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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집 Jan 29. 2020

빛나는 천재의 아름다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하이큐, 그리고 서태웅

특히 스포츠 만화 영역에서 저는 범인(凡人)이 노력해서 성취한다는 스토리보다 천재(天才)가 천재성을 발휘하는 쪽에 더 매력을 느꼈습니다. 〈더 파이팅!〉(권투)보다는 〈테니스의 왕자〉(테니스)나 〈하이큐!〉(배구)가 재밌더라고요. ‘안 될 거야, 아마’라는 비뚤어진 심보의 발로인 것 같습니다. 세기의 명작 〈슬램덩크〉에서도 강백호를 응원하고 지지했지만 언제나 마음은 서태웅과 정우성에게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빛나는 천재의 아름다움이여.     

월터 아이작슨의 평전 《레오나르도 다 빈치(아르떼)》를 읽은 것도 그가 천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전작 《스티브 잡스》 역시 마찬가지.) 그림, 조각, 광학, 인체 해부, 비행기, 헬리콥터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재능 역시 풍부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아이디어는 길게는 수백 년이 흘러 재발견되거나 실물로 구현되었습니다. 이 천재의 삶과 사고(思考) 프로세스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멋진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랄까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떠오르는 생각들, 그날그날 해야 할 일들을 낙서와 함께 공책에 꼼꼼히(?) 기록해두었습니다. 워낙 다방면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시작만 하고, 혹은 ‘해야 할 일’이라고 적어 놓고 진행하지 않거나 중간에 치워버려서 후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과업도 여러 가지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작자(作者), 우리 모두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슬쩍 말합니다. (제가 보기엔 이 작자도 천재에 가까운 데 말입니다.)      


“그의 천재성은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종류, 심지어 한번 배워볼 수 있는 종류에 해당한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 이를테면 호기심이나 치열한 관찰력을 기반으로 한다. 레오나르도의 걷잡을 수 없는 상상력은 공상과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였는데, 이러한 상상력 역시 우리가 스스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키워줄 수 있는 부분이다(p.20)"     

아, 이건 내가 약한 지점인데. 이쪽으로 좀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런 주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순전히 자기 경험과 독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친구 및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키워나갔다. 여러 학문 분야에 발을 담갔던 많은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레오나르도에게 사고의 발전이란 협력을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p.214)."     


천재 이야기에 매혹되는 건 큰 고민 없이, 계속되는 노동과 사유와 그에 따른 피로 없이 문제가 뚝딱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었을까요. 0.00001초 만에 스파이커의 손이 닿을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서 공을 갖다 놓는 〈하이큐!〉의 천재 세터처럼, 늘 시크한 무표정으로 승부를 짓던 서태웅처럼. 하지만 돌이켜보면 정우성에게 설욕할 작전을 궁리하던 대(對) 산왕의 서태웅이 가장 빛났던 것 같습니다. 우리 역시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처럼 노력해봐야지요.     

어제, 인성(人性)이 안 되어 좋은 아빠 되기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고백한 엽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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