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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Mar 08. 2023

뇌가 눈으로 부리는 요술; 윤곽 착오

뇌는 없는 선을 본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15세기 세종대왕이 새로 개발한 훈민정음(한글)의 초고를 작성하던 중 문서 작성 중단에 대해 담당자에게 분노해 맥북프로와 함께 그를 방으로 던진 사건입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챗GPT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맥북프로 던짐 사건에 대해 알려줘’라고 했더니 내놓은 답이란다. 있지도 않은 일을 이런저런 배경 정보들을 조합해 적당히 둘러댄 것이다. 반은 진실 반은 허구인 일종의 팩션(fact+fiction)이다. 이런 현상을 관련 업계에서는 챗봇의 ‘환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이 만든 지능 AI 챗봇 챗GPT도 정보의 공백, 답변의 불완전성을 참지 못하고 뭔가 그럴듯한 해석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다. 이런 공백을 못 참는 지능은 챗봇만의 일이 아니다. 모든 지능의 근원인 인간의 뇌도 마찬가지다.


    앞서 우리는 주변 배경 정보들을 조합해 맹점을 메우거나 희미한 시각 정보를 재료로 생생한 영상을 만들어 내는 일(샤를-보네 증후군)은 뇌에겐 식은 죽 먹기란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카니자 삼각형(Kanizsa Triangle)을 한 번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림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흰색 삼각형을 우리의 뇌는 인식하고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Illusory_contours#/media/File:Kanizsa_triangle.svg).


    신기하게도, 실재하지 않는 경계선은 뇌가 만들었다. 일종의 시각적 착오 즉, 착시 현상이다. 눈은 그렇게 안 보았지만 뇌는 선이나 도형이 저렇게 잘려 보인다면 무엇인가 가로막고 잇는 까닭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눈이 열심히 팩트를 보내도 뇌는 편집자의 재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얼마든지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실존하지 않는 가장자리를 뇌가 있는 것으로 인식해 가상이 윤곽을 만들어 내는 현상(윤곽 착시; illusory contours)은 이미 오래전부터 화가들이 활용해 왔다. 루리는 몇몇 그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현상을 유명하게 만든 이는 20세기의 이탈리아 심리학자 개타노 카니자(Gaetano Kanizsa)다.  


아무 의미 없는 알파벳의 나열 속에서 우리는 많은 삼각형과 화살표를 볼 수 있다.


에렌슈타인(Ehrenstein)의 착시. 한가운데 둥근 원이 보인다.

(https://en.wikipedia.org/wiki/Illusory_contours#/media/File:Ehrenstein_only.png)


    커버 이미지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호흐-바우어의 초상회>이다. 클림트는 일부러 경게를 윤관을 희미하게 처리했다. 여인의 신체 경계를 한번 잘 찾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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