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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요선 Oct 04. 2022

All sorrows can be borne if -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며

내 옆 방이자 마흔 살에 드.디.어 가지게 된 자신의 방에서 언니는 최면술로 유명한 설기문 유튜브를 보고 있다. 8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 보고 싶다며 '전생체험 하면서 다시 만나고 싶은 인연을 찾아갑시다' 최면을 듣고 있는 거다. 이럴 때면 10살 많은 언니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정말 가지가지 한다 싶다. 이런 건 숨길 법도 한데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는 게 귀엽기도 하다.


시큰둥해 하는 내게 언니는 불쑥 "너는 그럼 전 남자친구 안 보고 싶나?" 묻는다. 단순 명료하지만 꽤 답하기 어려운 난제와도 같은 언니의 질문들은 지난 2년간 늘 나와 함께 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때는 나를 죽지 않게 붙잡아 주던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도대체 어떤 거지? 질문해 본다. 결국,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하곤 하지만.


"언니는 그 사람이 왜 보고 싶은데?" 이번엔 내가 묻는다. 언니는 명쾌하게 답한다.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럼 나는 또 누군가가 그립다는 건 그 사람과의 대화가 그리운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하나의 세계를 알게 된다.

 

얀니와의  끝없는 대화가  권의 책이 되었다. 글쓰기를 원래도 좋아했지만 쓸수록 빠져들어 아주 재미있게 썼다. 연기를 처음   언니가 너무 재미있다며 자꾸 나와 연기로 교감하려 길래 내가 눈을 피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언니가  눈을 피했다.  개의 글을 쓰면서는 여전히 많이 울었다.


나의 겁 없고 이상한, 그리고 귀여운 X 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언니는 나에게 스스로의 삶에 품위를 부여하는 법을, 그리고 그건 본인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일상을 잘 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었다.


언니가 몸빵하며 먼저 돌파해 나간 10년 덕분에 나는 이제 막 이십대의 마지막을 무사히 통과했다. 그간 겨우 버티기만 했다고 자책했는데 그 시간들 덕분에 나 역시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다. 나의 이십대를 한 번은 꽉 껴안아 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어 다행이다. 지난 시간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했으니 이제 나는 다음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어디로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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