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생존 기본 매뉴얼

#번외. 학생비자로 정착하기 위한 주요 정보 공유

by 송석영


이 글은 2017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변경 사항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다른 웹 페이지에서 최근 정보를 많이 검색해서 찾아보시고 제 글은 참고용으로 봐주세요:)




아일랜드행을 결심했던 건 2016년 10월 말이었습니다. 워킹홀리데이 접수 기간을 코앞에서 놓치고, 다음 기회는 이듬해 봄에야 있다는 걸 듣고는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어 학생비자로 돌려야만 했습니다. 영어공부가 제 목표 중 하나는 아니었기에 비효율적인 방법처럼 느껴졌지만 다른 무엇보다 시간이 금이었던 저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습니다. 학생비자여도 주 20시간 일을 할 수 있고, 그 정도만으로도 생활비 감당이 가능하다고 하니 나쁘진 않겠다 싶었지요. 오늘은 제가 아일랜드에서 허둥지둥 밟아 나갔던 기본 정착 절차에 대한 팁을 드려보려 합니다. 사실 저는 꼼꼼하지 못한, 더 솔직히 말하면 심하게 덜렁대는 인간인지라, 정보들을 세밀히 올려주시는 자비로운 블로거님들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저처럼 출국 직전 실수를 발견했거나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져 패닉 상태가 온 분들의 심신을 위로해드릴 순 있을 겁니다.


○ GNIB (올해부터 IRP로 명칭 변경)

쉽게 말해, 비자입니다. 워킹홀리데이든 학생비자든 입국 후 한 달 내로 이민국에서 이 카드를 받아야 합니다. 퇴사 후 출국이 딱 두 달 남았던지라 정신이 없어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던 저는 뒤늦게 유학원 실장님께 GNIB 예약은 했냐는 전화를 받고 아차 싶었지요. 저는 운이 좋아 아일랜드 입국 시점으로부터 딱 3주 후 즈음으로 약속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경쟁이 치열 하디 치열하여 출국 세 달 전부터 열심히 사이트를 들여다보셔야 합니다. 그래도 가끔 취소한 날짜가 나오기도 하니, 일찍 예약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요즘은 이민국 직원들도 예약 날짜 잡기가 어려운 걸 알고 있어 한 달이 조금 넘었다고 해도 이해해준다고 합니다. 보통 한국 시간에서는 새벽 2시쯤 접속하면 날짜가 많이 풀린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민국 예약 사이트 : https://burghquayregistrationoffice.inis.gov.ie/


GNIB를 받기 위해서 한국에서 미리 챙겨야 할 서류들. 학교 스쿨 레터, 3000유로 이상 보유 잔고증명서(영문/유로화 표기), 은행거래내역서 6개월치(영문)/보험증서/위임장(필수는 아니지만 혹시 계좌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하여 가족에게 위임을 해두면 편합니다!)


*또 다른 준비물로는 예약 날짜 출력물, 여권, 300유로 결제 가능한 VISA 혹은 MASTER 신용카드


스쿨 레터나 보험증서 등은 학교에서 전달해준 걸 출력만 하면 되고, 문제는 은행 잔고증명서와 거래내역서입니다. GNIB 약속 날짜 때문에 보통은 출국 딱 하루 이틀 전에 발급을 받는 게 유리하지요. 저는 출국을 하루 앞두고 은행에 가서 이 서류들을 출력해서 짐을 싸고 있었는데 제 이름 영문 철자가 틀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 이미 은행 문은 닫은 상태라 다시 발급받을 수도 없고 발을 동동 구르다 유학원에 전화했고, 실장님에게 크게 혼만 났습니다. 서류를 받으면 영문인지, 철자가 정확하게 일치하는지 등을 꼭 면밀히 검토하세요! 저는 혹시나 거부당할까 은행 위임장을 받은 동생에게 부탁하여 잔고증명서를 재발급받고 스캔본을 메일로 받아두었습니다. 이민국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도 그리 손에 땀을 쥐었는데 다행히 담당 직원은 제가 덜덜 떨며 건넨 서류를 휘리릭 보고 도장을 꽝! 찍어주었지요. 복불복이라는 말이 많지만 제가 그간 겪은 아일랜드 관공서 직원들은 대부분 그리 치밀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리고 GNIB에 방문한 날에 카드에 들어갈 사진을 찍으니 조금 단정히 하고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시간은 정확히 3시간 걸렸습니다. 서류 확인까지 1시간 대기, 지문 수집까지 1시간 대기, 최종적으로 GNIB를 받을 때까지 1시간 대기. 집중력이 좋으신 분들은 책을 읽으면 딱 좋을 자투리 시간들이지만,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기 때문에 좋은 이어폰과 보조배터리를 챙겨 가셔서 재미있는 영상이라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은행 계좌 만들기

학원 리셉션에 은행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관련 서류를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첫 번째 절차입니다. 그때 명확히 하셔야 할 것이 ‘집주소’입니다. 보통 더블린에 처음 도착하면 홈스테이에서 한 한 달 정도 지내다 집을 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날짜를 잘 계산해서 주소를 적으셔야 합니다.(정말이지 21세기에 너무한 체계가 아닙니까!) 이 주소로 나중에 은행 체크카드와 비밀번호 등 중요 서류가 오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절차는 은행에 방문하여 ‘약속 날짜’를 잡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도 모르고 이런저런 서류들을 다 챙겨갔다가 빈손으로 터덜터덜 돌아왔지요. 그 날로부터 2주 뒤에야 약속을 잡아 드디어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카드 및 서류를 홈스테이 이후에 한 달 잠깐 살았던 집에서 받았습니다. 모바일뱅킹을 신청하려면 전화를 걸어서 몇 가지 질문(어느 지점에서 계좌를 만들었느냐,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은? 등 계좌를 만들 때 본인이 적은 아주 개인적인 정보에 관한 퀴즈쇼가 시작됩니다)에 대답해야 하는데, 그냥 은행에 가서 직원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금방 끝난다는 금쪽같은 조언을 저는 나중에야 들었지요. 약 30분 간 전화기를 붙들고 다시 한번 말해달라느니, 그게 뭐냐느니 본의 아니게 은행 직원의 인내심의 한계를(끝을 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대에게 감사의 인사를...!) 테스트하고 어렵게, 어렵게 모바일뱅킹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PPSN 발급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없으시다면 이제 당신은 여기서부터 자유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노예인 저는 PPSN을 발급받아야만 더블린에서 생존할 수가 있었습니다. PPSN이란, 아르바이트 포함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여되는 번호입니다. 원래는 PPSN을 먼저 받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게 가능했다고 하는데 근래에 법이 개정되어 아르바이트를 구한 후, 가게에서 고용 레터 등 증빙자료를 받아야만 레비뉴에서 PPSN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많은 점주들이 이를 몰라서 제가 CV를 제출할 때마다 PPSN이 있냐고 물어보곤 “PPSN 없니? 그럼 안녕!”의 느낌을 받았답니다. 다행히 당시 룸메이트 쏘가 알려준 다른 방법으로 PPSN을 먼저 받게 되었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운전면허를 신청하는 척’인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아일랜드 PPSN 편법’ 정도로 검색하시면 은혜로운 한 블로거님이 아주 친절히 올리신 모든 과정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양식 다운로드 사이트는 https://www.ndls.ie/forms-reports.html


왼쪽 상단의 양식(Driving Licence Application form D401)을 출력하셔서 작성하시고 PPSN 리셉션에 제출하시면 됩니다. 아! 제 기억에는 PPSN 오피스도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주의사항은 PPSN카드도 GNIB처럼 사진을 찍으니, 단정하게 하고 가시는 것. 저는 여기서도 사진을 찍을 줄은 생각도 못하고 후줄근하게 캡 모자를 눌러쓰고 갔다가 모자를 벗고 사진을 찍어서 마치 기름진 머리카락을 소유한 멕시칸 아저씨 같은 얼굴이 카드에 박혀있답니다. PPSN카드 역시 은행 체크카드처럼 기재한 집주소로 일주일 정도 후에 도착하니 그쯔음 어디에 있을지 잘 계산하셔서 주소를 적으시면 됩니다.


○ EMERGENCY TAX를 NORMAL TAX로 바꾸기

여기까지 오신 분들! 아르바이트를 구하셨군요!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불안감을 한켠에 두고 발에 땀나도록 더블린 구석구석을 뛰었을 그대들의 노력에 박수를 드립니다. 더블린에서는 월급이 아닌 주급이 보편적이라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의 정신상태를 일주일에 한 번씩 리셋을 시키기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첫 주급을 받으면 “What the hell?!” 소리가 저절로 나올 겁니다. 내 돈은 다 어디 갔지? REVENUE가 40% 정도를 임시적으로 가져갔습니다. 이를 돌려받으려면 첫 번째, 매니저나 점주에게 REVENUE에게 NORMAL TAX 관련 페이퍼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셔야 합니다. 저희 매니저는 이를 모르고 있어서 저보다 3개월이나 먼저 일한 동료들도 여전히 EMERGENCY TAX를 받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 후엔 REVENUE 사이트(https://www.revenue.ie/en/Home.aspx)접속하여 “JOB AND PENSION”에 정보를 등록하시면 됩니다. 한 2-3주 후에 그간 뺏긴 세금도 환급되고 NORMAL TAX가 적용됩니다. 혹시 그 이후에도 세금이 너무 많이 빠져나간다 싶으시면 직접 REVENUE에 가셔서 문의하시길 권유드립니다. 의외로 친절하게 잘 응대해 주시더라구요.




작년 이 맘 때쯤 완료했던 일들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터무니없게 부족한 정보들이지만 혹시 더 궁금한 점 있으시면 덧글로 달아주세요:) 제가 답변드릴 수 있는 만큼 도와드리겠습니다! 더블린에 와서 이 네 가지만 해결하면 복잡한 일들은 거의 찾아보실 수 없을 겁니다. 마침 썸머타임이라 날씨조차 완벽합니다. 단순하고 여유로운 더블린 생활을 마음껏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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