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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Aug 12. 2018

포르투갈 여행기(1)

#1. 만화적 상상을 펼치게 하는 해상도시, 포르토

2018.5.22~27 포르투갈 포르투, 리스본, 파로 여행기




 드디어 준비하던 시험이 끝났고, 학원 수업도 막바지를 달려갑니다. 시험은 준비한 것에 비해 잘 치른 것 같지는 않지만 하나의 의무를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공항으로 가볍게 발걸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지는 포르투갈. 사실 더블린에 올 때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은 전혀 여행 리스트에 없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만난 한 한국 친구가 “누나도 부다페스트가 제일 좋으셨어요? 그럼 포르투갈 꼭 가셔야 해요! 진짜 마음에 드실 거예요!” 강추를 하는 바람에 인터넷으로 조금 뒤적뒤적 포르투갈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지요.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고풍스러운 노란 트램 사진을 보자마자 ‘그래! 여기 가야겠다!’ 참 단순히도 결정했습니다. 오후 3시라는, 꽤나 늦은 비행기에 지연까지 겹쳐 저녁에야 포르토에 발을 디딘 저는 일단은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와 가까운 거리만 살짝 배회하며 포르토는 이런 느낌이구나 대강 분위기만 파악하고는 다시 돌아와 잠을 청했습니다.     


@ Porto


 아침 8시도 안 돼서 눈이 떠져 일찍 조식을 먹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다가 그리웠기에, 아무 계획 없이 그저 항구 쪽으로 쭉 걸어갔습니다. 가는 길에 포르토 성당에 들러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았는데, 빨간 벽돌의 지붕들이 체코 프라하를 연상케 했습니다. 성당 안쪽을 돌며 사진을 찍는데 버스커의 트럼펫 연주가 감미로워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감상비를 지불했습니다. 폰테 루이스 다리를 건너며 강을 사이에 둔 양쪽 마을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탁 트이는 듯합니다. 다리를 건너 올드 타운에 가만히 앉아 잔잔한 파도에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 조각배들을 바라보며 원피스의 해상도시의 모델은 베니스가 아니라 포르토이지 않을까 꽤 진지하게 고민했지요. 이어 마을 내부로 들어가 건물들을 구경했는데, 아주 좁게 달린 발코니들에 빼곡하게 심어져 있는 꽃들이 아이러니하게 저에겐 여유로움을 상징하는 듯 보였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해리포터 서점으로 유명한 ‘렐로 서점’이었습니다. 매표 줄이 꽤 길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강남 교보빌딩의 교보문고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지만 목조로 만들어진 책꽂이며 계단들이 이 서점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이 서점은 ‘렐로’라는 이름의 형제가 사교모임을 위해 만든 장소였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고풍스럽지만, 엑스자로 만들어진 계단은 시상식마저 연상시킵니다. 조앤 K 롤링이 이 곳에서 영감을 받아 해리포터 기숙사를 창안해냈다고. 아일랜드도 그렇고, 유럽 여행 곳곳을 다니다 보면 해리포터와 관련된 장소들을 찾는 재미도 참 쏠쏠합니다. 그녀는 하필 왜, 이 서점을 발견해서는 그런 상상을 하고, 어떻게 또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걸까. 그 과정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언젠가 여행하면서 모은 배경들을 나도 좋은 콘텐츠로 발현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봅니다.    


@ 렐로서점 내부에 걸려있던 그림들
@ 드디어 렐로서점으로
@ 안녕 바니스틴슨? 여기서 뭐하니?

   

 서점으로 올라오는 길에 봐 두었던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수프, 미니 함박 스테이크, 볶음밥, 파인애플, 아이스티, 에스프레소까지 €12.50에 해결할 수 있는, 아주 가성비 좋은 식당이었습니다. 5월의 포르투갈은 덥지도 않고, 여행을 하기에 딱 적당한 날씨였습니다. 포르토 시내를 열심히 걸어 다니며, 이제는 제법 조금 익숙해진 유럽의 풍경들을 담습니다. 각종 먹거리나 기념품이 저렴하게 팔고 있다는 볼량 시장으로 가는데 구글이 가리키는 곳을 아무리 서성여봐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볼량 시장은 공사 중. 유럽 여행지에서 만나는 전통시장을 워낙에 좋아하는 지라 아쉬운 마음이 그득하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볼량 시장을 좌측에 놓고 조금 더 올라가면 각종 브랜드 상점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간 유럽여행과 비교했을 때 포르투갈에서 극명하게 보이는 특징은 정육점이나 생선집. 정육점에서는 각종 부위를 창문에 대롱대롱 매달아놓고 있었고, 생선도(생선 요릿집 있는 것도 처음 보았지요) 그랬습니다.      


@ 포르토에서의 첫 점심
@ 포르토에서 유명한 카페라고 합니다. 들어가진 못했어요

 포르토에서 유독 눈길이 많이 갔던 것은 파란 타일로 덮여있는 건물들이었습니다. 아무리 뜨거운 태양 아래 서있다 한들 이 파아란 타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다 맑아집니다. 포르토는 도시 자체가 작아서 도보로 금방 금방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시내를 돌고 돌다가 다시 항구 쪽으로 가던 중, 검은 망토를 두르고 노래를 하고 있는 청년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유독 좋아하는 비정상회담 멤버 ‘타일러’가 세계 테마 기행 포르투갈 편에서 소개해준 적이 있는 지라, 가던 길을 멈추고 집중해서 연주를 들었습니다. 이들은 포르토 내 대학교 학생들로, 교내 활동을 위한 모금 활동을 이렇게 거리에서 버스킹 형태로 한다고 합니다. 2학년 이상만 검은 망토를 입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더욱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고도. 애교심을 길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혼자서도 참 잘 다니는데. 생선 덕후인 저는 포르투갈에서 먹고 싶은 음식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인터넷 카페에서 한국인 동행을 구해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아마 한국 ‘N’ 포털사이트에서 가장 유명했을 레스토랑이 아니었을지.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식당에 한국인으로만 가득 찰 이유는 없겠지요. 가게 안에 한 테이블을 제외 모두 한국인이었습니다. 새우와 오징어 덮밥, 문어 요리, 참치 스프레드, 포크찹을 주문했고 기술 가정 시간에 배우듯 화이트 와인도 함께 즐겼습니다. 포르투갈의 요리는 제 입맛을 참 정확히도 사로잡았습니다. 매콤한 해산물. 속이 데워지면서도 시원한, 지극히 한국적인 맛이었습니다. 더블린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맛을 포르투갈에서 찾다니. 환희의 눈물을 흘릴 뻔했지요. 저녁을 먹고는 항구 앞의 각종 퍼포먼스를 구경하고 석양 시간에 맞추어 다시 폰테 루이스 다리 위로 올라갔습니다. 다리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원까지 걸어올라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중간중간 지나가는 트램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포르토의 가라앉는 저녁을 감상합니다.


@ 동전을 넣으면 구두를 탕! 하고 한번씩 수선해줍니다
@ 강아지 둘의 목줄을 서로 걸어놓았어요
@ 어디서나 보이는 사랑의 상징들
@ 노을이 지는 포르토
@ 다시 찾아온 포르토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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