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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요선 Nov 09. 2021

돈독하게 트레이닝 - 우리는 '썬룸'으로 간다

개인의 의지로 될 거였으면 이미 난 잘됐어!

거의 처음 보는 예술인들과 다짜고짜 떠들었다.

"어디서 오셨아요? 와, 거기서 여기까진 얼마나 걸려요? 너무 힘들지 않아요?"로 시작됐던 이야기는 "저는 지금 1인 사업자 냈어요. 저는 지금 직장이 어떤 점에서는 좋아요. 지금 회사다니면서 작업까지 병행하는 건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어요"까지 단숨에 왔다. 돈과 예술에 대해 떠들었고 주로 돈에 대해 이야기했다.


후원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노동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는 부동산으로 몇 년 만에 얼마를 벌었다더라, 누구씨는 아직 이십대니까 차라리 빡세게 돈을 벌고 나중에 하고 싶은 걸 해라. 자기계발서의 대가들과 혁신적인 창업가들부터 집이 두 채이지만 전부 쉐어 하우스와 공유 오피스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거실에 살았던 돈에 대해 쓴 예술인 김얀 작가님(이하 '얀니')까지 두루두루 나왔다. (그 자리에 있던 한 예술인이 <오늘부터 돈독하게>를 읽고 주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나는 그 작가 언니랑 지금 어쩌다 같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가 원하는 돈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에겐 정말로 즐겁게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을 정도의, 나에게 의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물론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참 좋겠지만.)

그런데 또 너무 돈이 없어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안락해서도 안된다!

사실 나는 올해 초 그것이 일시적일지라도 정말 아무 걱정 없는 한 때를 보냈었다. 적당한 돈, 좋은 친구들, 미래를 함께 하리라는 강한 믿음이 들던 사람까지. 주말마다 근교의 좋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늘 배부르게 먹고 쉬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약간 무기력했다. 아름다운 풍경들 앞에서도 시큰둥했다. 이렇게 계속 나이를 먹어가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평온함이 더할 나위는 없었지만 나는 좀 심심했다.

생활이 적당히 무료하고 무기력하고 또 안정적이고 좋았기 때문에 뭔가를 굳이 열심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단은 결혼을 하게 될 것 같으니, 그러려면 돈을 모아야 하고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언제 이렇게 착실하게 살아볼까 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재테크'에 몰두하는 척을 했다. 어떤 특정 액수를 꼭 모으고 말겠다고, 지금은 전부 그 돈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내가 정말로 결혼을 원했던 걸까.
심하게 말하면 무료해서 결혼을 생각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아니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것 같기에 결혼을 잠시의 돌파구로 삼으며 은연 중에 부담을 줬던 것도 같다.

그런데 그 미래를 함께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관계가 끝나자 내가 인생에서 정말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내가 원하는 목표가 이전에 비해 생긴 편이고, 그 과정까지도 즐기고자 한다.



"그래서 저는 곧 얀니의 빌라 거실에 들어가 살으려구요"라고 돈과 예술에 대해 같이 떠들던 친구들에게 말했다.

"왜..왜요? 도대체 왜요?"

나는 경기도권에 엄마집도 오빠집도 있지만은, 그리고 지금 다시 재미있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 중이지만 '그래서' 거실로 들어갈 거라 말했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너무' 휴식을 취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개인의 의지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이미 난 잘 됐을테니까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그게 일단 나에게는 '거실에서의 생활'이라고.

실제로 우리 엄마도 뭔가 안타까워하면서도 차라리 잘됐다 싶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쓰리룸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오빠집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도 했다. 맨날 누워서 넷플릭스 보며 배달 음식 시켜먹을 바에야 쉐어하우스의 거실에서 살라고.




외국에서 워킹 워홀러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쉐어 하우스는 실제로 거실도 쉐어한다고 한다.

그리고 거실 쉐어의 이름은 예쁘게도 '썬룸'이라고.


그렇게 우리는 '썬룸'으로 간다.

거실에서는 남자를 부를  없었기 때문에 남자를  만나 얀니의 어머니인 옥연 여사님이 좋아하셨던 것처럼

거실에서는 너무 많이 잘 수 없기에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일테니 우리 엄마 은자씨가 좋아할테다.

거기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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