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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카페 B rain

뇌는 욕심쟁이

뇌는 에너지 먹는 하마

by 박지욱

내가 일하는 신경과의원에는 머리가 무겁다고 오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머리는 원래부터 꽤 무거운 것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준다.


사실 머리는 꽤 무겁다. 4~5kg는 된다. 2리터 들이 생수 2병 무게를 생각해 보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그중에서 뇌의 무게만 보면 성인 남자는 1.4kg, 성인 여자는 1.25kg 정도다. 체중의 2~3%를 차지한다. 신생아의 뇌 무게는 400g 정도이다. 0.5리터 들이 생수보다 가볍다. 하지만 체중(평균 3.3kg)의 12%나 된다.


인체에서 뇌가 차지하는 물리적 비중은 미미하지만 존재감은 크다(특히 아기들은 더더욱 그렇다). 예컨대 뇌는 심장에서 나간 피의 15%가 직행하는 곳이다. 인체 산소의 20%, 인체 에너지의 20%는 뇌가 독식한다. 그램(g) 당 에너지 소비량을 보면 근육보다 높다. 정신적(뇌가 쓰는) 에너지란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더구나 뇌에서 쓰는 에너지원은 순수한 산소와 포도당(예외가 있기는 하다)이다. 매우 고급 청정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산소와 포도당은 뇌 속에서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자나 깨나 끊임없이 안정적으로 공급을 받아야 한다. 만약 뇌에 3~4분 이상 이 에너지원이 들어오지

않으면(이를 테면 질식이나 쇼크) 뇌세포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심폐소생술(CPR)의 골든타임도 뇌의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4분 이내로 정해졌다.


잘 아는 것처럼 뇌는 전기로 움직인다. 누군가 계산해보니 뇌의 에너지 사용량은 15~20W란다. 뇌가 평생 사용하는 전기에 요금을 매긴다면 16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에너지일까? 가정용 3파장 전구가 25W이고, 핸드폰을 10시간 쓰면 10~20W를 쓴다. 인간은 전기를 펑펑 쓰지만 욕심쟁이 뇌는 참으로 알뜰하게 전기를 쓴다.

뇌가 쓰는 에너지는 이 전구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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