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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ri Oct 20. 2023

닫는 글) 오타쿠 뒤에 사람 있어요

시부야 원더랜드 오타쿠걸 3장 : 지속가능한 덕질을 위해 3

닫는 글) 오타쿠 뒤에 사람 있어요


오랜 시간 나는 무언가의 덕질을 하면서 관련 소비를 할 때, 실질적, 정서적인 홀대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늘 위화감을 품어왔다. 아마 무언가의 덕질을 깊게 해 본 적이 있는 오타쿠라면 한 번쯤은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개인의 취향이 중요시되며 덕심을 노리는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이런 은근한 부조리함은 여전히 일부에서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마음이 크다는 이유로 정당한 소비자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필자는 오타쿠의 인권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오타쿠니 빠순이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주는 선입견이, 현장의 살아있는 소비자의 존재와 거리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건 단순히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해지만,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적인 측면으로도 너무나 큰 손실이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2023년 현재의 소비 시장에서 덕질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긍정적인 측면을 전달하고 싶었다. 특히 여성 오타쿠들의 구매력, 최애의 성공에 대한 어마어마한 열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길 바랐다. (어디까지나 내가 알고 경험한 범위 내라 여성이라는 성별 위주의 이야기가 된 점은 양해 바란다.)


사실 오타쿠의 나라, 서브컬처 대국이라는 일본조차 오랜 시간 동안 덕질과 오타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무수한 선배 오타쿠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기성세대들 사이에서는 비하나 자조적인 표현으로 종종 쓰인다. 80년대 초 멸칭에서 시작한 오타쿠는 몇십 년을 거듭해, 이제야 겨우 Z세대들 위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Z세대를 대변하는 여고생들의 오타쿠에 대한 인식은 전체의 8할 이상이 긍정적이다. 전체적으로 오타쿠에 대한 인상은 라이트해지고 접근성이 높아졌다.


최근 일본의 소비 시장은 마치 이런 분위기를 기다렸다는 듯, 덕질을 양지로 열심히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기업이나 콘텐츠 측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포텐셜 있는 소비자 개척으로 뭉뚱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덕질이라는 행위와 소비 주체로서의 오타쿠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렇게 심도 있게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고무적인 변화임에는 분명하다.


비단 이런 변화는 옆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덕질을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많은 분들이 체감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움직임이 일과성 유행이 아닌 하나의 소비 형태로서 받아들여 지길 바란다. 아울러, 덕질이라는 문화가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것이 아니듯, 그 나름의 생태와 문법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동반되길 바란다. 소비자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결국에는 실패한다. 오타쿠가 호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제법 스마트하다. 요즘말로 하자면 좀 쎄한 것은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개인적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던 보이그룹 샤이니의 키 님이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 언급한 "콘텐츠에 투자하는 이유"를 일부 인용해 본다. 짧은 구절이지만 오타쿠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관계성, 덕질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이익만 생각하고 경제 위에 사람의 감정이 있다는 것을 생각 못 할 때가 많다
(중략)
안 보이는 경제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좋은 것을 보여주면 반드시 좋게 돌아온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당연히 상환이 된다. 사람들이 좋은 것을 사는 시대가 왔으니까.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vfvvSeaehtc


Z세대 여성 오타쿠에 대해 다루면서, 브런치북 전체를 관통해서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그녀들이 돌연변이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덕질이라는 취미를 가진, 평범한 소녀들일뿐이다. 


보통 오타쿠라고 하면 무언가 유별난 게 있겠지라는 일종의 편견 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기성세대들)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보기보다는 이 사람은 덕질이라는 분야에 열정을 갖고 이를 발산하며 일상의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봐주길 바란다. 그리고 "왜" 그 대상을 좋아하고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쓸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의 단계를 거치면 좋을 것 같다. 


일본은 머지않아 국민의 85%가 오타쿠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신발언 하자면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콘텐츠와 문화산업이 점점 고도화되어 가는 요즘,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덕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니까. 롱테일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점차 개개인의 취향이 중요시되고 있다. 오타쿠들은 바꿔 말하자면 알기 쉬운 얼리어댑터 집단인 것이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한 개인의 취미와 소비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덕질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도 하나의 어엿한 소비 생활이자 취미 생활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포함한 많은 오타쿠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 

무미건조한 이 세상에서, 오타쿠라는 컬러풀한 아이덴티티에 자부심을 가지자.

덕질과 현생을 슬기롭게 양립하는 소녀들과 같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한 다음, 다시 씩씩하게 걸어 나가면 된다.

부정적인 이슈들이 넘쳐나는 요즘,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쏟는 긍정적인 열량이야 말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데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덕질할 거 모두 행복하게 덕질합시다. 


출전 및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vfvvSeaehtc

https://www.oricon.co.jp/special/48705/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940.0000058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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