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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Sep 03. 2017

제주 하늘길의 역사

제주도 하늘은 언제부터 열렸나.



    제주도는 섬이다. 가장 가까운 육지인 전남 해남에서 80km 떨어져 있다. 제주해협의 폭은 베링 해협(폭 85km) 보다 조금 좁다. 하지만 도버 해협(폭 34km)나 부산 해협(폭 49km)보다는 넓다.

    원래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던 제주도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15,000년 전에 한반도와 분리되었다. 제주도가 활발한 화산활동을 하던 시절에는 제주도도 섬이 아닌 육지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 유적지는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데, 연대는 기원전 1만 년~6천 년 정도로 추정된다. 신석기시대의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이 시절에는 제주도는 확실히 섬이었고, 여기에 살던 신석기인들은 육지로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제주가 육지와 떨어져 나오던 그때, 여기에도 사람이 살았을까?  

 

 

해남 달마산 공룡능선 끝으로 땅끝이 보인다. 저기서 제주까지는 80km. 박지욱 사진


 

    이후로 제주와 뭍을 연결하는(連陸) 교통수단은 배였다. 한 세대 전까지 만해도 아리랑호, 도라지호, 유성호, 동양 카훼리,… 등등의 여객선들이 뱃고동을 울리며 제주항과 서귀포항을 드나들며 승객을 쏟아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이 섬에도 여객기가 날아들었고, 점점 더 많은 승객을 하늘로 실어 날랐다. 마침내 1980년대 초에 항공 수송이 해상 운송을 따라잡았고, 지금은 여객수송 분담 비율로만 본다면 9:1로 항공이 압도적이다. 사실상 제주도는 배 타고 가는 섬이기보다는 하늘로 날아서 가는 섬이 되었다.


떠나가는 배와 오는 비행기. 제주시 탑동. 박지욱 사진.


 

    한국공항공사가 내놓은 2016년 통계를 보면 제주 국제공항에 뜨고 내린 항공기는 17만 2천 편을 넘고, 이를 통해 2,970만 명이 넘는 탑승객이 제주도를 다녀갔다(사람 수는 그 절반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그중에서 관광객이 아닌 제주도민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고 일정 비율을 감 정치만 알 뿐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항공편이나 선박 편으로 제주도를 들고나간 승객수에서 추정되는 제주도민의 항공여객운송서비스 이용 횟수는 234만 ~ 328만 회 사이로 보며, 도민 1인당 연간 7.2~9.4 회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제주도민 이용 중심의 지역 항공 설립 필요성> 제주발전연구원 2014년 10월 자료). 그 해의 제주 국제공항 이용 승객수(출,도착 모두)는 20,055,238명으로 승객의 12% ~16%를 제주도민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제주도민은 비행기를 타기 시작했을까? 정확히 말하면 언제부터 제주도에 군용기가 아닌 민간인이 탑승할 수 있는 비행기가 들어왔을까?

해방 직후 미 군정청이 제작한 지도. 제주 비행장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군용 코드는 K-39. 제주43기념관. 박지욱 사진.



    해방 직후인 1946년에 군정청 소속의 C-47 수송기가 처음으로 제주도에 취항했다. 서울~광주~제주 노선으로 주 2회 운항하였다. 항공료만 지불한다면 제주도민이 뭍나들이를 위해 이 비행기를 탑승할 수는 있게 된 것이다.  

     1949년 10월에는 대한국민항공사(Korean National Airlines; KNA)가 출범해 서울~부산~제주 노선에 4인승 스틴슨 사의 보이저 기(Stinson Voyger)를 투입하여 본격적인 민항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듬해에 625 전쟁이 터지자 비행기가 군에 징집되는 통에 회사는 개점휴업을 맞았다. KNA 가 운항을 재개한 것은 휴전이 되고도 한참이 지난 1957년이었다.  

C-47 스카이트레인Skytrain 수송기. 제2차세계대전 후에 민간용으로 개량된 것이 유명한 DC-3.  사천항공우주박물관. 박지욱 사진.

    

KNA가 운항한 스틴슨 보이저 기. 위키백과 자료.
KNA가 1954년에 도입한 DC-3. 1969년부터는 대한항공이 운용했다. 인하대교정. 박지욱 사진.

 

    1969년에 대한항공(Korean Air Lines; KAL)이 출범하며 제주노선에 취항했고, 1988년 제2 민항사인 아시아나항공(Asiana Airlines)이 출범했다. 이 사이 20년 동안 제주의 하늘은 대한항공의 독무대였다. 이후로 17년 동안은 2개 회사 체제였다가 2005년에 제3민항인 제주항공(Jeju Air)이 출범했다.  제주도가 항공사 지분의 25%를 투자한 제주항공은 도민의 항공료 부담을 줄이고, 도민의 항공 편의성을 높여줄, 제주도민의 날개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후로 청주를 중심으로 한 지역항공사인 한성항공(2005~2008), 부산지역항공사인 에어부산, 진에어(2008), 군산 지역 항공사인 이스타항공(2009), 한성항공을 인수한 티웨이항공(2010). 에어서울(2016년)과 코리아 익스프레스 에어(2016)가 제주에 취항했다. 에어서울은 현재 제주에 오지 않으니 모두 8개의 우리나라 항공사가 제주의 하늘 길에 취항하있다.

    특별히 제주와 김포를 잇는 하늘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르는 하늘길이기도 하다. 2014년에 모두 1,388만 명이 탑승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탑승객을 실어 나른 노선으로 등극했다(Airport focus 2016년 5/6월 호. 한국공항공사 펴냄).

    물론 제주 하늘길이 국내로만 연결된 것은 아니다 국제선도 있다. 1969년에 제주~부산~오사카 노선이 운항된 이래 2017년 8월 현재 중국, 일본, 타이완,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5개국으로 34개 노선의 하늘길이 열려있다.


제주국제공항(C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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