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한참 뒤에나 쓸 이야기였는데요, 어머니께서 본인이 주인공이신 글을 빨리 보고 싶다 하셔서 올리게 되었습니다.(ㅋㅋ)
저희 어머니는 성실하십니다!
⋯라고 말하면 너무 흔한 문장이 될까요?
저희 어머니는 일터에 지각을 하시고도 오히려 박수를 받아보신 경험이 있습니다!이에 대한 어떤 동료분의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이야~ 나는 ○○○님이 사람이 아닌 줄 알았어!"
청소가 취미인 사람이 있다?
네, 놀랍게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믿기질 않습니다. 바로 제 옆에 떡하니 있는데도요! 제가 보기엔 이미 깨끗한 바닥이건만어머니께선 밀대로 한 번쯤 밀어주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모양입니다. 한 번은 쉬는 날이신데도 청소를하시려 해서 그만하라 하자 어머니 왈,"나는 청소가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야!"
⋯그래서 말릴 수가없었습니다.
누구는 어릴 때부터
라면도 끓여 먹는다는데
그게 제 얘기는 아니었습니다.저는 성인이 돼서도 설거지조차 드물었던불효자였기 때문입니다(끄덕). 아주 가~끔 가다 연례행사처럼 했던 것 같은데요, 그랬던 제가 이제는 설거지를 거의 전담하고 있답니다.
재미있게도 시작은 죄책감이었습니다. 돈도 못 버는 취업 준비생이 하는 일도 없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ㅋㅋ)저는 하루 계획 중 제대로 한 게 없을 때면 설거지를 했습니다. 그래야 퇴근하고 돌아오신 어머니께 '아무것도 안 했어'로 말문을 트더라도 '설거지는 했어!'로 맺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도 이에 동조하시며 설거지거리를 남겨두셨습니다.
설거지만 2시간이걸리던 사람이 있다?
이건 제 얘기였습니다.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설거지에 요령이 없던 불효자였기 때문입니다.(끄덕)한번 하면 기본 30분은 걸리는 데다, 양이 많으면 2시간까지 걸렸으니 저로서는 시간(과 수돗물)을 왕창 할애하는 일이었지요.그래서 이따금 너무 피곤할 때면 세제로 문지르기까지만 하고씻는 건 어머니께 부탁드리기도 했습니다.(반토막 효도)
하지만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어느 날 문득 설거지를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아무 일도 안 하는 나도 이렇게 피곤한데, 일까지 마치고 돌아온 엄마는 얼마나 피곤할까?'. 정말뒤늦은 깨달음이었습니다. 머리론 알고 있어도 새삼스럽게 와닿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 겁니다.그래서 열심히 씻었습니다. 제가 그릇을 씻어낼수록 엄마의 피곤함도 덜어갈수 있을 테니까요!
"요샌이가 설거지해? 그럼 엄마는 커피 타임 좀 가져야겠다~"
그 말이 저는 듣기 좋았습니다!
"요즘너무 게을러진 거 같아"
종종 청소가 밀리신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드디어 우리 엄마가 게을러졌다!'. 이는어머니를 안락한 삶으로 밀어 넣으려는 제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새는 어머니가 '빨래 개자~'라며 청유형으로 말씀하셔 놓곤말없이사라지셔서 혼자 개는 일도 많아졌는데요⋯.아무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아버지도 청소를 도우고 계시고, 가끔가다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어머니께 혼나시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