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지 못했는데 예매하고 당일이 되어보니 장국영 씨의 기일에 그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중문학을 전공한 동료가 추천한 영화였고 영화인이 되고 싶었던 당시 명작이라고 소개받은 기억이 있다. 국영 씨는 진한 화장을 하고 나온다. 내 마음대로 기억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막바지에 공산당 인민들에게 굴욕을 당하다 울분을 터뜨리며, 자신은 경극에게 배신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왜 모두에게 배신당했는지 상세히 절규한다.
영화로만 보면 청데이는 죄가 없다. 패왕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패왕인 시투는 생명으로서 살기 위해 사람들을 배신하는 말과 행동을 했다. 별희 청데이는 영혼을 지키기 위해 고집스러운 삶을 산다. 둘은 같이였기 때문에 각자의 영역에서 운명적인 교집합을 이루며 패왕별희를 완성했다. 극은 계속되기 때문에 완성이란 말은 불완전할지도 모른다.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청데이는 자기가 사내임과, 동시에 다른 세계에서 생을 유지함을 부정당해왔다. 육손이 문제라는 사부의 거절에, 손가락을, 낳아준 어머니에게 잘렸다. 그래서 영혼의 세계로 점점 물러서듯 도망쳤을 것이다. 세상과 섞이기에는 달라서가 아니라 다르다고 취급받아 괴롭고 외로웠을 것이다. 별희로만 살아버리기로 한 삶은 선택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닦아진 길이였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청데이... 두지...
물동이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떡과 같은 기분이었을...
장국영 씨는 별희처럼 살았던 걸까.