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쓰고 싶어서 단어를 찾아 둘러보다 번쩍이는 빛에 마음이 놀라 소심해진 손을 주머니에 속으로 슬쩍 집어넣고 터덜터덜 나도 재미없는 서울 사람으로 아스팔트 길을, 대리석 바닥을 거닐다 보면 이 지겨운 삶을 언제까지 살아내야 하나 숨이 턱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질 때 그때 문뜩 당신들을 마주한 거야 매일 행복해 주렴 아니 슬플 땐 울고 가끔은 화도 내고 당신의 행복에서 새파란 꽃내음을 맡고 당신의 쓸쓸함에서 시린 새벽바람을 느끼고 당신의 미움에서 거칠게 마른 흙을 만질 테니 문뜩 시가 쓰고 싶은 날 이제 난 당신을 보러 가야겠어 나의 시와 삶 속엔 가득히 당신뿐이고 사는 동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을 테니 당신을 보며 모든 아름다운 것을 상상하며 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