12만킵에 협상 완료! 숙소까지는 승차지점에서 차로 5분, 총거리 약 1.5km. 5명이서 우리 돈으로 약 7600원(2024.10월 기준)에 가는 셈이니 굳이 더 깎을 필요도 없었고 설사 이게 바가지 금액이라 할지라도 부담이 없었기에 기분 좋게 탑승했다.

화물칸에 만들어진 철제의자에 앉다 보니 승차감은 다소 떨어졌지만 엉덩이로 전해지는 충격 따위는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사방으로 유리창 없이 뻥! 뚫려있어 (온갖 모래먼지와 매연을 흡입하며) 360도로 허리와 목을 돌려가며 구경하기 바빴다. 같은 라오스지만 비엔티안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 새삼 비엔티안은 도시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방비엥은 깡시골. 도시와 시골의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라오스 방비엥'보다는 그냥 '방비엥'이라 해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라오스지만 라오스와는 별개인 하나의 국가이자 도시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방비엥만의 자유롭고 한량스러운(?) 문화와 분위기가 있었다. 달리는 툭툭이에서 고작 5분 동안 거리 구경을 한 게 전부인 한 배낭(멘)여행자의 주관적인 방비엥의 첫인상이다^^;;

툭툭이 타고 숙소로 출발~ 7600원의 행벅쓰 (^ㅇ^)
비엔티안은 도시였어
흔들리는 툭툭이에서~♪ 다섯 청춘들의 라오스 여행 시그니처 포즈, 고개 까딱까딱
일상적인 방비엥 거리 풍경

우리의 숙소는 방비엥 메인스트리트를 살짝 벗어난 곳에 있었다. 남쏭강을 가로질러 방비엥 시내와 멀어질수록 점점 더 시골내음이 짙어졌다. 그야말로 찐시골이었다. 도중에 작은 무리의 소들이 도로를 횡단하며 잠시 도로를 점거했는데 툭툭이 기사님은 뭐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별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처음 보는 소도 아닌데 우리만 신기해서 그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부아아앙~

소떼가 지나가고 갑자기 뒤에서 격렬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우리 툭툭이를 유유히 제치며 앞서 나가는 초록색 물체. 방비엥 유튜브에서 봤던 버기카였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빨랐고, 생각보다 재밌어 보이는 동시에 생각보다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도로옆으로 보이는 남쏭강에는 카약과 보트가 즐비해있었다. 카약킹하는 모습도 보이고 보트를 타고 남쏭강을 건너기도 했다. 비록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매체를 통해 봤던 그때 그 시절의 우리나라 유원지가 생각났다.

이게 라오스지~


오감으로 입력되는 모든 것들이 라오스스럽고, 방비엥스러웠다. 온몸으로 라오스를 느끼며 심취해 있는 사이 마침내 숙소에 도착. 약속대로 12만낍 지불했다. 기사님, 컵짜이 라이라이~ (대단히 감사합니다~)

무슨 슈퍼카 지나가는 줄, 여기선 내가 람보르기니다!
어쩌면 7080 우리나라 유원지의 모습(?)
카메라를 향해 엄지척 날려주시는 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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