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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 Jun 26. 2019

순수한 과학자 친구

일기 2019. 06. 25.

어제밤 친구를 만났습니다.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간지 4~5년만에 처음으로 귀국했는데 집에가서 쉬지 않고 제가 있는 신촌까지 보러 와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밤 늦게까지 어울리고 집에 가는 모습을 지켜봤어야 했는데 근처 찜질방에서 자겠다는걸 말리지도 않고 저의 피로감을 달래느라 후딱 집으로 돌아와 잤습니다. 그 사이에 이 친구는 찜질방을 찾지도 못하고 새벽에 헤매다가 피시방에서 밤을 새운 것 같습니다.


제 행동에 어찌나 후회가 들던지.....


하루종일 후회감과 미안함에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앞으로 제 행동이 다른사람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후회할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어제 만난 친구는 정말


이 친구는 학창시절에 누구보다도 성실하여 공부를 빼어나게 잘했습니다. 성적이 좋으니 유학을 가보라고 얘기했는데 자기는 부족하다고 답하던 겸손한 사람입니다. 연구실 찬 바닥에서 잠을 청하며 연구에 푹 빠져있던 모습, 매일 삼각김밥만 먹으면서 자기가 읽은 논문을 설명해주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이 친구는 제가 아는 가장 훌륭한 과학자입니다.


4년만에 보았지만 아직도 그 열정과 순수함은 전혀 식어보이지 않았습니다. 수천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세계적인 명문대학 연구실에서 박사학위 취득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변치 않은 그 순수한 열정과 겸손한 자세는 제가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을 볼때마다 항상 느낍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수능, 고시, 내신 등 각종 시험대비 입시괴물을 만드는 일을 그만 두고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더 키워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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