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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요선 Oct 25. 2022

물을 아주 잘 먹는 법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재미도 없을 텐데.

심지어 이런 글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나왔잖아.

재미도 없는데 특별하지도 않단 말이지.


어디까지 쓸 수 있을까. 어디까지 써도 될까.

이제 와서 탓하고 싶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굳이, 이제 와서.


이런 글을 쓰는 나를 내가 참아낼 수 있을까.

야, 백요선! 너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거야? 언제까지 그럴 건데?

너 진짜로 너무 징징거린다. 너도 알지?


더 솔직히 말해볼까.

이런 글을 쓰는 나와 과연 누가 만나고 싶어 할까.

혼자가 되는 건 정말이지 싫은데.

이런 흔적을 굳이 남겨서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지금도 머릿속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간다.


그래도 써볼 참이다.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지 정말로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모험이니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기까지 이미 많은 것들을 망쳐버렸다. 그 수치의 기억들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기록하려 한다.

바로 지금의 내가 겪어내는 현재 진행형의 과정을. 그러니까 이렇게 써도 될는지, 이게 맞는 건지 도통 모른 채로 쓰게 될 것 같다.


물을 무서워하는 내가 판때기 하나에 의지해 일단 물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깊은 수심도 아닌 수영장에서도 나는 겁에 잔뜩 질려서 어떻게 하면 물을  먹을  있을지 질문한다. 그러면 수영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물을 일단 먹고 시작하자고, 물을  먹는  중요하다고 러주었다. 어차피 물을 먹게  거라고. 물을 먹더라도 멈추지 않는  중요하다고. 물을 먹으면서도 계속 계속 나아가라고.


그러니까 이제야 내가 나를 치료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를 해볼 참이다. 내가 나를 구할 수 있을지까진 아직 잘 모르겠다. 결말을 모르고 일단 발을 내딛는다. 본격적인 정신과 진료와 심리 상담을 이번 주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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