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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Oct 17. 2017

교황의 나라 폴란드, 교황의 고향 크라쿠프

교황님은 언제나 우리들 곁에 있다

사소한 풍경 하나하나가 모두 그림 같은 유럽.


유럽 거리의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사소한 풍경들 중 한 가지가 교회와 성당이다. 가톨릭 국가답게 우리나라 동네 마트처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편 일률적인 우리나라 것들과는 달리 다 각자의 개성,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그냥 동네 교회, 동네 성당이라고 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니, 지나치기가 싫다.


크라쿠프 구시가지 북단, 얀 마테이코 광장 뒤로 나는 두 개의 뾰족한 첨탑을 보고 말았다. 본 이상 그냥 갈 수가 없다. 그렇게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성당을 향해 걸어갔다.


얀 마테이코 광장 뒷편과 그 뒤로 보이는 교회




내 시선을 빼앗은 교회는 성 플로리안스카 교회(Bazylika św. Floriana w Krakowie)다. 에메랄드 색 쌍둥이 첨탑, 붉은색 지붕에서 풍기는 포스가 그냥 단순한 동네 교회는 아니라는 걸 어필하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작지만 역사가 있는 교회였다.


성 플로리안스카 교회는 원래 크라쿠프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 신전 중 하나였다고 한다. 현재의 위치와는 다르지만 12세기부터 크라쿠프에 있었는데 타타르족에게 두 번이나 파괴를 당했고, 이후 14세기경에 고딕 양식으로 재건이 되었지만 이마저도 화재로 인하여 두 차례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시련들이 지나간 후 17세기경, 지금의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이 되었고 꾸준한 유지보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있게 되었다고...




사실 폴란드는 교황의 나라, 그중 크라쿠프는 교황의 고향이기도 하다. 실제로 20세기 중반, 우리에게도 친숙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곳에 머물렀다고 하니 자그마한 이 교회가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세월의 역사만큼은 유럽의 대성당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성 플로리안스카 교회 (Bazylika św. Floriana w Krakowie)


교황이 머물렀던 교회는 무언가 특별하지 않을까?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가 봤다. 때마침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는 가운데 여행객인 내가 행여나 불청객이 되지 않을까 싶어 다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다음을 기약하며...

잠깐 들여다본 바로는, 내부가 제법 화려했다. 미사가 없는 시간에 맞춰 다시 와보련다.


'거룩한 아버지 요한 바오로 2 세는 여전히 이 성전에서 살고 있습니다' - 그의 예하 Franciszek Macharski 추기경 선언
교황의 흔적이 남아있는 교회 뒷편 가톨릭 교구(Parafia rzymskokatolicka św. Floriana) 건물
교리의 집(Dom Katechetyczny)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본명: Karol Wojtyla)가 1949년부터 1951년까지 이 집에 살았다 '




난 개인적으로 유럽의 교회나 성당을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우리나라처럼 빨간 벽돌로 차곡차곡 쌓은 장난감 블록 같은 네모난 건물이 아니라 각자마다 본연의 건축 양식을 가지고 있어 자꾸 보고 싶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종교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들면서 정말로 성스러운 장소에 온 것만 같다. 안으로 들어가면 온몸이 깨끗한 공기로 씻겨지는 것 같고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편안해진다. 그 기분이, 그 상태가 난 너무 좋다.


성 플로리안스카 교회만 보더라도 폴란드 사람들이 가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 곳 말고도 크라쿠프 곳곳에 교황의 흔적, 교황에 대한 자부심의 증표들이 있다고 한다. 원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은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법이니까.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님처럼.


우리나라의 그분들처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아직까지도 폴란드 사람들 곁에, 더 나아가 우리들 곁에 항상 함께 하고 계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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