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전공찾기
이제 곧 수능이다. 대학생으로 1차전직을 앞둔 고등학생들은 어느 대학을 갈것이냐 무슨 전공을 선택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공선택에 따라서 2차전직에 해당하는 진로선택의 폭이 정해지기 때문에 대학 간판만 보고 선택할 것이 아니라 매우 신중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필자가 경험한 공대, 경영대, 의대의 문화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공대”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 복잡한 수학문제들을 푸느라 쩔쩔매는 사람? 어리버리한 연애고자?
“경영대”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양복을 빼입고 잘난척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의대”는?
각 전공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고자 공학, 경영학, 의학으로 유명한 학교의 교육목표 및 비전을 요약해 보았으니 함께 살펴보자.
공대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상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창의적인 연구자/기술자라고 볼 수 있다. 카이스트의 비전을 살펴보면 창의적인 융합인재 배양, 인류와 국가의 난제 해결 연구, 창업 및 기업가 정신 확산을 통한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영대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상은 책임을 수행해나갈 수 있는 도전적인 지도자라고 한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학제간 연계과정, 국제교류 프로그램, 다양한 수업 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의대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상은 사랑과 봉사정신을 갖춘 의료전문가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은 사랑과 봉사를 바탕으로 한 성숙한 직업윤리관을 바탕으로 일생동안 스스로 배우고 연구하여 의학과 관련된 전문분야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를 키워내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럼 이번에는 공학, 경영학, 의학 전공자들의 문화를 살펴볼까? 물론,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상당히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시험공부 비교하기
공대: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무엇을 배우고 있는건지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없다. 복잡한 공식을 풀다보면 내가 이걸 왜 배우고 있는건지도 감이 안온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은 외계어인지 자장가인지 들리지도 않고 잠만 쏟아진다. 시험 전날까지 책장을 마구마구 넘기다가 결국엔 포기하고 시험장에 가서 대충 아는대로 끄적거리고 나온다. 완전 망했다고 생각하겠지만 평균성적은 100점 만점에 50점대! 나는 70점을 받았으므로 2등이란다! 나만 못하는 줄 알았더니 남들도 못한다. 물론 군계일학으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친구는 무려 90점을 받았다... 이 정도 괴물은 되어야 공대에서 교수를 할 수 있는건가...? 시험문제는 거의 항상 서술형으로 나오는데 달랑 서너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답을 구하는게 아니라 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식으로 문제가 나오는지 궁금하다면 실제 기출문제를 한번 풀어보자!
경영대: 경영은 책에서 배우기 보다는 실전에서 배우는게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학교에서도 실전을 통해 경영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조별과제를 제공하고 프로젝트로 시험을 대체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한 팀당 10만원씩의 자본금을 제공하고 한 학기동안 가장 많은 돈을 벌어 오도록 한다거나 주식 투자 및 협상과정을 학생들끼리 직접 체험해 보고 성과에 따라 성적을 나누기도 한다. 따라서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하는게 맞는 사람들은 경영대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지도 모른다. 사실 암기할 것도 거의 없고, 내용도 너무 쉬워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 다만 조별과제에 대해서 학생들끼리 서로를 평가하기 때문에 적당한 정치력이 있어야 하고, 본인의 생각을 말과 글로 정리할 줄 아는 역량을 키우면 멋진 경영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대: 의학교육과정에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거의 없기 때문에 공부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학습량이 어마어마해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면 잠을 줄이고 밥먹는 시간도 줄여서 공부해야 한다. 대학에 온줄 알았더니 고등학교때 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침 8시반 1교시를 시작으로 오후 5시반 7교시까지, 쉬는시간 10분,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종일 지정석에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심지어 출석률도 중요하다... 해부실습이 있는 날이면 저녁을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가장 최악인 것은 매주 토요일마다 중간고사가 있고 (주말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니!!!) 시험을 못보면 유급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학기중에는 딴짓할 겨를이 없다. 물론 그 와중에도 딴짓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시험문제는 쉽다. 다만 최소한 수십문제에서 백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엉덩이 무게로는 국내 최고인 동기들은 그걸 또 다 맞춰버린다...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인 경우가 다반사. 시험이 조금 쉬웠다 싶으면 만점자가 십수명씩 나오기도 한다. 70점 밑으로 내려가면 재시험을 보거나 유급을 당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공대, 경영대, 의대의 교육목표와 학습문화를 살펴보았다.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은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전공에 따라 학업 외 다양한 역량까지도 결정되며 이에 맞춰서 라이프스타일까지도 바뀔 수 있다.
인생은 길다. 성적에 맞춰서 대학과 전공을 고르지 말고 본인의 꿈과 적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선택하자. 물론 나처럼 복수전공을 하거나 대학 졸업 후 다른 학과로 편입을 하는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역시, 인생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