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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Jul 25. 2018

체코 여행기(1)

#1. 이름부터 낭만적인 도시, 프라하

2017.8.6 ~ 9 체코 프라하, 체스키크룸로프 여행기




 프라하로. 버스로 국경을 넘는 건 처음이라 계속 구글 지도를 들여다보며, 또 손으로 지도를 확대해가며 국경선을 넘는 그 지점을 (마치 꽃할배리턴즈 백일섭 할아버지처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버스 바퀴가 조금 철컹하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뭔가 재질이 다른 바닥이라도 맨발로 밟은 듯 체코에 왔음을 실감했습니다. 한참을 더 가서야 프라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었고 내리자마자 교통권을 구매해서 숙소로 바로 찾아갔습니다. 프라하에서의 2박을 모두 에어비앤비 한 에서 보냈는데, 에어비앤비의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숙소였습니다. 제일 좋았던 건 무엇보다도 빨래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 땀에 절어 무거워진 옷더미를 세탁기에 돌리고 다시 가볍게 탈탈 털어 입고 프라하의 거리로 나섰습니다.     


@ 프라하의 거리
@ 프라하의 거리
@ 프라하의 거리
@ 프라하의 소품 가게



@ 아이스크림 뜨레들로

 환전이 급해서 바츨라프 광장 쪽으로 먼저 향했습니다. 체코는 환전 사기가 많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한 뒤, 커미션도 없고 정직한 환율로 유명한 환전소를 찾아갔는데 정말이지 줄이 길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길게 선 인파를 흘끔 보고 뭐를 파는 곳인가 환전소 안에 들어갔다가 깔깔 웃으며 나올 정도였지요. 환전을 하고 나서는 프라하의 시내를 돌아다니며 맛있어 보이는 아이스크림 소라빵(알고 보니 이 빵은 체코의 명물 뜨레들로였습니다)을 하나 샀습니다. 그 날 광장에서 작은 보드 위에서 농구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넋을 놓고 경기를 보느라 아이스크림이 가방에 줄줄 다 샌지도 모르고 있다가 수마리 벌이 제 가방 위에서 팔자 춤을 추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뜨레들로를 들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쫓아오는 벌에 하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먹다 만 뜨레들로를 버려야만 했지요. 


 체코! 하면 많이들 먹는다는 꼴레뇨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체코를 여행 중인 한국인들과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그전에 한창 신시가지를 돌아보며 집시처럼 보이는 여자에게 팔찌 두 개를 샀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작은 그림이나 팔찌를 구매하는 취미가 생겼는데, 나중에는 마치 한 나라 당 하나의 그림과 팔찌를 사야 한다는 식의 의무감이 생겨 이제 이 짓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어쨌든 오랜만에 낯선이들을 만나 낯선 곳에서 꼴레뇨, 스테이크 그리고 벨벳맥주를 즐겼습니다. 한 명은 미국에서 요리를 하는 친구로 작년에 프라하에 왔다가 너무 좋아 한 번 더 오게 됐다고 하고, 또 다른 한 친구는 아예 프라하에만 한 달 동안 있었다고 합니다. 두 친구는 프라하가 얼마나 무수한 매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프라하에서는 2박만 보내고 다음 날 체스키 크룸로프로 넘어간다고 하니 저보다도 제 처지를 아쉬워하며 테이블을 탕 쳤습니다.     


@ 꼴레뇨, 스테이크, 벨벳맥주 / 한국어 메뉴판이 따로 있어요!


 어쨌든 나름 프라하의 전문가인 이 두 사람과 저녁식사 후 야경을 보러 나섰고 불빛이 감도는 프라하 성과 성 비타 성당에서 사진을 잔뜩 찍었습니다. 요리사 친구가 본인의 핸드폰 배경화면을 보여줬는데, 풍경사진을 찍던 중 어떤 커플이 키스를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몰래 찍어 바탕화면에까지 걸어놨다고 합니다. 항상 사진을 찍을 때 사람들이 다 지나가기를, 이 거리가 텅텅 비어있기를 바라는 저인지라, 한두 명의 사람조차도 장애물로 생각하곤 했는데. 나는 어땠을까. 나라는 '피사체'도 다른 이들에게 좀 비켜줬으면 하는 하나의 장애물에 불과했을까. 아니면 우연히 발견한 예쁜 사물이 될 수도 있었을까. 나는 후자이길 바라면서 그 수많은 사람들을 장애물로 치부해버렸던 스스로에게 조금 더 유연한 프레임을 씌워보자고 다짐하게 되었지요.     


@ 존 레논 벽화
@ 프라하의 저녁
@ 프라하의 저녁
@ 프라하의 저녁을 감상하세요
@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는 성비타성당을
@ 조각조각 나누어 담았습니다
@ 자세히 보면 또 다른 건물같아 보이는 신비한 건축물
@ 프라하의 야경
@ 저기 틴성당이 빛을 뿜내요
@ 프라하의 밤


 깜깜한 밤이면 카를교에도 등불을 켜준다는데 그 날은 어두컴컴하기만 해서 두 친구는 전력문제인가 하며 심각하게 체코의 재정을 걱정했습니다. 아무쪼록 요리를 하는 친구 덕분에 프라하에서의 맛집에 대한 정보를 잔뜩 얻고, 한 달이나 이 곳에 살았던 다른 친구 덕분에 숨은 명소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혼자만의 여행이 금세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내일은 혼자서 여기에도 들어가 보고 저기에서는 더 오랫동안 강을 바라봐보리라 다짐하며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 꽃보다할배를 보니, 건물이 지어진 순서대로 불빛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모르고 가서 참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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