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과 교세포

뇌라는 드라마에서 뉴런이 주연이라면 교세포는 주연급 조연  

이렇게 중요한 뇌, 하지만 뇌를 이루는 세포는 크게 보면 두 종류에 불과하다. 신경세포(neuron)와 교세포(glyocyte)이다,

우리도 친숙한, '뉴런'이라고도 불리는 신경세포의 수는 1,000억 개 정도다. 지구 인구가 80억이니 12.5배 정도이다.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 세포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사랑하며, 운동하고, 꿈을 꾼다.

하지만 신경세포는 뇌세포의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교(膠)세포가 차지한다.  숫자로 보면 신경세포 보다 10배나 많다. 교세포의 '교(膠)'는 '아교(阿膠)'를 뜻한다. 우리 선조들이 접착제로 쓴 물질이다(아교풀).

교세포. wikipedia public domain

교세포가 마치 뇌의 주인공인 신경세포들이 제자리에 잘 붙어있게 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 그런 이름을 붙였다(철자가 비슷한 glue라는 영어가 풀이 아닌가). 택배 상자를 열면 내용물을 잘 보호하기 위해 가득 채워진 충전제와 같은 것으로 여겼다.  

물론 중요한 신경세포를 잘 붙들어 매어주고 보호하는 일도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화학 신호 전달에 관여하며, 장기 기억과 면역에도 중요한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더 많아 연구 대상이다.

교세포에 대해 처음 들어보았을 테니 하는 말인데 인간은 그 어느 생명체보다 교세포가 많다. 특히 아인슈타인은 다른 사람의 뇌보다 교세포가 훨씬 더 많다. 이것이 교세포의 특수 기능을 짐작하는 열쇠가 될까?    

그리고 신경과의사라면 가장 무서워하는 악성 뇌 암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 multiforme; GBM)가 바로 교세포에서 생기는 암이다.

다시 신경세포로 되돌아 가보자. 신경세포들은 서로 시냅스(synapse)로 연결된다. 시냅스 수는 1,000억 곱하기 1,000억 개나 된다. 뇌의 신경세포 하나는 보통 신경세포 수 천개와 이어진다. 어릴 때 생물 시간에서 본 그림처럼, 신경세포 하나가 신경세포 하나와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가 수천 개와 연결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신경세포는 세포체와 신경섬유로 구성된다. 콩나물을 떠올려보면 된다. 콩나물 머리는 세포체, 줄기는 신경섬유로 보면 된다  신경섬유를 모두 이어 붙이면 그 길이는 무려 10만 km가 넘는다. 지구 둘레의 2바퀴 반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