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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Jul 30. 2017

나는 것은 무모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일?

호모 아비엔스(homo aviens) 종(種)의 기원

전 세계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열리는 <플루그타그Flugtag> 대회를 아는지? 우스꽝스러운 자작 비행체를 이용해 멀리 날기를 시도하지만 얼마 날지도 못하고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으로 끝나는 장면을 연출하는 대회 말이다.


대회 영상을 본 사람들은 참가자들의 우스꽝스러운 비행체와 재기 발랄한 비행 시도, 연이은 실패에 웃음보를 터뜨리며 일종의 '폭소 대작전'으로 기억하겠지만, 이대회는 전혀 우습지 않은 게임의 규칙을 가지고 운영되는 ‘진지한’ 대회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길이 10m 이내, 무게 150kg 이내의 무동력 비행체로 몸소 날아올라야, 아니 뛰어내려야 한다. 30 피트(9.1m) 상공에서 공중으로 몸을 던져 가장 먼 거기를 날면 우승한다. 현재 세계 기록은 2013년에 세워진 78.64m다. 독자들은 고작 그 정도밖에 못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라이트 형제의 인류 최초 유인 동력 비행 기록은 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36m에 불과했다.  


인간이 만든 최초의 유인 동력 비행의 역사는 1903년에 라이트 형제가 만든 '플라이어 Wright Flyer’에서 시작하지만, 하늘을 날겠다는 욕망의 역사는 훨씬 더 오래되었다. 사람은 사자나얼룩말처럼 달릴 수도 있고, 물고기들처럼 헤엄을 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새처럼 날지는 못했다. 단 일 초도 날지 못했다. 하지만 새 흉내를 내어 날아보려는 생각은 했었다. 그들로부터 ‘호모아비엔스homo aviens’ 즉, ‘하늘은 나는 인간’의 계보가 시작된다.


인간이 비행에 영감을 준 것은 바로 새. 박지욱 사진 .


거룩한 계보들이 다 그렇듯 그 처음은 신화에서 시작한다. 이들의 계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발명가 다에달로스와 그 아들 이카로스에서 시작한다. 영어의 몸이 된 다에 달로스가 새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만들었고 날갯짓으로 하늘에 날아올라 섬을 빠져나갔지만 이카로스는 추락한 이야기, 너무나도 유명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는 덜 알려져 있는데, 다에달로스는 무사히 바다를 건너 시칠리 섬까지 날아갔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 거리는 무려 700km나 된다.


물론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두고 ‘팩트 체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비행의 핵심을 ‘깃털’과 ‘날갯짓’으로 본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각을 훔쳐볼 수 있게 한다. 더하여 이카로스의 실패는 날개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날개의 성능이 너무 좋아 높이 날아올랐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황당무계한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는 후세의 호모 아비엔스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다에달로스와 이카로스. 위키백과 자료.


영국 전설에는 몸에 날개를 달고 '공중부양'을 시도하다가 추락해서 죽은 블라두드 왕(King Bladud)의 이야기가 있다. 페르시아의 전설에는 독수리가 끄는 의자에 앉아 하늘을 날다가 추락한 카이 카부스 왕(KingKai Kavus)의 이야기가 전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상상 속의 동물 그리핀이 끄는 궤짝에 앉아 하늘을 날았다고 한다. 물론 이 모두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실적이고도 구체적인 비행 기록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원전 2,000년에 중국에서는 연을 타고 적진을 염탐했다. 서기 852년에는 스페인의 코르도바에서 아랍의 학자가 자유 비행을 시도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11세기에는 영국 베네딕트 수도회의 엘리머(Elimer 혹은 Oliver로 알려짐) 수도사가 깃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수도원의 탑에서 활강을 시도해 180m를 비행했지만 추락하여 두 다리가 부러졌다. 15~16세기에 뉘른베르크, 페루자, 등지에서 이와 유사한 비행 시도가 있었다.


1630년에 이스탄불에서는 헤라르펜 아흐메드 첼레비가 인공 날개를 이용해 갈라타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린 후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넜다는 놀라운 기록이 있다. 성공했다면 폭이 2.6 km나되는 해협을 무착륙 횡단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갈라타탑(위)과 보스포루스해협(아래). 문경희 사진.


1670년에는 예수회 수도사가 진공으로 만든 공을 공중에 띄워 돛을 이용해 성공적인 조종 비행을 했고, 18세기 초반에는 예수회 수도사가 브라질에서 새처럼 만든 글라이더로 비행 실험을 했으며, 1709년에는 비행기구로 시연하는 데도 성공했다. 1764년에는 독일인 바우어, 1781년에는 프랑스인 블랑샤르가 비행 기계를 설계하고 시험 비행했다. 이 와중에 다빈치까지 항공학에 관심을 가지며 그의 천재성을 발휘할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 독일어 Flugtag 는 '날다(Flug)'+'하루(Tag)'의 합성어다. 영어로 번역하면 'flight day', 우리말로는 '날(飛) 날(日)'정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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