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포트와인과의 작별, 굿바이 포르토
2018.5.22~27 포르투갈 포르토, 리스본, 파로 여행기
다음 날은 아침 10시에 시작되는 무료 Walking tour에 참여했습니다. 8명 정도의 관광객들과 함께 포르투갈 청년의 가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시내 중심 이 곳 저곳을 돌며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포르투갈의 왕 '돈 주앙'이 프랑스 침략에 브라질로 피신하여 돌아오지 않아 높아지는 국민들의 원성에 아홉 살짜리 딸을 왕위에 앉혔다는. 그럼에도 거세지는 비난에 본인의 동생과 딸을 결혼시켜 포르투갈을 통치하게 했다는 이야기. 포르토는 특히나 구불구불 미로처럼 지어진 마을이라 프랑스든 스페인이든 침략이 어려웠다는 이야기. 포트와인의 4가지 종류, 6월 24일부터 시작된다는 포르토 마을 축제 등등에 대한 설명을 장장 3시간에 걸쳐 듣고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10분 쉬고는 다시 시작된다는 말에 사과의 말을 전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무료’ 투어였지만 이리도 열성적인 가이드에게 한 푼 쥐어주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으니, 무료라는 말은 지워버리셔도 무방할 듯합니다.
항구로 다시 내려가는 중, 포트와인과 초콜릿을 함께 파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포트와인에 대한 지식을 막 습득한 직후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지요. 포트와인은 크게 3가지 화이트, 루비, 타우니로 나뉘는데 화이트는 잘 알려져 있듯 생선요리와, 루비 와인은 초코무스나 치즈와, 타우니는 프랄린이나 나타(에그 타르트)와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초콜릿 두 조각과 루비 와인을 한 잔 마셨습니다. 달콤 씁쓸한 초콜릿을 루비 와인이 더욱 은은하게 혀에 감돌게 하는 듯합니다. 항구에 펼쳐진 기념품 가판대를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져 어제 봐 둔 샌드위치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브리치즈를 워낙에 좋아하는 지라 메뉴판에서 ‘브리’를 읽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주문했습니다. 빵에 발라진 레드 페스토, 샐러드 위에 큰 브리치즈 조각, 아보카도. 토마토.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한입 크게 베어 무는 순간, 감동이 밀려옵니다. €6.50에 수프와 샌드위치 그리고 음료수까지. 비싼 물가로 허덕이던 더블린 생활에 포르투갈은 관대함의 극치였습니다.
다시 항구로. 이번에는 다리를 다시 건너 올드타운 편에서 가만히 앉아 강을 바라보며 하비누아주의' 새벽 두 시'를 들었습니다. 평화롭고 고요하구나. 홀로 예쁜 것들을 보며 아름다운 것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팔과 목이 빨갛게 타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감상에 젖어있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 숙소에서 짐을 가지고 역까지 걸어갔습니다. 이 더위에 걸어서 30분 거리인데 왜 버스를 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반 정도 걸은 후에나 하게 되었지요. 아무쪼록 기차 시간에 맞추어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이제 리스본으로 갑니다.
3G도 잘 터지지 않는 기차 안에서 장장 세 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드디어 리스본 기차역에 하차. 숙소까지는 지하철로 30분이 걸립니다. 가는 길에 큰 마트 하나를 발견하여 간 김에 13센트 밖에 안 하는 물병을 여러 개 사두었습니다. 조금 더 걸어 도착한 숙소 리셉션에서 키를 받고 방문을 열자마자 웬 팬티 차림의 남성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OH!!! Sorry!!!” 방을 잘못 찾아왔나 싶어 얼른 문을 닫으려는 순간 그가 아주 여유로운 미소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남자 두 명, 여자 두 명. 내가 혼실을 예약했던가...? 어쩌면 예약할 때 옵션조차 없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일단 짐을 풀었지요. 불은 켜둔 채로, 각기 배정받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는데 제 밑 침대에 있던 스페인 남자아이가 불을 꺼도 되냐고 물어 모두들 ‘Yes’라고 대답했더니, “OK~ Democracy Rules!”(그래~ 민주주의 만세!)하고는 불을 끕니다. 세계적으로 통하는 민주주의의 힘을 이렇게 리스본의 한 쪽방에서 확인하고는 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