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학교 의과대학 수능 (gaokao) 점수 분석
중국에서 의학은 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전기전자공학에 비해 인기있는 전공이 아니다. 물론 북경대학교라는 타이틀이 주는 명예가 커서 북경대학교 의과대학의 입결 자체는 매우 높은 편이다. 애초에 도시에서 1등을 하지 못한다면 북경대학교에 입학원서를 내는 것 조차 어렵다니 중국에서도 대학입학경쟁의 치열함은 말도 못할 것이다. (쓸데없는 과열경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의료 및 의학교육 시스템은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중국은 의과대학내에 전공이 8년제와 5년제로 나뉜다는 것이 특징이다. 안과, 소아과, 정형외과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치과가 의학과랑 분리되어 있다고 다른나라도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지금부터 중국수능(gaokao) 점수 분석을 통해 중국에서 인기있는 전공이 무엇인지 그리고 중국의 의과대학은 어떤식으로 운영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중국에서 의과대학은 8년제MD/Ph.D과정과 5년제 임상의사 과정으로 나누어서 입학생을 받는다. 그리고 각각의 입학점수는 다음과 같다 (괄호안에 숫자는 북경출신 입학 커트라인 점수):
8년제 임상의학(689), 8년제 구강의학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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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제 기초의학 (684),
5년제 임상의학 (683), 5년제 구강의학(683),
6년제 약학(682),
7년제 예방의학(681), 4년제 의료영어학(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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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간호학(641), 4년제 구강의학(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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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의료기사학(610).
근데 참고로 2015년도 중국수능이 물수능이었어서 경영대 입학점수가 721점 이었다.
입결은 8년제 임상의학이 가장 높고 4년제 의료기사학이 가장 낮으며 의대와 치대 입결은 큰 차이가 없고 다만 8년제와 5년제 사이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 출신 지역별로 점수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성 마다 서로 다른 수능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시험문제 자체가 다르니 난이도도 다르고 과목마다의 차이도 있어서 동등하게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위 점수표는 2015년도 기준이고 2017년도에는 8년제 구강의학 (663), 8년제 임상의학 (662), 5년제 임상의학 (658), 기초의학 (657), 5년제 구강의학 (656), 약학 (655), 예방의학 (650), 간호학 (592) 순으로 높았다. 즉, 의학과 치의학간에 점수차는 크지 않고 5년제 보다 8년제가 더 입학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http://jiaoyuchu.bjmu.edu.cn)
그렇다면, 의과대학 내 세부전공끼리 말고 이공대학이나 인문사회대학 입학점수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2017년도 기준으로 칭화대학교 입학 기준 커트라인 점수는 과학/공학(671) 인문/사회(668) 였고 (칭화대는 의과대학이 없고 중국 최고의 명문의대로 손꼽히는 존스홉킨스에서 설립한 Beijing Union Medical College 의예과 과정이 칭화대 생명과에서 수업을 듣는다), 북경대학교 커트라인은 과학/공학(671), 8년제임상의학 (662), 인문/사회(660) 5년제 임상의학(657) 였다. 우리나라 입결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baijiahao.baidu.com/s?id=1596262996267800924&wfr=spider&for=pc)
2017년도 세부전공별 평균수능점수를 보면 수학(693)이 가장 높고 화학(691), 경영관리(691), 물리학(689) 순서로 나타나 적어도 북경대에서 만큼은 자연과학계열이 가장 인기있는 전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육체적, 정신적 노동강도가 높은 임상의학(663)과 구강의학(671)은 비교적 인기가 시들해보인다.
보다시피 중국에서는 의학과가 별로 인기있는 전공이 아니다. 하지만 북경대가 인기있는 학교이기에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북경대학교 의과대학도 입결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이공대학 내에서도 공학보다 자연과학이 훨씬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치 우리 아버지세대때 서울대학교에서 가장 입결이 높았던 전공이 물리학이었고 그 다음이 공학과 의학이였던 것과 비슷하다.
2016년도 기준으로도 북경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공은 수학(693)이었고 그 다음이 물리학(689)이었으며 자율전공학부(685), 경제학(685), 법학(680), 생물학(682), 전자공학(678), 도시공학(678), 환경과학(678) 순서로 입학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여기저기에 건물을 지어대고 있으니 도시공학과 환경공학이 인기 있는 것 같다. 반면 8년제 임상의학(676), 구강의학(673), 기초의학(671), 5년제 임상의학(668), 7년제 예방의학(665)은 비교적 낮은 점수로도 입학이 가능했다. 사실 650점대도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점수는 아니다. (출처: https://g.eol.cn/score/31.html?hidead=1&province=10027&type=10035&year=2016)
이렇게 중국에서는 의과대학 가기가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여전히 당신은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싶은가? 우리나라는 의과대학이 한참 열풍이기 때문에 대학을 막론하고 수능성적 상위 1% 에게만 의과대학 입학이 허락되고 있다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의과대학이 6년제(예과 2년+본과4년 or 예과1년+본과5년) 또는 4+4 (4년제 대학 졸업 후 편입/의전원 4년)로 통일 되어 있고 졸업 후 박사과정 진학이 별로 선호되지 않는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시작부터 8년제 의학박사과정(MD/Ph.D)과 5년제 의학학사과정(MD)을 나눠서 뽑으며 사람들이 의학박사를 일반 임상의사보다 높게 쳐준다는 특징이 있다. 8년제 과정은 장차 대학병원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의사를 뽑기위한 과정으로 학술적인 성취도가 놓은 의사를 길러낸다. 의대 교수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5년제 과정을 졸업하면 MD자격을 가지고 시골로 내려가 1차 의료기관 (보건소) 의사가 되거나 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과정 수련을 받고 임상전문의가 될 수 있다. (출처: http://jiaoyuchu.bjmu.edu.cn/zsjy/zsgz/zyjs/183004.htm)
대학입학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다면, 국가와 대학의 교육정책은 그 나라의 문화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과학자, 공학자들에 대한 대우가 좋고, 임상의사보다 연구하는 의사들을 더 높게 쳐주고 있기 때문에 입결에서부터 이렇게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의과대학 졸업 후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빠르게 수료한 뒤 임상의사가 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의학박사과정에 진학하면 장학금, 군대체복무를 비롯해 여러가지 혜택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박사과정을 가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놈의 돈이 문제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사들에게 지금보다 더 큰 명예를 부여해야 우리나라 의료계와 산업계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간에는 북경대학교 의과대학의 8년제/5년제 의학 학위과정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럼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