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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Jul 25. 2018

오스트리아 여행기(4)

#4. 예술을 품고 있는 비엔나로

2017.8.1 ~ 8.6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오버트라운-할슈타트), 비엔나 여행기




 드디어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로. OBB기차를 타고 오후 1시쯤 도착했습니다. 비엔나의 숙소가 에어비앤비 첫 이용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유럽여행 사이트에서, 8월의 오스트리아 날씨가 춥다고 하여 온통 긴팔과 두꺼운 하의를 챙겨 온 친구들은 도저히 이렇게는 못 나가겠다고 선언. 제 원피스와 티셔츠를 빌려주고 나란히 밖으로 나섰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흥미로워 보이지만 무지한 이에게는 살짝 지루한 미술관 탐험'이었습니다. 훈데르트 바서 미술관에 가서 현대 미술을 관람하고 벨베데레 궁전에서 클림트 등 고전 미술을 둘러보았지요. 이런 곳을 제대로 즐기려면 예습부터 제대로 해야겠구나 새삼 느낀 무지한 1인이 바로 접니다. 그래도 미술관에서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그림을 좋아하는 친한 친구 한 명이 떠올라, 그녀가 좋아할 만한 그림엽서 몇 점을 사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 훈데르트 바서 미술관
@ 훈데르트 바서 미술관 내부 휴식공간
@ 벨베데레 궁전
@ 벨베데레 정원
@ 벨베데레 궁전과 정원
@ 벨베데레
@ 벨베데레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맛집이라고 유명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대기 인원이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무릎 부상의 불운이 저에게 약간은 미안했던 걸까요. 딱 저희까지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저희 뒤에 온 손님부터는 9시 이후에 다시 찾아달라는 말과 함께 가게를 나가야만 했습니다. 과연 한국인들의 정보력은 대단합니다. 저희를 둘러싼 거의 모든 식탁은 한국인들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 이름은 기억안나지만
@ 립으로 유명했던 비엔나의 식당
@ 식당에서 나오는 길에 마주친 산타할아버지


그리고 야경을 보기 위해 시청사로 향했습니다. 시청사 앞에서 매일 밤 무료로 뮤지컬이나 발레 등 공연을 스크린으로 보여준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맥주, 와인 그리고 술과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는데 축제처럼 느껴져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 비엔나 시청사 앞
@ 비엔나 시청사 앞
@ 비엔나 시청사 앞
@ 비엔나 시청사 앞


 백조의 호수 현대판 같은 발레를 보고 테이블을 잡아 친구들과 마지막 밤을 즐겼습니다. 대학 신입시절 처음 만났던 우리. 약 9년의 시간이 지나 이렇게 먼 땅에서 똑같이 모여 앉아, 이번엔 와인을 들이키며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그 당시 우리는 얼마나 고민도 없이 철딱서니도 없이 즐거웠는지. 지금은 한 해 한 해가 넘어가도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을 끌어안은 채 점점 어른의 나이로 진입하고 있는, 조금은 철이 든 한 친구와 여전히 철이 없는 남은 두 명. 그 9년이라는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갔을까. 어디론가 칠칠치 못하게 흘리지 않고 내 안으로 안으로 잘 흡수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찌어찌해서 와버린 그 순간을 저희는 비엔나에서 최대한 깊은숨을 들이키며 함께 마셔버렸습니다.     


@ 비엔나의 밤
@ 비엔나의 밤


 다음 날부터는 저 혼자만의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아침에 숙소에서 헤어지고, 저는 쇤부른 궁전으로 직행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 궁전을 돌았는데 오스트리아의 왕비 엘리자베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야속하리만큼 아리따운 궁전에 속박되었던, 자유를 원했던 그녀. 예전에 동생과 뮤지컬 엘리자벳을 봤던 때를 추억하며, 이런 역사를 어떻게 죽음과 사랑에 빠진 왕비의 이야기로 탈바꿈할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며, 누군가에겐 선망의 장소였을 이 쇤부른 궁전이 족쇄로 작용했을 그녀를 떠올렸습니다. 밖으로 나와 정원부터 위의 언덕까지 쭉 돌아보고 슈테판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라 성당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매일 미사를 보면 신앙심이 높아질까 그런 궁금증이 떠올랐지요. 찬란한 스테인 글라스에 비치는 성인들을 바라보며 한 동안 발을 떼기가 힘들었습니다.     


@ 쇤부른 궁전
@ 쇤부른 궁전 정원
@ 쇤부른 궁전
@ 쇤부른 궁전
@ 슈테판 성당
@ 슈테판 성당의 내부
@ 슈테판 성당의 탑에서
@ 비엔나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 모자이크 장식이 돋보였던 슈테판 성당


 점심은 퓌그밀러라는 이미 많이 알려진 맛집에서 슈니첼로 선택했습니다. 사실 맛집을 많이 믿는 편은 아닌데 여기만큼은 소문에는 이유가 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는 팁 문화가 있습니다. 잔돈이 없어 일단 20유로를 건네고 거스름돈을 받으면 그 안에서 팁을 15%쯤 계산해서 다시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웨이터가 20유로를 넙죽 받더니 그냥 Thank you라고 하는 겁니다. 그 뻔뻔함이 너무 황당해서 저는 거스름돈을 돌려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습니다. 가끔 팁 문화를 잘 모르는 동양인들에게 10%보다도 많은 팁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간다고 들었는데 혹시나 후에 같은 경험을 하신다면 당당하게 돌려달라고 얘기하시길 바랍니다.     


@ 혼자 가시는 분들을 위한 팁! 슈니첼 반만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


 드디어 '그린칭'이라는 작은 마을로 가는 트램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 곳은 '호이리게'라는 와인이 유명하다고 하지요. 동네 자체도 아주 아기자기해서 구경하는 내내 마음이 간지러웠습니다. 부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게 큰 건물을 통해 자랑하는 느낌이 아니라 더 마음을 뺏겼던 듯합니다. 특히 이 사진에 있는 구도를 저는 한참이나 의자에 앉아 감상했습니다. 예쁜 레스토랑에 들어가 마신, 고대했던 호이리게는 기대 이하였지만 그린칭의 모습과 적절한 온도가 저를 취하게 만들기엔 충분했습니다.


@ 그린칭 입구
@ 비엔나와 상반되는 느낌의 그린칭
@ 그린칭의 아기자기한 건물들
@ 바로 이 구도에서 눈을 뗄 수 없었지요
@ 그린칭 마을
@ 그린칭의 한 레스토랑
@ 그린칭의 명물 호이리게


 해가 떨어지고, 야경을 보러 알베티나 미술관 위로 올라갔습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두 주인공이 아침 열차를 기다리며 머물렀던 이 곳. 계단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그 둘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듯했습니다. 사실 오스트리아에 오면서 '이런 로맨스가 나에게도 일어났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품고 왔기에, 체코에서 기차를 탈 일들이 기대가 되기도 했지요. 첫 유럽 여행지였던 오스트리아의 밤이 또 한 번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안녕. 비록 비행기가 지연돼서 하루를 날려먹고, 자전거를 타다가 피가 여전히 철철 흐르도록 크게 다쳤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잔뜩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 알베티나 미술관
@ 알베티나 미술관
@ 비엔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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