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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Jul 25. 2018

오스트리아 여행기(2)

#2. 사랑한다면 함께, 장크트길겐

2017.8.1 ~ 8.6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오버트라운-할슈타트), 비엔나 여행기




 다음 날 아침 일찍, 이름도 무시무시했던 장크트길겐(앞 편 참조)으로 향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첫인상은 굉장히 고급스럽고 세련됐고 깔끔하게 떨어졌습니다. 더블린이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 같은 유럽이라도 나라마다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구나 하며 다음 행선지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습니다. 중앙역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지난 비행 연착으로 인한 피곤함에 잠깐 기절했다가 다급하게 깨우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일어나 부랴부랴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유럽 여행이 처음이라 구글에만 의존하고 있다가 목적지를 지나버린 것입니다. 도로 한복판에서 다시 길을 찾고 있는데 갑작스레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핸드폰과 가방에 고리를 달아 단단히 묶고, 핸드폰에 링을 달아 손가락으로 꼭 붙잡고 있는 모습. 나 한국에서 관광왔수다 광고하고 있는 듯 너무 귀엽고 웃겼습니다.     


잘츠부르크 기차역
이 곳에서 150번 버스를 타면 장크트길겐으로 갑니다

 다시 버스를 타려 걷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반짝거리는 무언가에 시선을 뺏기고 말았습니다. 엄청나게 밝은 색깔의 호수. 쨍쨍한 여름이라 물결은 더 빛나고 있었고 저는 거기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여행 깨나 다녀봤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이런 휴양지스러운 곳은 처음이라 그 장면이 더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도 이제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하는 어른이 됐구나(물론 저는 다시 학생신분으로 돌아왔지만)라는 느낌이랄까. 특히 대학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이런 곳에서의 재회라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돈 한 푼 아끼려 천냥 주점에서 미친 듯이 소주를 마시며 놀았던 우리가 어찌 이런 곳에 와있다니 얘들아? 비현실적이면서도 우리가 여전히 이렇게 한 장소에 모여있다는 게 갑자기 시큰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짠! 장크트길겐의 맑은 호수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이리도 맑습니다


 숙소도 마찬가지. 매번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던 우리였는데 어찌 이런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냐. 너무 예뻐서 하루 묵기가 많이 아까웠던 그런 곳. 아무튼 숙소에 짐을 맡기고 맛집, 레스토랑 찾아볼 겨를도 없이 배가 너무 고파 정류장 앞에서 간단히 슈니첼을 사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랑일랑한 하늘빛 호수 위에서 유람선을 타고 산악열차를 탔습니다. 산 위에 올라 장크트길겐 전경을 바라보며 사진을 100장 정도 찍고 맥주를 마셨습니다. 친구들과의 여행이 너무 오랜만이라 마음이 어찌나 달뜨던지, 그대로 취해서 낮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 유람선을 탔는데 거기서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고 계신 한국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분은 아이를 데리고 한 달간 유럽여행 중이라고 합니다. 애기가 나중에 커서 기억을 할는지 모르겠고 힘들기도 하지만 여행이 끝나면 아들과 함께 모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그 어머니가 너무 멋있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하거니와 나도 나중에 엄마와 함께 둘이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장크트길겐 선착장
계속 우리와 마주쳤던 외국인 가족
오스트리아의 국기를 이렇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산으로 가는 중
장크트길겐 선착장
장난감같던 산악열차
산을 올라갑니다
드디어 도착!
예쁘지요
여유가 느껴지는 언덕
아래의 호수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오리지널, 자몽, 레몬맛 맥주 각 하나씩

 저녁은 호수 앞에 자리 잡은 아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먹었습니다. 그런 레스토랑은 살면서 처음이었고 그렇게 비싸고 화려한 음식도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계산을 할 때는 손이 후덜덜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생각하면 아마 그 시간에 응당한 지불이었을 거라며 위안을 삼을 수밖에. 숙소에 왔더니 숙소 바로 앞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어떤 노부부가 꽤 오랫동안 두 손을 맞잡고 거리를 활보하며 왈츠를 추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저에겐 아까 본 호수의 풍경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유람선에서 만났던 모자도 그렇듯, 여행에 있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으로 분류되는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게 꼭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어떤 종류의 사랑이건 말이지요. 혼자 여행하는 걸 더 좋아하는 저이지만 그 날만큼은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그 시간을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장크트길겐에서의 저녁식사와 숙소 앞에서 펼쳐졌던 오케스트라와 왈츠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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