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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Feb 25. 2023

맹점

인간의 시야에 있는 일종의 사각지대

운전을 처음 배울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늘 차선을 바꿀 때 사각지대(死角地帶)를 조심한다. 운전할 때의 사각지대는 사이드 미러(side mirror)에 보이지 않는 숨은 공간이다. 이 공간에 차가 있다면 충돌할 위험이 높다. 사각지대를 영어로는 blind spot이라 하는데 우리말로는 맹점(盲點)이라 한다. 의학에서는 우리가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암점이다. 운전 중에 생기는 사각지대는 늘상 염두에 두고 있지만 우리 눈이 가진 맹점을 아는 사람은 조금 드문 것 같다.  


나도 의과대학 다닐 때 생리학 아니면 안과 아니면 신경과에서 맹점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것이다. 나도 내 눈으로 맹점을 찾고는 너무 신기해서 “와!”하고 고함을 질렀다.


찾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A4용지를 가로로 놓은 후 한 가운데 <십자>를 그리고 3시 방향 정도에 매직으로 <빨간 점>을 하나 그린다. 그런 다음 눈 앞에 종이를 놓고 시선은 <십자>에 고정하고(눈동자가 움직이면 안 된다) 종이를 천천히 뒤로 보내면(30~40cm) 어느 순간 빨간 점이 사라진다. 빨간 점이 맹점으로 들어간 것이다.

맹점은 3시 방향 약간 아래에 있다. 


맹점은 왜 생길까? 사물의 이미지가 눈동자를 눈 안으로 들어오면 망막(retina)이라는 스크린에 비쳐진다. 영사기에서 쏜 영화가 극장의 은막(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다. 영상이 들어오면 망막에 있는 시신경 세포들은 광학적 이미지를 전기적 신호로 바꾼 다음 시신경을 통해 뇌의 후두엽으로 전달한다. 그러면 뇌는 다시 그 전기적 신호를 인식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지가 맺히는 망막의 한가운데에 시신경이 빠져나가는 출구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출구에는 시신경 세포가 없고 그냥 신경다발로만 있다. 그래서 여기에 맺힌 이미지는 전기 신호로 바뀌지 않는다. 쉽게 설명하면 핸드폰 액정 화면 한 구석에 카메라 때문에 맹점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맹점 때문에 시야에 텅 빈 구멍을 하나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살아가는데 하등의 불편감도 모른다. 왜 그럴까? 다음 편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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