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대 케이스 스터디
의대편입이 열풍이다.
주변에서 문의 오는 케이스만 봐도 그 인기를 알 수 있다.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들 조차도 업을 그만두고 의대진학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최근 의대에 편입학한 학생들 중에는 MIT, 칼텍, 프린스턴 등 유명한 외국대 출신을 물론이고 박사학위 소지자, 한의사, 약사, 치과의사, 심지어 사법고시나 명문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 검사까지 있을 정도로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저렇게 스펙이 화려한 사람들이 의대에 진학해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의대에서 잘 할 수 있는 학생들의 특징은 따로 있다!
학교마다 선호하는 학생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이 생명과 출신을 선호한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고있는 사실이다. 연세대학교의 경우에는 특히나 생명과 출신이 많다.
왜 그럴까? 연대의대 의학교육학과 전우택교수님의 논문을 통해 분석해보자. 국내 최초로 학점제도를 폐지하신 분이시기도 하다.
생명과 출신 편입생은 평균 상위 39.4%로 주로 상위권에 속해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약대/한의대 등 의료관련 전공자와 화학 등 자연과학 전공자들은 43~45% 정도인 것을 미루어볼 때 생명과학에 대한 기초가 튼튼한 학생들이 의약학분야 전문교육을 받은 학생들보다 의학교육을 따라가기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의대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생명과출신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간혹 혹자들은 편입생들이 예과출신에 비해 성적이 저조해서 편입학 전형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편입생들이 예과출신에 비해 2년이나 더 오래 공부했기 때문에 의대에서 상위권을 석권하는 경우가 많다. 예과로 입학한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입학했지만 2년간의 학습량 차이를 극복하려면 고등학생때 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충격적인 사실은 공대출신이 62.8% (하위 38.2%)로 성적이 매우 낮은편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문과출신 보다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공대 출신인 필자도 성적이 좋지 않지만 그건 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런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공대출신 친구들은 잘하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알게 되고 공대출신 편입생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헤매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는 대학에서 졸업필수 과목이었던 일반생물학을 오픈북으로 이수했던 것 외에는 중학교 이후로 생물수업을 들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분자생물학, 면역학, 생화학 같은 기초생명과학 분야를 학습할때 굉장히 고생했다. 하지만 근골격학 등 해부실습은 체질에 맞았고 공부하는것도 별로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실습을 시작하면 빛을 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공대 출신들의 3학년 때 병원실습 성적은 78.2%로 여전히 바닥을 기어다닌다는 사실을 보고 가히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공대출신 편입생들이 의대에서 성적이 낮은 이유는 몸에 밴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학 전공자들은 기초적인 scientific mind를 갖추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따라서 방대한 학습량을 자랑하는 의학교육을 따라가는데 훨씬 이해가 빨라서 암기하는것도 수월할 것이다. 반면 공대학생들은 당장 산업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학습한다. 다시말해 과학적 기반을 이해하는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습방법도 수학공식 몇개만 암기하면 시험장에 가서 그걸 응용해서 풀어나가는 형태기 때문에 학습량이 많지 않아 방대한 암기위주의 학습방법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것 같다.
한편, 문과출신 학생들은 주로 암기위주의 학습을 했던 사시/행시 출신들과 학업성적이 굉장히 우수한 (학점 99% 대) 학생들을 주로 선발하기 때문에 의대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공대출신 편입생들을 끊임없이 뽑는 이유는 의대교수님들은 편입생을 통해 공학과 의학의 융합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의대편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졸업 후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의대 진학의 목적이 뚜렷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의대에서는 암기위주로 방대한 양의 학습을 한다는 것과 환자를 보며 사람의 신체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의대 진학/편입을 준비하기에 앞서 본인 적성에 맞을 것인지, 무엇을 위해 의사가 되려고 하는 것인지 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출신 전공에 따른 의대 성적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의대에서 편입학 학생을 뽑을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 각자 나름대로 해석하고 예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근거 기반의 반박에 의해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생각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