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락 밴드 기타'하면뭐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현란한 속주가떠오릅니다.제가기타를 사게 된 계기도멋진 솔로잉 연주 때문이었으니까요.그래서이에 관한 강좌들을 찾다 보면여러 기타리스트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습니다.
느리게 치는 것부터시작하세요!
1989년 시애틀 라이브 (출처: 링크)
제가 좋아하는 유명한 곡 중 하나는 'Metallica'의 <Master Of Puppets>입니다(라이브는1989년 시애틀48:45부터- 이건음원보다 서두가깁니다!). 강력하지만 무자비한 속도의 다운 피킹! 듣다 보면 왜 연주자들이 근력을 단련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안 돼도 일단 흉내는 내보고 싶은것아니겠습니까?(ㅋㅋ)그래서방구석 메리트를 이용하여 도전해 봤습니다. 그리고 무참히 패배했습니다. 90%의 속도에서도 패배, 80%의 속도에서도패배,70%에서도, 60%에서도…. 그렇게연전연패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장 느린 속도부터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래서 꿈을 크게 가져보는 게 중요한가 봅니다.(끄덕)
한 음, 한 음
한 박자, 한 박자
박치가 아니더라도 연주할 때 가장 곤혹스러운 점 중 하나는 박자입니다. 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니까요. 여기엔 나름의 멋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 저는 초보였기 때문에 기초를 탄탄히 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피아노를 쳐보셨거나 음악 학원 근처에 사신 분들은 <하농>의 존재를 아실 겁니다. 도레미파솔파미레도,
레미파솔라솔파미레. 그토록 지겹지만 치고 나면손가락이 유연해지던 그것!그것이 바로 기타에서는 '크로매틱(Chromatic)'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메트로놈에 맞춰 손가락을 단련하는 것이죠.
초반에는 흥미로웠지만나중에는무척 지루해졌습니다.각종 무협지나 판타지에서 성장 단계를 건너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내가 치고 싶은 곡을 연습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손 풀기에만 최소 30분을 쓰자니 온몸이 근질거렸습니다. 어떤때는크로매틱만 1시간을 치다가결국 지쳐다른 곡은 쳐보지도 못하고 기타를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축적의 족적을
단번에 따라잡는다는 것
하지만 유명한 뮤지션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접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그만큼 오랜 세월에 걸쳐 실력을 쌓아 올린 것이지요.설령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음악에 관심이 없었다면 본인의 시간을 거기에 쏟아붓지도 않았을 겁니다.그런데 저는 그걸 단숨에 날로 먹으려 했으니!당연될 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겨운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지루함이기존의 지루함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크로매틱을 통해 언젠가 멋진 기타 연주를 선보일 제 모습을 상상하면 또다시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지금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그래,이건 앞으로 다가올 재미를 위한 지겨움이다!'.즉, 제가 느꼈던 것은영원이 아닌 찰나의 지루함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게다가기초적인 연습에도 변주는존재했습니다.가령, 단순히 '도레미'로 치는 것이 아니라 '도미솔'로 치면서 손가락의 간격을 넓혀보는 것입니다.그렇게 되면 연습해 볼 항목은 끝이 없었습니다. 늘상 새로운 챕터를 마주하는 셈이죠!이런 식으로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정말로 계단식 성장이 일어났습니다. 20%의 속도로 치는 것도 힘들던 곡들이 70~90%의 수준으로 올라갔으니까요!물론날림으로 치지 않고서요!
그래서 기반을 잘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점차 견고해졌습니다.그러니제가 먼 훗날 무협지를 쓰게 된다면 독자분들이 중간에 나가떨어질 만큼 혹독한 수련의 시기를묘사해 보겠습니다.(삼천포)그래서 오늘날 속주는 마스터했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