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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Feb 27. 2023

맹점은 뇌가 지워버린다

감각의 공백을 싫어하는 뇌가 부리는 요술

맹점을 이제서야 발견한(!) 독자들도 많겠지만 맹점은 이미 17세기에 발견되었다. 오른눈은 3시 방향에, 왼눈은 9시 방향에 맹점이 있지만 왼눈은 3시 방향의 맹점을 볼 수 있고, 오른 분은 9시 방향의 맹점을 볼 수 있다.


맹점을 이용하면 멕시코 국기를 이탈리아 국기로 볼 수도 있고, 레바논 국기를 오스트리아 국기로 만드는 혼자만의 놀이를 해볼 수도 있다(한번 해보시라!). 하지만 베트남 국기를 적기로 만들거나 동독(지금은 사라진 나라다) 국기를 서독 국기로 만들이는 어렵다. 맹점이 그 정도로 크진 않기 때문이다.


멕시코 국기
이탈리아 국기


하지만 맹점의 존재를 모르고 지내는 인간이지만 보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이것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나머지 눈이 맹점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양눈을 쓰는 우리는 사실상 맹점 없이 세상을 본다. 그렇다면 외눈인 사람은 맹점으로 힘들지 않을까? 재치 있는 질문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당연히 불편해야 한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뇌가 요술을 부리기 때문이다! 답부터 말하면 뇌는 공백을 전대로 비워 두지 않기 때문이다. 맹점은 실존하지만 그 공백은 뇌가 메워버린다고? 어떻게? 뭘로?


잠깐 숨을 돌리면서 딴청 좀 피워야 하겠다. 요즘 핸드폰 카메라 성능은 대단하다. 사진을 잘 못 찍어도 편집 앱을 쓰면 별 문제없다. 특히 놀라운 기능은 ‘AI지우개’다. 사진 안에서 맘에 안 드는 부문은 지우개처럼 쓱쓱 지워버린다. 그런데 고무 지우개로 그 자리를 지우면 공백이 남지만 사진 편집용 AI지우개를 쓰면 다르다. 공백이 아니라 배경으로 깔끔하게 매워진다. AI가 사진의 주변 배경정보를 활용하여 빈 자리를 메운다.    


그것이 답이다. 우리 시각 신경계도 마찬가지다. 뇌는 통계적인 추측을 이용한다. 맹점으로 볼 수 없는 그 지점의 주변 배경이 이러이러하니 그 지점도 이럴 것이라고 추측 영상을 만들어 내놓는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AI 지우개가 틀림없이 뇌신경계의 추측 기능에서 한수 배운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배경이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에 맹점이 걸리면 어떤 이미지를 내놓을까? 가령 검은 막대와 흰 막대 사이에 맹점이 걸린다면 그 자리에는 중간 색인 회색 막대가 등장한다. 뇌는 정말 탁월한 협상가의 DNA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오른 눈으로 시선을 노란 십자에 맞추어 보면 맹점 위치의 막대는 회색으로 보인다.  


맹점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뇌가 감각의 공백을 더 나아가서는 사고의 진공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살펴보자.  


더 알고 싶은 독자는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V.S. 라마찬드란  지음)을 참고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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