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요선 Sep 23. 2021

언젠가 이야기

책 <신령님이 보고 계셔>를 읽고

내 앞에는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인턴이 앉아있다. 이 인턴의 얼굴이 요즘 들어 급격하게 좋지 않아서(너무나도 우울해보여서), 실은 그 인턴이 속해 있는 팀의 팀 리더로부터 매니징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인사팀으로서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사실 나도 좀 부담스러워서, 편한 분위기에서 좀 캐주얼하게 이야기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떠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별 말 안했는데도 그 인턴은 눈물을 한 방울 주르륵 흘렸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같은 친구 앞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 나는 내가 무척이나  울면서도,  눈물에  감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를  졸업한 친구가 살면서 거의 처음으로 본인이 무언가를  한다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지. 취업부터 자아실현까지  나잇대에  법한 고민들 당연히 힘들겠지. 그런데 ...그거야 ...그게 .." 시큰둥한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다보니  친구의 상황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천하태평만은 아니라는 , 생각보다  극심한 마음의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알게 되었다.

 앞에서 나는 내가 듣기 싫었던 것처럼  친구도 듣기 싫을 것이 분명한 '하나마나한 소리'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대화가 꽤나 민망하여, "제가 조언을 하는  절대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는 거에요" 엄청나게 강조했다.

친구는 본인이  회사에서 정규직이 되지 못할까봐, 본인이 잘리다시피 나갈까봐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본인은 인정받지 못하는 , 사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싫은  같았다. 나는  회사에서 정규직이 된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안한  좋은  같다고, 그리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야기가 지금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는  친구에게는 가닿지 않는  같았다.

나는 그러다 자연스레 작년에 내가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회사에서 실수하고, 못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으니까  위축되고, 그러니까  하기 싫어서  실수하고의 악순환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런 경험이 있으세요? 지금 저도 그래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상황이 달라져(이직했다) 지금은  일도 아니게   일이, 완전 깔끔하게 지워진 그때의 기억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있다는  깨달았다.  친구는 연휴 동안 본인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일지를 고민해보겠다고 하고 우리는 자리를 떴다.

나는 조언을 성공한 어른이   같아 나름 내가 기특했다.  친구가 본인에게 좋은 선택을 하기를, 그리고 혼자만 결정하면 되는 일은 인생에서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은 일이기에  좋아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는 퇴근  요가를 하다 아직은  일이 되지 못한 다른 일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다. (나는 하도 많이 울어서 남몰래 우는 법을 터득했다)  모든  허탈하거나 짜증나거나 씁쓸하거나 그렇지는 않았고, 언젠가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말할  아무렇지 않게 되겠지? 누군가에게 안도가 되는 경험이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예전에는 울음이 남들 보기 전에 빨리 멈추기를 바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면 이제는 속으로 되뇌인다. 이게  언젠가 이야기가  것이라고.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또다른 이야기에 가닿게  수도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울음은 그쳐져있다.




작가의 이전글 매일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