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잎에도 습기가 있다. 구석에 쓸려 모여있는 벚꽃뭉치를 보았다. 포슬포슬 예쁘게도 사이좋게 옹기종기 있다. 보기에 아직 생그러운데 버려진듯한 게 아까워 손으로 담아 쥐어봤다. 촉촉하다. 부드러운 새끼 고양이 혀가 꺼끌거리는 정도로 내 손바닥을 잡아끈다. 나는 다시 한 움큼 쥐어 코에 가져다 댔다. 수분을 적당히 머금은 꽃잎은, 쟁쟁한 볕 아래 길게 널어진 린넨 같은 향이 난다. 손가락을 오므려 손끝이 닿을수록 보드라운 습기가 포개졌다. 떨어졌다고 해서 아직 꽃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은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 떨어진 꽃잎이 잔뜩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 떨어진 잎들은 아우성치지 않고 고요히 정박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