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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Jul 31. 2018

영국 스코틀랜드 여행기(5)

#5. 하이랜드 네스호에 가다

2017.9.6~9 영국 스코틀랜드 여행기




 셋째 날은 드디어 하이랜드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하이랜드는 스코틀랜드의 호수나 산지를 볼 수 있는 자연관광지인데 시내인 에든버러에서 꽤 먼 거리였습니다. 투어 여행을 좋아하지 않지만 혼자 가기 힘든 곳은 어쩔 수 없이 투어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하이랜드에 대해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으나 저에게 에든버러에 있을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기에 Glenco와 네스호 루트만 선택했지요. 꽤 장거리였지만 저는 워낙 노래를 들으며 버스를 타는 걸 즐기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가는 길목에서 만난 수많은 호수들과 함께라면 저는 두세 번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금 힘들었던 건 가이드 아저씨가 말을 쉴 새 없이 하셔 잠을 방해했다는 것이었지요. 아무튼 글렌코를 기대하며 달리던 중, 기상 악화로 글렌코 일정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고야 말았습니다.     


@ 스코트라인 투어 버스
@ 하이랜드에 가는 버스 안
@ 물이 무척 검었습니다
@ 스코틀랜드에서 맛보는 피쉬앤칩스

 창에 선탠이 되어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차창 안으로 비치는 호수의 파도가 참 검었습니다. 생경한 색깔의 물이라 한참을 내다보고 사진도 찍어댔습니다. 하이랜드 성에 내려 언덕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톡톡 손으로 건드린 듯 한 구름이 성 위로 줄지어있는 모습조차 스코틀랜드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기분이 좋아져 혼자 이리저리 콧노래를 부르며 다니고 있는데 어떤 한국인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아가씨 혼자 왔느냐, 나는 런던에 출장차 왔다가 아들이랑 여행하고 있다. 혼자 하이랜드까지 올 생각을 어떻게 했냐, 아이구 대단하다. 우리 아들은 여기 오는 것도 내가 사정사정해서 온 거야. 그럼 또 옆의 아들은 아빠는 뭘 그런 것까지 얘기해하며 아저씨를 휙 등지고 서버렸습니다. 한국말을 너무 오랜만에 하니까 반갑기도 하고 저희 아빠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빠도 딴 데서 딸 또래의 누군가를 만나면 이런저런 것들이 궁금할까’하며     


@ 하이랜드 성


 아무튼 드디어 네스호를 건널 유람선을 탔습니다. 네스호의 물은 보라색이었습니다. 저는 그보다 더 검보라색일 네시를 상상했습니다. 네스호의 존재를 저는 미국 드라마 ‘How I met your mother’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마샬이 철석같이 믿는 네시의 존재. 이 드라마는 제가 한국에서 한창 영어를 공부할 때 맛들려 잠들기 직전까지 봐왔던 드라마 중 하나인데, 그로 인해 네스호를 알게 되고 정말 네스호 위에 서있게 된 이 순간이 꽤 감동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영어공부를 위해 이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고, 공부 때문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아일랜드에 오게 되었으며, 사촌오빠들의 적극 추천으로 에든버러에 와서는 결국 네스호에 왔다! 맞물리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결과를 빚어냈을 때 느껴지는 희열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극적인 감정인 것 같습니다. 그런 희열들을 자주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 유람선 내부
@ 보랏빛 파도
@ 네시를 기다리며


 다시 장거리 버스 이동으로 에든버러에 돌아왔을 땐 이미 해가 져있었습니다. 에든버러의 야경은 더더욱 깊이감이 있습니다. 어제 다녔던 똑같은 길목을 걷고 또 걸으며 그 모습을 들이마시려 애썼습니다. 정말 좋았던 건, 다른 관광지에 비해 참 고요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조용조용한 중세의 거리에 시간여행을 하며 다시 한번 같은 순간을 오로지 혼자 걷는 기분이었지요. 에든버러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펍에 들어가 맥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 2017년 목표 중 하나가 10곳 내외의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에든버러는 저에게 일곱 번째 나라. 그 많은 나라 중에 단순히 ‘와 여기 참 좋다’라는 감상이 아닌 ‘살면서 다시 여기에 올 수 있는 날이 있을까?’ 걱정을 하게 만들었던 두 번째 나라였지요. 아직 에든버러에서 떠나기까지 내일 반나절이 남았지만 마지막 밤이라는 단어조차 주는 느낌이 달라 그날의 기분도 이상하리만큼 남달랐습니다.     


@ 에든버러에 짙은 밤이 깔립니다
@ 맥주와 함께 아쉽게 보내는 에든버러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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