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가 아닌 잘하는 방법에 대하여
- 당신이 오르고자 하는 산은 무엇입니까
- 왜 사람들은 산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오르려 하는가
- 열심히 말고, 잘하는 방법
- 나만의 해자를 갖추는 방법
* 해당 글은 비즈까페님이 운영하는 독서모임을 참여하며 들었던 생각들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會當凌絶頂(회당릉절정)
내 반드시 정상에 올라
一覽衆山小(일람중산소)
뭇 산들의 자그마함을 굽어보리라
- 당 두보(杜甫) - 망악(望岳) 중
산을 오르는 행위는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산을 오른다. 산악인 조지 멜러리는 ‘산에 왜 오르냐’라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Because it is there)이라 말한다. 이 말은 세계의 수많은 산악인들의 마음속 명문이 되었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 완등자, 산악인 엄홍길에게 산을 왜 오르냐고 묻자 그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르지만, 막상 산에 오르려 하면 그곳에는 산이 없다’라고 답한다.
산은 삶을 상징하는 하나의 은유적 표현이다. 삶의 있어 하나의 목표라 생각한다면 자신의 기준이 산의 높이가 된다. 주식 시장에 신화적 인물로 불리는 성필규의 꿈은 ‘월가와 같은 세계금융시장에 견줄만한’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고 이뤄나가는 일이었다고 한다. 세상에 많은 오너들은 흔히 말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룩한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마주한다. 갈등 상황은 이중 접근 - 회피 갈등 형태로 많이 나타나며, 이 속에서 선택의 압박을 받는다. 그럼에도 왜 하는 가 물어보면
각자 자신들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생각한 절정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다.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삶이 어디에 향하고 있냐는 점이다.
현대 정주영이 정치적 외압이나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포기해도 상관없는 일을 왜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계속해서 나아가는 가?
이 지점에서 계속해나가는 힘은 ‘나의 꿈’이어야만 한다. 많은 이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들, 타인들이 좋다고 하는 기준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꿈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부모의 요구에 따라 부모의 꿈을 자신의 꿈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꿈은 모방하면 안 된다. 나의 꿈이 아닌 타인의 꿈을 모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 산은 내가 오를 산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원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정주영이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가출을 했던 것도 ‘더 나은 삶’을 위해서였다. 인간은 ‘향상심’을 가지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향상심(向上心)
모든 면에서 현재보다 더 발전해 가고자 하는 마음. 퇴굴심의 반대되는 말. 정산종사는 “인연에는 좋은 인연과 낮은 인연이 있나니, 좋은 인연은 나의 전로를 열어주고 향상심과 각성을 주는 인연이요, 낮은 인연은 나의 전로를 막고 나태심과 타락심을 조장하며 선연을 이간하는 인연이니라”
향상심을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향상심은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다. 피터 틸이 <제로 투 원>에서 말했듯, 하고 싶은 게 무엇이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걸 이루기 위하 기간 단축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는 게 ‘향상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렇기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뽑아볼 수 있다.
당신은 어디에 오르고 있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산을 오르고 있습니까?
당신은 어떤 향상심을 지니고 있습니까?
Just do it.이라는 나이키 정신과 함께 결부되어 나오는 문장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하면 된다는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하면 된다는 단순히 열심히 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열심히 잘) 하면 된다
단순히 노력과 열심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 단순히 Over 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된다. 일을 단순히 많이 한다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며, 운동을 하루에 몰아서 한다고 해서, 근성장이 이뤄지는 게 아니며, 거래를 많이 한다고 해서 수익률이 극대화되는 것이 아니다.
물이 끓기 위해서는 임계점을 넘어야 한다. 내가 라면을 끓이는 게 목표인데 물이 끓지 않으면 라면을 끓일 수 없다. 물이 끓기 직전인 온도까지 올렸다고 하더라도, 라면을 끓이지 못했다면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경험이 없는 주니어 레벨, 학생 레벨에서야 ‘단순히 열심히’해보는 경험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성장과 성취라는 측면에서 ‘단순히 열심히’만 하는 건 독이 되고 아웃풋이 없기에 쉽게 번아웃이 올 수도 있다.
열심히 한다는 노력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만 하면 남는 게 없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잘할 수 있는 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신만의 원칙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원칙이 없다면 단순히 열심히 하게 된다. 또는 잘못된 방법으로 열심히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만’할 수 있고, ‘오판’할 수 있다.
내가 판단하기에 내가 열심히 하는 것
시장에서의 판단
객관적 상황
투자를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시장 상황’과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상황 속에서 내가 정한 기준에 따라 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것과 내 ego를 내려놓고 시장이 가진 판단을 오만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오만한 판단과 훼손된 원칙 속에서 손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열심히’만 하면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도 있다.
내 판단이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다는 걸,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순간을 잘 캐치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과 선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회고를 하면서 레슨 런을 얻어가는 점이다. 레슨 런을 통해 나의 세계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야 한다.
비즈니스적인 해자는 무엇일까?
해자(Moat)의 본래 의미는 성을 지키기 위해 둘레 같은 곳에 땅을 파 물을 채워놓는 걸 말한다. 고대, 중세 시대에는 성벽을 높게 쌓는 건 내구력 문제나 기술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해자의 깊이 + 성벽의 높이를 이용방어 효과를 누렸다. 워런 버핏은 투자에 있어 경제적 해자를 가장 중시했다. 옛 중세시대의 해자가 성벽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했듯, 해자가 있는 기업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
해자의 요소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기업이 지닌 경쟁력, 기술, 차별화 전략, 진입장벽 등.
진짜 해자란 무엇인가? 진정한 해자는 사람이 만든다. 예컨대, 기업 내의 진짜 훌륭한 사람이 1명이 있고, 5명이 있고, 10명이 있고, 100명이 있으면 기업의 Value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어떤 산업에 있느냐보다 어떤 플레이어냐가 더 중요하다. 진짜 훌륭한 사람들이 고민한 결과들이 ‘해자’가 된다. (축적과 발산의 힘)
단순히 자본과 기술이 해자가 되지는 않는다
현대 정주영의 일화를 보면 막대한 자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엄청난 기술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자본은 누군가를 통해 조달해 왔으며, 기술도 해외에서 배워서 가져왔었다. 그럼에도 현대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지금까지 남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된 건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모했지만 무모함이 부른 혹독한 시간을 견디며 살아있는 공부를 하며 철저하게 강인해졌다. 이 꿈은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다. 우수한 인재로 인해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반드시 온다 확신한다.
- 정주영
진정한 비즈니스적 해자는 ‘사람’이 만든다. 대표가 ‘투자자’와 ‘소비자’만 챙긴다면, 해자가 생길 수가 없다. 대표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챙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제 아무리 좋은 책도 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또 책을 읽고 ‘어떤 메시지를 줄지’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이 책 또한 그렇다. 단순히 내가 대학생 때 현대 정주영의 삶이 궁금해서 읽었다면 ‘뚝심’과 ‘하면 된다’는 불굴의 정신 정도로 요약해버리고 말지 않았을까. 비즈니스계의 ‘신화적 인물’이라 칭송받는 이들의 스토리처럼, 가난한 삶을 벗어나 진정한 개천에서 용이난 사람 중 한 명 정도로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스타트업계에 있으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을 갖고, 마켓과 도메인의 차이점을 이해한 뒤 이 책을 읽으니 ‘정주영’이 얼마나 미친 사람인지 다시금 느꼈다. 정주영이 진정한 <제로 투 원>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1을 만들고, 1을 100으로 만들고, 100을 1000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의 ‘비전’을 모든 임직원이 지닐 수 있는 해자로 만들었기에, 이명박 같은 사람도 나올 수 있던 게 아닐까.
독서모임을 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건, 나만의 해자, 나만의 원칙, 나만의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비즈니스는 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삶을 가장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며, 자신의 자아실현을 이룩하는 효과적인 선택지 중 하나라 느낀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지지부진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안되고 큰 고통과 시련이 있을 수 있다. 고통을 느끼는 순간 나 자신을 파악하고, 성찰을 통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일에 잘 대처하고 어떤 일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지. 때로는 잘못된 판단, 오만으로 인해 퇴보할 때도 있지만 회고와 성찰을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이 과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만의 것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나만의 것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다른 이들의 해자, 다른 이들의 원칙, 다른 이들의 프레임워크를 보면서 ‘나한테 맞게’ 수정하는 일도 좋다. 이미 좋은 선례는 세상에 널려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흡수하고, 내 삶에 적용할 것이냐다. 빌려오더라도 나의 옷으로 수선하면 그건 내 원칙이 되고, 내 해자가 되고, 내 프레임워크가 된다.
상황은 매번 바뀐다. 상황이 바뀌더라도 나는 바뀌지 않을 수 있다. 그건 내 선택이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 날씨가 좋은 시즌도 있고, 나쁜 시즌도 있을 것이다. 이 날씨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기상청의 예보를 통해, 이에 대해 대비할 수는 있다. 내가 하는 건 예측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잘 대비하고 대처하는 능력이다. 나는 잘 대비하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기르고 있는지, 탈피/탈각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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