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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Aug 06. 2017

다빈치, 유인 비행의 정신적 아버지가 되다.

르네상스의 천재가 깨달은 것.

    출근길에 공원에서 비둘기 떼를 보았다. 바닥에서부지런히 모이를 쪼다가 인기척을 듣자 푸드덕 하늘로 날아오른다. 아, 새들은 얼마나 특별한 짐승인가. 저렇게 제 맘대로 하늘을 날 수 있으니. 

    그런데 새들의 왕 독수리라 해도 먹이는 땅에서 구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밥상은 땅에다 차려야 한다. 또한 땅에서는 하늘의 제왕과는 어울리지 않게 하찮은(?) 오리처럼, 짧은 다리로 어설프게 뒤뚱거려야 한다. 그러다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네발짐승들의 발톱과 이빨에 목숨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5억 년 전에 새와 포유류는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 새는 ‘비행’을 위해 ‘보행’을 포기했다. 속이 빈 뼈는 가벼워졌고, 폐와 공기주머니 덕분에 더더욱 비행에 유리했다. 아울러 체중의 60%는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에 할당되었고, 걷거나 달리는데 쓰는 다리의 근육은 자연히 퇴화하였다. 


시조새 화석. 뉴욕 자연사박물관. 박지욱 사진.


    반면에 인간은 보행에 적합해졌다. 허리는 곧추서고 머리는 하늘을 보았다. 보행의 굴레에서 해방된 앞발은 손이 되었다. 이 손 덕분에 인간은 도구를 쓰고, 두뇌가 발달하면서 언어가 생겨나고 기술을 발전시켜 문명을 이루었다. 가축을 길들여 인간의 근력을 대신했고, 배를 만들어 어느 물고기보다 더 빨리, 멀리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새처럼 날 수만은 없었다. 하늘은 여전히 인간에겐 미지의 영역으로 남았다. 인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은 문화는 바로 비행의 문화, 비행의 문명이었다. 하지만 열망마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새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새의 날개를 만들어 새처럼 움직여보면 어떨까?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것처럼 인간의 덩치에 걸맞은 큰 날개가 만들고 양팔의 힘을 이용해 퍼덕여 보았다. 이렇게 새를 흉내 내어 만든 ‘날개 치기 비행기(오르니쏩터)’는 꼭 성공할 것 같았다. 


다빈치의 오르니쏩터.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박지욱 사진.



오르니쏩터ornithopter; 그리스어 ornithos(새)+pteron(날개)의 합성어로 새의 날개 치기 방식으로 나는 비행체를 말한다.


    하지만 진화과정을 통해 어렵게 얻은 손을 버리고 날개를 선택한, 진화의 역선택자들은 처절하게 실패했다. 인간은 날개만 단다고 날수는 없었다. 인간은 너무 무거웠고, 창과 칼을 휘두르던 강한 팔이지만 날개를 움직여 공기를 밀어주기에는 너무 약했다. 5억 년 동안 진화의 힘으로 이룬 일을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비행 기계에 대한 수백 장의 스케치를 남겼다. 그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날개 치기 비행기다. 하지만 그것은 날 수 있는 비행기계의 설계도라기보다는 스케치였다. 해부학을 공부한 다빈치는 인간의 힘으로는 날개를 퍼덕여 날 수 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았고, 나중에는 오르니쏩터 연구를 접었다. 

    대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른 방식의 비행 기구로 관심을 돌렸다. 헬리콥터 helicopter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공중 부양기,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는 낙하산을 생각해보았다. 결국, 그는 새의 날개를 퍼덕이기보다는 날다람쥐의 비행 방식 즉, 활강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는지 모른다. 레오나르도다빈치는 날다람쥐를 날게 하는 비행 막의 원리를 이용해 날개를 퍼덕이지 않고 고정해 높은 곳에서 미끄럼을 타듯 활강하는 글라이더 glider를 생각했다. 

 

다빈치의 글라이더. 제주 다빈치박물관. 박지욱 사진.


다빈치의 헬리콥터.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박지욱 사진.



*헬리콥터 helicopter; 그리스어 helix(꼬인)+pteron(날개)의 합성어로 꼬인 날개로 나는 비행체다.

*글라이더 glider 미끄러진다는 뜻에서 왔다. 활강하는 비행체란 의미다.   


    이후로 항공 공학자들은 모두 글라이더를 이용해 비행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글라이더에 엔진을 단 것이 오늘날 우리가 타고 다니는 비행기로 발전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오늘날에도 유인(有人) 비행의 정신적인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그 이유는 날개 치기 방식의 오르니쏩터를 고안했기 때문이 아니고, 활강하는 글라이더를 생각하고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상적인 오르니쏩터 스케치를 보고 오해하고 있다. 


다빈치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만든 <백조Il Cigno>, 시애틀 항공박물관. 박지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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