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일하고 계신 일당백 인재들을 위하여
1. 스타트업에서의 하루
2. 정체성에 대한 혼란
3. T자형 인재
4. 당부의 말씀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채용공고로 들어온 직무가 아닌 다른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게 된다. 스타트업에서는 아무래도 인력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직무별로 일이 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허들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정말 적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린 기획이나 스프린트, 애자일 등의 방법들이 도입되는 이유도 빠르게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유연하게 피봇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되는 놈들만 파도, 성공하기 어려운 판에 반응이 좋지 않은 녀석들을 오래 끌고 갈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이 더 많은 업무 영역을 커버해야만 하고 다양한 능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현재 마케터로 일하고 있지만, 실상 마케터로 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로 기획과 관련된 일을 했었고 기껏해야 공모전용 IMC와 학교 주변 상가들 대상으로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해본 게 다였다. 내가 마케터가 된 이유는 콘텐츠 제작과 SNS 채널 관리를 해봤다는 이유 하나였다.
들어가서는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톤 앤 매너 설정 및 피드 관리,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대표 캐릭터 제작, 캐릭터 세계관 구축, 앱 홍보 영상 제작, 투자자용 안내 영상 제작, 애널리틱스 분석, 키워드 분석, SEO 구축을 위한 기획, MBTI 테스트 기획 및 제작 등 뭐 쓰고 나니 크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생각보다 자잘한 업무들이 많은데, 이런 게 시간을 가져갈 때마다 속이 터진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하다 보면,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들어온 게 아닌데.. 나는 대체 언제 전문 영역을 키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1/2년 차 주니어 분들의 가장 큰 고민도 ‘제 전문 영역도 없이 잡부가 되는 기분이에요’라는 질문이 참으로 많다. 나 또한 그랬다. 나중에는 나를 마케터라고 말해도 되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퍼라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T-Shaped Marketer Framework'라는 도표가 있다. 'T자형 인재'라는 개념이 있는데, 중심 몇 가지를 잘 익힌 다음, 다른 역량까지 양옆으로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표에서 보면, 정 가운데에 '콘텐츠 마케팅'과 'SEO'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 둘은 갖춰놓고 다른 방향으로 확장해나가면서 학습해가는 방식인데, 일종의 풀 스택 마케터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케팅 분야가 세분화되어있지만, 처음부터 대기업이 아닌 곳에서 시작을 한다면 대부분이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잡부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익히면서 자신만의 뾰족한 부분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꼭 T자형 인재가 아니더라도 ㅈ자형이나 다른 형태의 인재로도 성장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인재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현재의 일은 협업이 필수적이며, 협업 과정은 단순히 자기 직무에 일만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서로 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주니어 때가 가장 중요한 것도 다양한 일을 시도해볼 수 있고 경험해보면서 각자의 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기이기 때문 아닐까.
또 다른 의미로는 그런 다양한 영역의 포용력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유튜버 이연님의 인터뷰 중 일부인데, 그 말이 와닿아서 사금으로 모아뒀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더 잘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림을 나만큼 그리면서 말도 나만큼 하고, 애플도 좋아하고, 영상도 만들고, 디자인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요즘 시대가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만 하는 사람, 반 고흐 같은 사람이 잘될 시대가 아닌 거다.”
마케터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본인의 영역을 넓혀가기 위해 노력한다. 한 가지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으로 자신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 잡부가 아니라 풀 스택을 향해가고 있다고 당당하게 외치자. 그리고 공부할 거리가 많다는 건 성장의 여지가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말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짊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부가 아니라, 당신만의 USP를 만들어간다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폭넓은 경험은 다른 이들과의 협업에도 분명 큰 도움을 준다!
당신은 더 많은 업무를 하기 위해 태어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