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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Aug 13. 2017

라이트 형제 이야기

비행기의 아버지로 추앙되는 형제의 사연.



역사적 순간! 최초의 유인 동력 비행 장면.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키티호크. 위키백과 자료.



    비행의 역사를 모르거나, 비행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는 다 안다. 권장도서나 위인전기에서 ‘비행기의 발명자’로 소개한 것을 읽었을 테니까.  

    하지만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창조’한 것도 아니고, 그들의 비행기가 오늘날에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 연구를 하는 그 무렵에는 고만고만한 항공 엔지니어와 발명가들이 많았다. 다시 말하면 라이트 형제는여러 ‘호모 아비엔스’ 중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비행기의 아버지로 우리의 기억에 남은 이름은 단연 ‘라이트 형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라이트 형제, 1905년. 위(형)가 윌버, 아래(동생)가 오빌이다. 윌버는실행가, 오빌은 아이디어맨으로 죽이 잘 맞았다. 위키백과자료.


    스미스Smith가 ‘대장장이’란 뜻을 가진 성(姓)인 것처럼 라이트Wright는‘목수(木手)’란 뜻이 있는 성씨다. 하지만 이 유명한 형제의 아버지는 목수가 아닌 ‘목사(牧師)’였다. 윌버Wilbur가 형이고, 오빌Orville이 동생이다(기억을 돕기 위해 ‘윌버가 위다!’로 한번 외쳐보자). 정확히 150년 전인 1867년에 윌버가, 4년 후인 1871년에 오빌이 태어났다.

    윌버가 11세 때 아버지는 종이, 대나무, 코르크로 만들어진 장난감 헬리콥터를 사주었다. 항공기술이 적용되고 정교했던 이 장난감은 크기가 30센티미터에 불과했지만형제들의 얼을 쏙 빼놓았다. 형제는 이 장난감을 너무 좋아했고, 아주 열심히 가지고 놀았다. 나중에 이 장남감이 망가지자 형제는 합심하여 장난감 헬리콥터를 스스로 만들었다. 형제가 처음 만든 (장난감)항공기인 셈이다. 물론 이 장난감 헬리콥터는 형제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고해서 형제의 특수한 소질이 곧바로 분출된 것은 아니었다.

    형 윌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쇄소를 차렸는데, 동생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형의 일을 거들었다. 형제들의 첫 합작사업은 '인쇄업'이었다. 3년 후인 1892년, 자전거 열풍이 번지자, 형제는 자전거 방을 차렸고 나중에 <라이트 자전거회사>로 성장했을 정도로 사업이 번창하였다.

    1896년 그러니까, B.W.(Before Wright’s Flight) 7년에 항공엔지니어인 오토 린리엔탈Otto Lilienthal이 글라이더 시험 비행 중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에 <스미소니언협회>의 사무엘 랭글리Samuel Langley는 엔진을 장착한 무인 비행체인 <에어로돔Aerodome>을 띄우는데 성공했다. 라이트 형제가 잊고있던 '항공본능'을 되살린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1899년 즉, B.W. 4년에 형제는<스미소니언연구소>에 항공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연구소는 뮈야르, 랭글리, 샤누트 같은 연구자들의 서적과 팜플렛 목록을 보내주었다. 이제부터 형제는 자전거 사업으로 번 돈을 비행기제작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1900년 즉, B.W.3년 가을에 형제의 첫 글라이더가 나왔고, 글라이더를 줄로 끌어 공중에 띄운 다음에도 줄을 이용해 조종도 해보았다. 모양은 글라이더였지만 일종의 상자 모양의 ‘연kyte’이었다. 일단 성공하자 B.W. 2년에 더 큰 글라이더를 만들었다. 시험비행 때는 그 동안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었던 전문가 샤누트Octave Chanute를 초청했지만, 그가 보는 앞에서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어, 이상하다 책에 나온 대로했는데 왜 안되지? 그럼 혹시 책이 잘못 된 것 아냐? 위대한 릴리엔탈이나 샤누트가 혹시 틀린 것 아닐까? 설마? 그래도혹시 모르쟎아. 그럼, 어떻게 확인해보나? 하는 수 없지. 우리가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  ... 만약 여기서 이런 의심을 품지않고 이전의 틀 속에 갇혀버렸다면 라이트 형제는 초창기 항공연구자들의 이름 속에서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형제는 날개, 프로펠러, 방향타를 처음부터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다. 1902~3년 겨울 동안 직접 만든 ‘풍동wind tunnel’을이용해 새로 만든 날개의 모형을 고치고 또 고쳤다. 그 결과 안정감과 조종성이 나아진 새로운 글라이더를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새 글라이더는 1,000번 이상의시험 비행을 거치며 다듬었다. 이제 그들의 정신적 스승이던 릴리엔탈과 샤누트를 뛰어넘었는데,  바로 B.W.1년이다.


라이트 형제의 1902년 글라이드 복제품. 시애틀항공우주박물관. 박지욱 사진.


    자 이제 바람의 힘만으로 날아가는 무동력 글라이더에서 동력 글라이더로 진화해야지. 랭글리가 그랬던 것처럼 라이트 형제의 글라이더에도 엔진을 장착할 시간이 왔다. 하지만 엔진을 달고 무인비행을 하는 것은 이미 랭글리가 성공한 것이니 형제는 사람이 탑승하여 조종을 하는 유인비행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다면 랭글리가 쓴 엔진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엔진이 필요할 것 아닌가?

    엔진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형제는 찰스 테일러라는 엔진 기술자를 통해 가볍고성능이 괜찮은 엔진을 개발했다. 가볍다고는 하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의 체중에 육박하는 77kg의 무게에, 출력은 12 마력에불과했다(국산 경차의 출력도 100마력이 넘는다).

         이렇게 엔진을 달아 자체 동력으로 사람을 싣고 날아갈 최초의 유인 동력 비행기계는<플라이어Flyer 1호>로 불렸다. 날개는 아래 위로 두 개인  복엽기biplane였고, 상승과 하강을 조절하는 승강타elevator는 앞으로(카나드canard 방식이라 부른다), 좌우 방향을 조정하는 방향타rudder는 뒤로 보냈다.


나무, 철사, 그리고캔버스천으로 만들어진 <라이트 플라이어> 좌측이비행기의 앞, 우측이 뒤다. 제주 정석항공관. 박지욱 사진.


    엔진은 아래 날개의 정중앙이 아닌 약간 우측에 놓았고 두 개의 프로펠러는날개 뒤에 배치했다. 요즘 항공기들은 프로펠러가 날개 앞에 있는데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프로펠러가 뒤에 있다. 프로펠러가 뒤에 붙은 선박의 구조를 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구조는 지금의 비행기와 반대이기 때문에 플라이어를 보는 사람은 앞뒤를 햇갈리는 수가 많다.

    엔진과 뚝 떨어져 있는 프로펠러로 동력을 전달하기 위해 체인을 썼다. 이번에는 형제의 전업(前業)인 자전거의 동력 전달장치를 빌려왔다. 체인은 8자 모양으로꼬아 걸어 두 프로펠러가 엇갈리게 돌도록 했다.

그런데 엔진을 오른 쪽에 두면 무게 중심이 그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무인기였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왼쪽에 조종사가 앉으면-정확히 말하면 누우면-균형이 맞게 되니 문제가 없다. 아마 조종사의 몸무게도 77Kg 정도 나가지 않았을까?


앞에서 본 플라이어. 조종사는 누워서 손으로 승강타와 방향타를조종할 수 있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박지욱 사진.
뒤에서 본 플라이어. 엔진과 목재 프로펠러는자전거 체인으로 만든동력전달장치로 연결된다. 프로펠러는 날개 뒤에 있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박지욱 사진.


 

    운명의 날인 1903년(라이트 비행 0년) 12월 17일, 오전 10시 35분에 동생 오빌이 조종관을 잡은 플라이어는 철도 레일을 닮은 도약대를 떠나 하늘이라기는 좀 뭣한 공중으로 푸드덕 날아올랐다. 프로펠러의 힘으로 공기를 밀며 12초 동안 36미터를 날아갔다(시속 11Km). 이 정도면 우습게 보이는(?) <플루그타그 대회>의 최고 기록보다 한참 못 미친다. 하여간, 그날 총 네 번의 비행에 성공했는데, 가장 긴 체공은 59초로 259미터를 날아갔다(시속 16Km).

    이렇게 ‘두’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bicycle 에서 번 돈으로 ‘두’ 겹의 날개로 나는 복엽기biplane를 형제 ‘두’ 사람이 만들어냈다.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는 이렇게 ‘플라이트flight’ 다시말하면, 조종 가능한 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했고, 형제의 이름으로항공 역사의 원년을 세웠다.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Iri0bSrCIvQ&feature=youtu.be

이전 03화 다빈치, 유인 비행의 정신적 아버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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