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공연한 곳은 캠퍼스 내였습니다.한마디로 야외 공연장이었는데요, 그런 와중에 제 기타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실과 바늘,앰프와 기타
통기타는 그 자체가 울림통이다 보니그냥 쳐도 소리가 잘납니다. 하지만 일렉기타는 앰프가 없다면가느다란 줄소리만 날 뿐입니다. 즉, 앰프는 기타의 강렬한 사운드를 이끌어내 주는확성기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앰프를 만질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합주실에서 연습할 때마다 장비를 잘 만지던 친구가대신 조절해 줬거든요.(ㅋㅋ) 그래서 저는 그날 무대에서도앰프 볼륨을 조절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무슨세팅을 건들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만 들었는데, 알고 보니 앰프는 해당되지 않았던 겁니다.저는 그것도 모른 채'왜 소리가 작지?'이러면서 죄 없는 음향팀만힐끗댔습니다('헤, 헬프…').그리고 무대가 끝난 뒤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첫 무대는어딘가어설프게마무리됐습니다.
무대에 던져진다는 것
하지만 곧이어 정기 공연이 있었습니다. 동아리 내에서 주최하는 무대였고, 한 곡이 추가되었습니다.따라서 저는 지난 무대를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움직여야 했습니다.
잔걱정이 많던 저는 과거 '바쁘게 살라'는 조언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바삐 움직이면 자연스레 생각할 시간이 줄어든다는데, 걱정꾼이 왜 걱정꾼이겠습니까?저는 '이야…이거 시작했다가 결말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하고 종말 시나리오부터 짜던사람이었습니다.(ㅋㅋㅋㅋ)딱히 나쁜 의도는 아니었고, 미리미리대비책을 세우려 한 셈이었죠. 하지만 그렇게 신중을 기하다 보니쉽게 움직일 수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밴드부에 '던져진 것'이 제겐 축복이었습니다.철학은 저도 잘 모르니제 경험에 비추어보겠습니다.구체적으로기억나진 않지만 언젠가 위안을받았던 말이 있습니다. 내용인즉슨,불안하다는 것은 자신이 불안해하는 대상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 들기 때문이라는것이었습니다.이를 좀 더 바꿔보자면 '불안하다'라는말자체가 '용감하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것이죠!따지고 보면과거의 제가 오디션 전날 벌벌 떨었던 것도, 결국 오디션장에 찾아갈 제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아니겠습니까?
참으로 좋은 역발상입니다!
영원한 초심자로 남을 것인가
때론'행운에 끝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원하는 대로 일이 착착 진행된다면 그것만큼 달콤한 게 또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성장통이 두려워 영원한 어린아이로 남고 싶었던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원하는 대로 모두 다 이뤄진다면이건 전지전능의 영역이겠지요.(ㅋㅋ)그런 존재는 애초에 인간이하는 고민을 하고 있지도 않을 겁니다.
결국 초심자의 행운은 간절한 사람이 만들어 낸 우연의산물인 것 같습니다. 그 기회를 잡고 나아가느냐마느냐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고요.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붙잡으면 붙잡는 대로, 포기하면 포기하는 대로 자기 자신을 원망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저는어떤 결과를 낳게 되든 그게 당시의 본인이 할 수 있던 최선의선택이었다고믿습니다.도망을 치는 것도, 용기를 내는 것도, 결국 그때의 나를 아끼려던 마음에서 나왔을 테니까요!
어쨌든 전 동아리를 그만 둘 생각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밴드부가 너무 좋았으니까요!!!!!(쩌렁쩌렁)
아무튼 정기공연은 무사히 마쳤습니다. 중간에 약간 실수했던 것 같긴 한데요, 그럴 때마다 일부러 소릴 작게 쳐서관객분들은잘모르셨을 겁니다.(끄덕)의외로 무대가 끝나고 나면 제가 먼저 언급하기 전까진'그게실수한 거였어?'라고되묻는 분들이많습니다.그만큼스스로 연주를 멈추기 전까진다들 잘만 감상하고 계시는 것이죠.그러니노래를 끝까지들려주세요!언젠가 제 글이 돌고 돌아 동아리 사람에게도 닿는다면 비슷한 반응이 나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