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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Oct 01. 2017

사상 최장거리 노선 이야기

싱가포르와 뉴욕을 잇은 SQ21/22편의 전설

 

    전 세계 항공사를 통틀어서 가장 먼 거리를 직항으로 연결하는 항로는 어디일까? 이 글을 쓰는 2017년 9월을 기준으로 한다면 카타르항공(Qatar Airways;QR)에서 운영하는 QR920/921편으로 카타르의 도하(DHA)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AKL)를 이어준다. 비행거리는 14,534km 남짓이고, 운용 기종은 B777-200LR이며, 오클랜드로 갈 때(QR920)는 16시간 10분, 도하로 되돌아올 때(QR921)는 17시간 50분이 걸린다. 100분의 차이가 나는 것은 편서풍인 제트기류 탓이다. 지금은 안 그래도 먼 거리인데 카타르가 주변 국가들로부터 외교 단절되는 바람에 우회해 다니느라 거리가 더 길어졌다.


카타르항공의 QR920편 노선도. Floght radar24 화면 캡쳐.


    QR920/921편 이전에 최장거리 노선은 이웃나라의 아랍에미레이츠항공(Emirates;EK)이 운용하는 EK448/449편으로 두바이(DXB)~오클랜드(AKL) 노선이었다(2016년 3월 1일 취항; 14,200km). 하지만 카타르항공 역시 도하~오클랜드에 취항하면서 좀 더 서쪽에 있는 이유로 불과 330km 차이로 최장거리 노선에 등극했다. 그 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콴타스항공(Qantas Airways;QF)이 운용하는 QF7/8편으로 시드니(SYD)~미국 텍사스의 댈러스(DFW)를 잇는다(2013년 11월 23일에 취항; 13,804km).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인셉션 Inception>에 등장하는 노선이다.

    하지만 QR920/921편의 최장거리 노선의 왕좌도 곧 내주어야 할 것 같다. 내년인 2018년에 싱가포르항공(Singapore Airlines;SQ)이 단항 했던 사상 최장거리 노선인 SQ21/22편을 복항 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노선 SQ21/22편은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공항(SIN)을 출발하여 뉴욕의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EWR)을 직항으로 연결했는데, 거리는 15,343km, 비행시간은 19시간이나 걸렸다. 오늘은 전설의 SQ21/22편에 대해 알아보자.


      SQ21편은 뉴욕을 출발하여 동쪽으로 날아가 캐나다 북동부를 통과하여 북극, 시베리아, 중국을 거쳐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일반적으로 북미에서 동남아시아로 오는 하늘길이다. SQ22편은 싱가포르를 출발해 서쪽으로 날아올라 서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대서양을 횡단하여 뉴욕으로 갔다. SQ21/22 편으로 왕복하면 지구를 서쪽으로 한 바퀴 도는 셈이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하늘 길을 이용한 이유는 편서풍인 제트기류 때문이었다. 비행 거리는 SQ22편이 조금 더 짧았지만 제트기류를 타는 SQ21편은 좀 더 빨리 날아갈 수 있어 비행시간은 비슷했다. 운용기종은 A340-500이었다.


에티하드항공사 소속의 A340-500. 위키백과 자료.

    싱가포르항공사는 이미 뉴욕~도쿄 나리타~싱가포르 노선을 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항인 SQ21/22편은 경유 편에 비해 거리는 800km 이상, 운항시간은 3시간 이상을 줄였다. 하지만 재급유 없는 비행을 위해 항공유를 더 많이 싣고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연료만 22만 리터나 되어 승객(100명) 무게의 10배나 되었다. 더 많은 연료를 싣고, 그 무게만큼 연료를 더 많이 써야 하는 비효율성은 피할 길이 없었다. 현명한 운전자들이라면 차량에 기름을 가득 넣어 다니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라.  

    항공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위시 리스트에 올릴 법하지만, 의사들은 이 비행이 승객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그 이유는 19시간이나 밀폐된 공간에 승객들이 같은 공기를 공유해야 하는데, 그들 중 심각한 호흡기 감염 환자라도 있다면 순식간에 병이 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울러 승객들이 19시간 넘게 객실에 갇혀있기 때문에 심폐기능에 무리가 오거나 심부 정맥 혈전증(DVT)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걱정했다(장기간의 항공 여행 동안 생기는 심-폐-혈관의 기능 장애를 흔히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런 걱정이 들어맞아 최악의 경우에 사망자라도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걱정했다. 그러자 항공사는 어쩔 수 없이 사망자가 생긴다면, 그럴 경우를 대비해 사용할 아주 특별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요즘은 A340-500을 보는 일이 쉽지 않다. 국제공항의 주기장 주기선에서 흔적을 볼 뿐이다. 박지욱 사진.

    SQ21/22편은 2006년 6월 28일부터 2013년 11월 23일까지 7년 반 동안  운항했다. 이코노미석과 일등석 없이 100석이 모두 비즈니스 클래스였다. 운임은 왕복 8,500~11,000 달러였다. 하지만 취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항공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연료비 부담이 졌다. 연료를 위한 연료가 더 필요했기 때문에 경제성이 낮아졌고, 채산성이 나빠지자 하는 수 없이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사는 SQ21/22편을 대신해 독일 프랑크푸르트(FRA)를 경유하는 노선을 뉴욕으로 띄웠다(SQ25/26). 싱가포르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13시간 25분, 프랑크푸르트에서 뉴욕 JFK 국제공항까지 8시간 55분이 걸려 비행시간만 도합 22시간 20분이다. 이제 다시 SQ21/22가 운항 재개되면 19시간 정도 걸릴 것이고 얼마나 많은 승객들이 탑승할지 지켜볼 일이다. 사상 최장거리 노선의 복항을 벌써부터 기대해 본다.


* 싱가포르항공은 A350-900 ULR을 인도받으면 2018년에 이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고 2015년 10월에 발표했다. A340-500은 16,000km 비행이 가능했지만, A350-900 ULR은 18,0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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