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없는 집밥 얼마나 자주 드세요?
이번 주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집밥을 드셨나요?
밀린 업무를 마치느라 구내식당이나 회사 근처에서 식사를 급하게 해결하며 정신없이 지내셨나요?
수업 들으랴 시험 준비하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늦은 식사를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때우셨나요?
밥 할 틈이 안 나서 부리나케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간단하게 가공식품을 데워 드시진 않으셨나요?
이렇게 매일 시간에 치여서 사는 사람에게 요리할 여력이 있는지 묻는 게 실례는 아니냐고요?
네, 맞아요. 실례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집밥 해 먹는 것 자체가 능력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일찍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도 7시가 넘어서야 지친 몸을 소파에 누워 겨우 숨을 고르는데 밥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죠. 야근하는 날이라 치면 회사로 짜장면을 시켜먹거나, 근처 24시 음식점에서 후다닥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야 하는데 밥을 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그건 거의 초능력을 써야 가능할 일이죠.
더욱이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는 요즘 굳이 당근과 시금치를 직접 골라 썰고 다듬어 볶고 데치는 것보다 집 근처 분식점에서 비빔밥을 시키는 게 비용도 시간도 더 절약되죠. 또, 스파게티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재료를 사는 것보다 슈퍼에서 1인분용 스파게티 봉지를 하나 사서 끓여먹는 게 쓰레기도, 설거지도 덜 나오고 간단하잖아요.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사실 우리가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예요.
엄마는 김치찌개와 밑반찬을 순식간에 만들어 밥을 해주고 아빠는 맛있는 국수를 뚝딱 만들어 줬었는데, 내가 밥을 하자니 엄두도 안 나고 뭔지도 모르겠는 게 사실이죠. 그리고 칼질도 서툰 내가 채소를 썰다가 손을 베는 것보다 손놀림이 빠른 동네 맛집 사장님의 칼솜씨를 믿고 밥을 시켜먹는 게 훨씬 안전하고요. 요리만 하면 망치는데 재료를 사고 시간을 들이는 것 자체가 낭비인 이런 시대에 사는 우리가 재료를 직접 사서 요리를 해 집밥을 차려 먹을 필요가 있을까요?
시간을 들여 요리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그리고 그 생각은 우리 사회의 식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았죠.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가공식품의 소비율은 신선한 채소보다 훨씬 덜 했어요. 다시 말하자면 각 집 냉장고에 가공식품보다 각종 채소가 더 많았다는 거죠.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즉석조리식품을 신선한 채소보다 더 많이 구매하기 시작했어요.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에만 집중된 삶의 구조에서 밥을 하는 능력은 이력서에 쓸 수도 없는데, 애호박이나 버섯을 사서 반찬을 하는 것보다 이미 반은 조리되어 파는 음식을 먹고 남는 시간에 토익 점수를 높이고 자격증을 하나 더 따는 게 효율적이잖아요.
그래서 가공식품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이 트렌드를 읽은 식품제조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더 다양하고 간편한 식품을 내놓기 위해 경쟁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모든 노동력과 시간을 일과 공부에 쏟고 밥하는 능력을 이 식품제조회사들에게 양보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쉬워졌죠. 이렇게 자본주의의 기회비용과 비교우위의 법칙이 우리의 먹을거리마저 서서히 점령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당연히 개인이 직접 채소를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이런 회사에서 대량 구매한 뒤 조리해서 봉지에 담아 파는 게 우리에게 싸고 그들에게 이윤이 남는 장사가 된 거죠.
가공식품뿐만이 아니에요. 우리는 다수의 나라와 비교해도 인구당 외식 업체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홍콩과 비교해서 6배에 달한다고 하니, 백종원 씨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말씀하신 "우리나라는 외식업 하기가 너무 쉬워서 인구당 자영업자 수가 너무 많다"라는 말이 정말 사실인 셈이죠. 배달앱만 켜서 엄지 손가락 하나로 버튼만 몇 번 누르면 내 앞에 치킨과 족발 등 내가 만들려고 하면 생각도 못할 먹을 것들이 쏟아지는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그 날 기분에 따라먹고 싶은 것들을 바로바로 받아먹고 즐길 수 있죠.
이렇게 우리는 점점 먹는 행위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기분이 좋은 날엔 치킨이나 피자를 시키고, 스트레스받는 날엔 매운 떡볶이나 주꾸미를 먹고, 울적한 날엔 밖으로 나가 외식하면서 우리는 행복을 찾고 있죠. 물론 원하는 것을 곧바로 먹을 수 있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 행복을 최적화하고 있는 걸까요? 먹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먹기 전까지 준비 과정에서 오는 다른 행복들을, 우리는 잊고 사는 건 아닐까요?
저는 건강하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어요. 어떻게 칼질을 하는지도 몰랐던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집밥을 팔아도 보고 칭찬도 들어보면서 깨달은 것은, 우리가 점점 주방과 시장에서 멀어지면서, 밥 해 먹으며 더 행복할 수 있는 기회도 잃고 있었다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썰고, 익히며 나누는 사소한 대화나 색색이 예쁜 채소들의 서로 다른 모양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다양하고 작은 놀라움들로 가득 차 있는지를 깨닫는 것이 제가 그토록 원하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단순히 요리하며 이런 행복을 찾는 것 마저 능력이 된 시대라면 우리는 그에 맞게 그 능력을 배양하고 개발할 방법을 찾아야겠죠. 그래서 여러분께 제가 맞벌이로 일하면서도 매일 저녁 요리하며 행복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해요.
매일 요리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만약 시간이 안되신다면 일주일에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 계획을 짜서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요리하는 날을 만들어 보시길 바라요. 효과적인 집밥 먹는 계획을 짜기 위해서 저는 엑셀과 구글의 메모 앱을 이용했답니다.
매주 토요일 이른 오후에 그다음 주 금요일 저녁까지 해 먹을 메뉴를 정합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버섯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화요일은 퀴노아 수프를 먹기로 정했다면 그에 필요한 재료를 구글 메모 앱에 써넣습니다.
그런 다음 슈퍼나 시장에 가서 장을 보면 시간도 절약될뿐더러 나중에 버리게 될 수도 있는 불필요한 재료를 사지 않게 되고, 충동적으로 인스턴트식품이나 가공식품을 사지 않게 된답니다. 저희 부부는 매주 이렇게 엑셀에 적어 둠으로써 서로 누가 먼저 요리하기로 했냐 뭐 먹기로 했냐 논의하는 일도 없답니다.
사실 말이야 쉽지 직접 행동에 옮기기는 참 어렵죠. 게다가 요리할 줄 모르는 분이라면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당황스러우실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집밥 먹는 게 힘들어진 시대라지만 건강한 집밥을 할 수 있는 자료를 찾기도 정말 쉬워졌답니다. 검색만 하면 다양한 요리법을 찾을 수 있고 유튜브에서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영상도 정말 많죠. 저도 더 많은 분들이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해 드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튜브에 요리 영상을 매주 금요일 올리고 있답니다. 그리고 영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요리법을 제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하려 노력 중이에요.
아직 많은 요리를 올리진 못했지만 앞으로 꾸준히 건강한 요리법을 여러분께 소개할 예정이니 집밥을 해 드시고자 하시는 분들은 제 유튜브 채널을 확인해 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생크림 없이 만드는 비건 투움바 파스타
10분 안에 완성하는 노오븐 그래놀라와 치아씨잼
요리를 하면서 손을 다칠 수도 있고, 가끔은 냄비를 태울 수도 있고, 어쩔 때는 슬프게도 완성품이 맛이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음식을 준비하며 나를 아끼는 마음, 혹은 나와 함께 집밥을 먹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어요. 다 완성된 따끈따끈한 요리를 접시에 담으며 미소 짓는 그 시간은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을 여러분만의 행복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건강할 나를 위해, 소중한 배우자를 위해,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오늘 함께 요리하는 행복을 나누시는 건 어떨까요? 힘들고 바쁜 삶을 사는 와중에도 여러분이 집밥 해 먹는 능력자가 되어 즐겁고 건강한 하루하루를 만드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